“재능기부·열정페이 이런 단어 싫어요. 꿈을 위해 돈을 포기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죠. 연극인은 왜 가난하고 배고파야 하나요.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월급을 받고 연극을 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죠”
청소년전문극단 ‘진동’은 지난 2001년 설립돼 16년 역사를 지닌 비영리 예술단체다. 청소년전문극단이라는 이름 탓에 청소년들로 구성된 극단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취지 때문에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연극을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진동’은 매년 청소년을 위한 창작극을 제작해 전국 순회공연 및 대학로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서울 강북구를 기반으로 공연사업 외 소규모 지역축제 및 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수유의 유명인사, 평범하지 않은 극단 ’진동‘
최소진 대표(39·여)는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쳐주는 교육 강사로 지난 2006년 극단 진동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가 2011년 교육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됐고, 지난 2014년부터는 극단의 대표가 됐다. 대표가 된 그녀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극단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색(色)’을 덧입혀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순회공연을 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긴 창작극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뿐 만 아니라 보다 유기견,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대상이 담긴 연극을 선보이고 있죠. 교육활동과 문화 축제 기획 등 활동 범위 또한 광범위 해졌죠”
‘진동’은 강북구 지역주민들과 연계된 활동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트렌드다 보니 마을의 문화예술사업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동네 골목축제’, 마을공동체사업의 일환인 ‘꿈누리 희망나눔 장터’, 강북마을연극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들 극단을 ‘연극’이란 작품만 만들어내는 집단으로만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집단을 추구하죠. 일반적인 극단은 자기네들끼리 연극을 만들고 선보이고 자화자찬하며 끝나버리지만 저희는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고 있어요”
창립 멤버인 연극배우 탁성준(39·남) 팀장은 극단 진동의 특수성에 대해 부연했다. 주민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공연을 찾아내고 만들고,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골목에 활기를 띠는 것이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순수하게 연극을 만드는 집단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저희는 도시재생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골목을 바꾸기 위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을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것도 하나의 도시재생이죠. 단순히 물리적·시각적 변화가 아닌 주민들이 모여서 공연을 준비하고, 퍼레이드를 기획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예술적이고 문화적이라고 생각해요”
진동의 재정·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김범석(39·남) 씨는 최 대표의 권유로 극단에 합류했다. 김 씨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길 가다가 주민들이 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저를 알아봐 주시고 인사해주시는 주민들이 점점 늘더라고요. 일반적인 회사는 사무실에서만 일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삶과 직장이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더욱 마을에 많은 정을 느끼게 됐죠”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수정(39·여)씨도 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직하게 된 사례다. 일반 직장에 다닐 때완 다르게 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극단 진동의 가장 큰 특징은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하고 어우러져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오고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가치관들이 충돌을 빚기도 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재미와 보람도 쏠쏠해요”
재능기부·열정페이 거부… 지속가능한 극단 운영 시스템 구축 목표
비영리단체 진동은 후원금 또는 지자체·공공기관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운영비용을 충당한다. 최 대표와 탁 팀장은 빠듯한 예산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예술단체를 만드는 것이 모두의 고민이자 숙제라고 입을 모았다.
“연극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뭐먹고 사냐’에요. 저는 진정한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은 내부에서 수익이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부적으로는 비영리를 지향하지만 내부에서는 영리를 추구해야 하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저희 같은 단체가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죠”
“기존 연극계에서는 저희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죠. 창작공연을 최대한 줄이고 지원사업 위주로 진행하니까요. 하지만 달리 보자면 지역민과 함께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에요. 이게 바로 새정부에서 강조한 ‘도시재생’이죠. 예술가들은 ‘우리 영역이 아니다’고 하면서 시도조차 않지만 저희는 오히려 틈새분야라 생각해요”
극단 진동은 ‘열정페이’와 ‘재능기부’ 등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최소한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 일을 계속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이들 단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존 예술극단을 보면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활동은 형편없죠. 공연을 하고, 적자를 내고, 망하고, 술 마시고 웃으며 헤어지는 것이 다반사에요.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생활고로 목숨을 잃으신 선배 분들의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죠”
“연극계의 여러 문제점 중 ‘열정’만 강요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이 뭐가 중요해’라고 말하는 것은 노동 착취에요. 그래서 저희는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지원 사업을 실시하죠. 더 이상 손가락 빨면서 연극하는 일이 없도록 동분서주하고 있죠”
하지만 지원사업도 공모에 통과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매년 새로운 사업에 지원을 요청하고 그 결과에만 목을 매고 있다 보니 아직까지 ‘안정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최 대표는 이런 점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조금만 더 연극계가 현실적이고 세련됐으면 좋겠어요. 순수예술이 자생력을 가지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기도 하죠. 작품으로 사회적 이슈를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예술이 가지고 있는 힘이고 또 그 역할을 예술인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