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등에서 14년간 지내다 귀국했을 때 친구들은 사회에서 은퇴를 한 상황이었어요. 저 역시도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지 고민이 많던 참이었죠. 그러다 ‘마을살이 커뮤니티’를 접하게 됐어요. 이웃 간 왕래가 줄어든 오늘날 사회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확산되면 좋겠단 생각에 함께하게 됐죠”
방억(64·남) 씨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공동체생활인 ‘마을살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이 같은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갖기도 했으나 ‘파티(Party)’를 매개로 왕래가 잦은 외국과 같이 변하는데 미약하지만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
‘마을살이’란 동 단위 이하 소지역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직접 마을에서 지내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복지의제를 발굴하고 주민 모임 공간 지원 및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는 서울시복지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서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을 대상으로 마을살이 활동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재단은 100세 시대를 살게 될 첫 번째 세대인 만 50세에서 64세 사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노후지원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은퇴 후 지난 반세기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재차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며 은퇴 후 끊긴 사회적 교류 등을 지속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방 씨의 경우 지난 3월 개소한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 다니고 있다. 중부캠퍼스는 마포구에 위치해 있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1일까지 진행된 마을살이 활동가 입문과정을 거쳤다. 같은 과정을 밟은 동료들과 함께 현재는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이른바 ‘마을살이 커뮤니티’다. 이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거리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나이 들어서도 지속적인 사회활동 필수…내 지역 위해 봉사하며 남은 여생 보낼 것”
중부캠퍼스 ‘마을살이 커뮤니티’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신봉선(65·여) 씨는 전직 교사출신이다. 교편을 내려놓은 뒤 한동안 전업주부로만 살아 왔다는 그는 마을살이 입문 과정을 거치면서 어렸을 적 등교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가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 온 마을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 속에서 활력이 생기더군요. 아직 고민하는 단계지만 향후에는 모두를 위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에요”
커뮤니티 일원으로 활동 중인 장미숙(47·여) 씨는 현재 RM한국은퇴연구소 대표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적인 사회활동이 은퇴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이죠. 저에게도 곧 현실이 되는 부문이에요. 막상 은퇴를 하신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활동’을 통해 얻는 행복이 적지 않더군요. 마을살이 커뮤니티의 경우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도 그 부분에 매료돼 이렇게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됐어요”
커뮤니티 일원인 곽정숙(62·여) 씨는 유아교육 관련 일을 해 오다 은퇴했다. 은퇴 후 과연 ‘누구와’ 어울려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옆집 아이를 보고 이웃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됐고 그 때부터 마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아침만 되면 옆집 아이가 매일 같이 우는 거에요. 출근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었던 거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마을살이 강좌를 알게 됐고 반가운 마음으로 배우며 지금 이렇게 커뮤니티 활동까지 하게 됐죠”
변영수(64·남) 씨는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아파트 입주민대표 등을 상대로 윤리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한지 벌써 8년째다. 그는 마을살이 과정의 매력으로 다양한 일상을 배우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마을살이 과정을 거치면서 동네에서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어요. 특히 다양한 일상을 접하고 배우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보람 있게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공간 아닌 사람과 사람 관계”…은퇴 후 주체적인 삶 위해 공동체 염려하는 사람들
커뮤니티 일원들은 ‘마을살이’의 개념이 한정된 지역(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야 말로 ‘마을살이’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하루는 옆집 아이가 매우 예쁘게 인사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너 오늘부터 우리 동네 인사반장 하라’고 얘기해주니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때부터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기 시작했어요. 몇몇 엄마들은 사탕을 주는 것을 못마땅해 하기도 했죠. 이를 걱정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사탕 건네는 일을 그만 두게 됐죠”
“한 달여쯤 지났을까요. 한 아이 엄마가 선물을 주더군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이었어요. 갑작스럽게 준 선물은 그동안 아이에게 잘해줘서 고맙단 의미였어요. 그 때 느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구나. 마을살이 실천이 실패한 것은 아니구나 하고 말이죠”
신봉선 회장은 관계 맺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공간이 아닌 사람의 관계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이 살아가며 관계를 맺게 되는데 바로 이 관계의 형성이야말로 ‘마을살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을살이도 진화해요. 예전에 강의를 들을 때 강사분도 해주신 말이죠. 처음에는 무언가를 바꾸려는 의욕을 보였지만 지금은 이웃 간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의 커뮤니티도 일종의 ‘마을살이’라 보시면 됩니다. 떨어진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맺는 것이니까요”
‘누구나 가치 있고 여유롭게 여생을 보내고픈 욕망이 있다’고 강조한 변영수 씨는 50플러스 재단의 교육체계가 100세 시대 후반부 인생을 준비하는데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장미숙 씨는 은퇴를 앞둔 많은 이들이 여전히 무언가 배우길 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미 있는 교육이라고 칭송했다. 방억 씨는 장 씨의 이 같은 발언에 동감하며 자신이 꿈꾸는 활동을 들려주기도 했다.
“60대 이상 고급 인력들이 너무 아까워요. 고학력자 노인들 대다수가 허드렛일만 하는 것이 현실이죠. 비단 고학력자들 뿐 아니라 평생 특정 분야에 매진해 전문가로 거듭나 온 이들이죠. 국가적 낭비 아니겠어요. 개인적으로 이들을 위한 공익적인 일을 직접 진행해 볼 계획이에요”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