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환경부가 발표한 ‘2016 전국 폐광산 주변지역 토양 오염실태조사’에 따르면 폐금속광산 17곳, 폐석탄광산 7곳, 폐석면광산 등 석면물질 함유광산 4곳 등 총 28곳의 폐광산에서 토양 오염 여부가 확인됐다. 특히 폐석면광산 등 석면물질 함유 광산 4곳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 관련 성분이 발견됐다. 폐석면광산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석면 수입이 끊기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석면광산들은 지난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에 모두 문을 닫아 현재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이들 광산이 문을 닫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입구 봉쇄 등 이렇다 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주변 지역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 성분이 지속적으로 검출되자 광산 내 석면 물질이 공기중으로 유입,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석면이 검출된 지역을 직접 찾아 폐광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일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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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청양=이경엽 기자]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 석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채굴이 이뤄지지 않는 석면 광산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폐석면광산에서 발생한 석면이 공기 중에 유입돼 확산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에 떨고 있다. 광산 인근 지역 토양에서 석면이 검출되고, 폐암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석면은 자연에서 채취되는 광물성 섬유를 일컫는 말로 크게 백석면, 청석면, 갈석면 등으로 나뉜다. 돌솜·돌면·돌섬유라고 불릴 정도로 형태는 돌이지만 섬유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다. 내화성, 단열성, 내구성, 유연성 등이 뛰어나 단열재, 내화재, 방화재 등으로 사용된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에서 지정한 1등급 발암물질이다.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이 탓에 백석면을 제외한 청석면, 갈석면 등은 2003년부터 사용이 완전 금지됐다. 유일하게 사용이 허용된 백석면 역시 지방노동청의 허가 없이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석면이 미세한 섬유입자로 부서지면 공기 중에 유입돼 빠르게 확산된다. 섬유입자가 포함된 공기를 마시게 되면 폐암 등의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영하 한국환경공단 석면피해구제팀 담당자는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 호흡기, 소화기, 피부를 통한 피해로 나눌 수 있다”며 “보통 호흡기를 통한 피해가 가장 크지만 피부 등을 통한 피해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석면 폐광 무방비 노출, 1급 발암물질 공기 중 유입 ‘심각’
스카이데일리는 주민들이 석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을 직접 찾았다. 충청남도 일대에 위치한 폐석면광산 두 곳이었다. 광산은 폐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인근 주민들의 석면 확산 공포는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적으로 찾은 곳은 충남 공주시 유구읍 덕곡리에 위치한 구 ‘대화광산’이다. 과거 석면 채굴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던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인 1970년대에 문을 닫았다. 폐광 입구는 수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폐광 내에서는 석면이 포함된 공기가 꾸준히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대 지역 토양에서 발견된 석면 물질이 그 증거였다. 공기중에 유입된 석면 물질이 땅위로 가라앉은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대화광산 인근 지역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조사지점 735개 중 총 44개 지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검출된 석면의 종류는 ‘트래몰라이트’라는 광물로 바늘모양·무색의 특징을 가진 석면의 일종이다.
석면이 검출된 지역의 총 면적은 약 9만㎡(약 2만7000평)에 달했다. 이중 25개 지점에서는 0.25% 이상, 13개 지점에서는 0.5% 이상의 석면이 각각 검출됐다. 0.75% 이상 검출된 곳은 4곳, 1% 이상이 검출된 지역도 2곳이나 됐다. 당장 정화가 시급한 오염 지역은 총 2개 필지 2069㎡(약 626평)로 조사됐다.
폐탄광 일대 토지에서 인체에 해로운 석면 성분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화광산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고 있던 박복선(74·여)씨는 “예전에는 석면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지냈는데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석면광산에 대한 두려이 생겼다”며 “특히 동네에서는 유난히 폐암 등 석면이 원인으로 지목된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오남순(66·여)씨 역시 마을의 토지에 아직도 석면 성분이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오씨는 “며칠 전 아랫집 아저씨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이 마을은 다른 마을보다 유난히 폐암 환자와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편이다”고 전했다. 이어 “농사를 주로 짓고 사는 이 마을 주민들에게 토지 오염은 심각한 사안이다”며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예방대책을 세워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주민 40명중 30명이 폐암…대책마련 요구에 정부 ‘나 몰라라’
폐석면탄광을 봉쇄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사례도 포착됐다.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에 위치한 폐석면광산은 건설물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강정리를 찾았을 때 마을회관 등 마을 곳곳에 빨간색 바탕의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플래카드에는 ‘침묵의 살인자, 그 이름은 석면입니다’ 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건설물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되는 폐광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여진 입구 뒤쪽으로는 중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편에는 토사가 한 가득 쌓여 있었다. 석면광산 채굴이 중단되자 건설폐기물 등을 버리는 장소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폐광 내에 폐기물들을 버리는 과정에서 바닥이나 벽면에 붙은 석면 물질이 공기중에 유입된다. 사실상 석면 채굴을 중단한 의미가 사라진 셈이다.
환경부 조사결과 이곳 폐광 주변 지역의 토양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는데 면적으로 따지만 약 4.7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이 검출된 25개 지점 중 23개 지점에서는 0.25% 이상, 2개 지점에서는 0.5% 이상 석면이 검출됐다. 1% 이상이 검출된 지역도 각각 4곳이나 됐다. 최고농도는 2.9%로 조사됐다. 당장 정화가 필요한 면적은 총 4개 필지 4855㎡(약 1468평)에 달했다. 검출된 석면의 종류는 ‘트래몰라이트’였다.
이곳 주민들은 폐석면광산을 봉쇄하지 않고 버젓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데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성필 강정리 노인회장은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보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 2~3년새에 사망한 주민 40명 중에서 폐암 등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3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얼마 전 인근 병원에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단체 건강 검진을 실시한 적이 있다”며 “진단 결과 마을 주민 대부분이 석면이 원인인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마을 전체가 충격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인근에 거주하는 이병국(80·남)씨 석면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그냥 늙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정확한 병명은 생각이 안 나지만 석면으로 인한 피해로 인해 폐 쪽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석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1m의 두꺼운 토사로 폐광을 덮어서 석면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우리 동네 폐석면광산의 경우 그런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갱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답답할 다름이다”고 덧붙였다.
주목되는 사실은 석면 피해가 우려되는 두 지역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유관기관인 환경부는 마땅한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까지 내비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는 조사만 할 뿐 피해 복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복구를 해야 하는지 방법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면 유출 피해자인 일대 지역 주민들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며 “환경공단 등 외부기관에 피해 복구를 떠넘길 것이 아니라 환경부가 직접 나서서 폐석면광산으로 인한 피해 예방 및 복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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