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 표지석에 누군가 낙서한 사건이 지난 8일과 17일 두 차례나 발생했다. 가로 3m, 세로 2.5m 크기의 표지석 앞뒤에 누군가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욕설을 적어놓은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역사 화해 차원에서 추진됐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는 2001년 서울시와 토지 무상제공 및 도서관 운영 협약을 체결한 후 사업을 주관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건물 완공 이후에도 공공도서관이 아직까지 문을 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여론이 무성히 일었다. 현재까지도 공공도서관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공도서관 부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사안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박정희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둘러싼 각종 잡음과 이를 둘러싼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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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 위치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이하·박정희도서관)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건물 완공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공공도서관 개관이 이뤄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공공도서관 개장이 늦어지는 배경에 사업을 주도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박정희재단)과 서울시 간에 갈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현재 여론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소유주인 서울시가 한 발 물러나 도서관 개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박정희도서관은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와 난지천 공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울지하철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 출구에서 약 1km가량 떨어진 곳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정희도서관 건물은 대지면적 1만1099.1㎡(약 3357평), 연면적은 5272.5㎡(약 1595평) 등의 규모다. 지상 3층 구조로 지어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박정희도서관 부지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부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이 건물이 위치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1㎡당 48만5400원으로 공시지가 기준 토지가격만 5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가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기섭 빌딩맨 대표는 “박정희도서관이 위치한 토지는 모두 서울시 등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거래 사례가 없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가치를 계산하려면 공시지가에 따른 가격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는데, 실제 가치와 공시지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대통령 기념 도서관, 준공 5년째 공공도서관 개장 지지부진
현재 박정희도서관 건물의 1층과 2층의 절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전시실이 자리 잡고 있다. 전시실에는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 등의 업적이 담긴 사진·기록물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3층과 2층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공간은 출입금지 상태로 방치돼 있다. 당초 이곳은 공공도서관으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박정희도서관은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다르다. 토지 소유주는 서울특별시다. 건물 소유주는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다.
박정희도서관은 전 국민 화합차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당시 행정자치부(현·행정안전부)는 서울시에 부지사용 협조를 요청했고, 당시 고건 서울시장이 요청을 받아들여 사업이 본격화 됐다. 서울시는 사업을 주도할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와 2001년 12월 31일 협약을 체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박정희재단에 위탁관리를 맡기는 대신 공공도서관 운영과 완공된 건물의 기부채납을 약속받고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준공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2012년 기념관은 개관했지만 도서관은 5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2012년 2월 협약서 내용대로 서울시에 완공된 건물의 기부채납을 신청했다. 동시에 공공도서관 운영을 위해 별도로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서울시내에 존재하는 공공도서관의 운영비를 서울시가 충당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공도서관 운영비 지원을 거부했다.
지난 2013년 2월 박정희재단은 박정희도서관의 완전한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해 부지 매입 의사를 밝혔다. 재정적 부담은 있겠지만 운영비 지원 없이 공공도서관 운영을 지속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부지매입 시도는 무산됐다. 특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도서관 개관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1만 세대 넘는 주거밀집지역…학생·시민 위한 도서관 전무
박정희도서관 인근에는 상암초등학교, 상암중학교, 상암고등학교, 상지초등학교 등 총 4개의 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들 학교는 모두 박정희도서관으로부터 반경 500m 내에 위치해 있다. 이곳 지역은 학생들의 밀집도가 높지만 변변찮은 도서관이 없어 그동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현지(18·여) 양은 “학교를 제외하면 공부할 곳이라고는 70석 규모의 문화센터 한 곳 밖에 없다”며 “그나마 있는 문화센터 독서실마저도 좌석이 항상 부족해 이용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상임동 일대 도서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학생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높았다. 상임동 인근에는 총 12개 단지로 구성된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12단지 세대수를 모두 합치면 8176세대에 달하지만 변변한 도서관이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상임동 일대에 위치한 상임휴먼시아아파트단지와 속칭 ‘상암 옛마을’로 칭해지는 상암2-1주거환경개선지구까지 합치면 상암동일대에는 약 1만세대가 거주하고 있다”며 “이곳 주민 대부분이 박정희도서관 완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어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임월드컵파크 7단지 아파트 인근에 거주 중인 박혜인(35·여) 씨는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주거지 근처에 도서관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현상이다”며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들어선다고 들은 지가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문을 열었다는 소리가 없어서 답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박정희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말하기 힘들지만 조만간 도서관이 개장을 할 예정이다”며 “현재 소장 예정도서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서 도서관의 개장이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 이익 위한 타협 촉구…“내 돈으로 무료공공시설 운영이 가당키나 한가”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건물 소유권은 시가 가지면서 공공도서관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운영비를 직접 마련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손수 건물을 지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되 서울시가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직접 건물을 소유하게 해주면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조달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현재 여론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돈을 들여 건물을 짓고 공짜로 넘겨준 것도 모자라 그곳에 위치한 공공도서관까지 자비로 운영하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관리·운영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운영비는 서울시가 각자 부담하는 게 상식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내 타 공공도서관의 경우에도 대부분 서울시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특히 재단이 건물 소유권을 넘겨주면 자비를 들여 공공도서관을 운영한다는 데도 서울시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들의 세금도 아끼고 일대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도서관도 제공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분리 소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집합건물로 분할 해 기념관 부분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공공도서관 부분은 서울시가 각각 소유·관리하면 분쟁거리가 사라져버린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토지를 전부 재단에 파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집합건물로 전환해 전시실 부분과 도서관 부분을 나눠 도서관은 서울시가 소유하면서 직영하고 나머지는 기념관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그동안 많은 돈이 투입된 만큼 건물의 절반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다”고 강조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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