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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청라신도시 주변 악취 논란
인천공장 의문의 가스냄새…발암물질 공포감 재현
잠자다 깰 정도로 상황 심각…주민들 “과거 유출사례 있어 의심”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28 16:18:46
인천 서구에 위치한 청라신도시는 과거 드넓은 갯벌이었다. 갯벌을 메워 그곳에 공장과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결과, 현재는 인구 10만명에 이르는 신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곳은 악취를 호소하는 주민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주변에 5개의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수도권매립지, 서부산업단지 등 악취를 일으킬만한 다양한 시설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은 신도시 조성 이전부터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없애거나 이전할 수도 없도 상황이었다. 해당 지자체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무색 공포나 다름없는 악취 피해를 막을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들의 피해 규모는 날로 커졌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부터 원인불명의 가스냄새까지 확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다가 깰 정도의 극심한 악취에 주민들은 혹시나 모를 가스폭발 발생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모습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인천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을 주목했다. 특히 수년 전 해당 공장에서 가스냄새 이후 발암물질 누출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혹시나 모를 사고의 재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인천 서구에 위치한 청라신도시를 찾아 주민들의 악취 피해 상황 및 이에 대한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최근 청라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스냄새로 인한 악취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잠이 깰 정도의 극심한 악취에 주민들은 혹시나 모를 가스폭발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인근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지목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그룹 주력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다. 사진은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스카이데일리
 
최근 청라신도시를 포함한 인천 서구가 떠들썩하다. 원인 불명의 가스냄새가 수일 째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두통 및 메스꺼움, 눈의 충혈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 중 상당수가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지목해 주목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정유공정 과정을 거쳐 휘발유, 경유, 등유, 벙커씨유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자연스레 책임은 SK이노베이션을 향하는 분위기다. 주민들 중 상당수는 SK그룹 맏형 계열사이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주축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주민은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기업이 대기업 주력계열사라는 점이 안타깝다”며 “결국 SK그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주민건강 위협하는 가스냄새 주범 SK석화” VS “냄새 샐 수 있지만 기준치 안넘어”
 
인천 서구 지역은 악취가 심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2014년 인천 전 지역에서 접수된 악취 관련 민원이 총 2469건으로 그 중 1927건(78%)이 서구에서 발생됐다. 악취배출업소는 1000곳이 넘는다. 악취에 노출된 주민들 중 상당수는 유독 가스냄새가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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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야당동에 거주하는 김수연(36) 씨는 “하루는 새벽에 자다가 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집에 도시가스가 새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며 “알고 보니 밖에서 나는 냄새였는데,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로 문을 닫았지만 이러다가는 가스폭발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스냄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주민은 비단 김 씨 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주민 대다수가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 이날 인천 서구 전역에는 가스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쳐 인천 서구청에만 15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보다 10배가 넘는 숫자였다.
 
▲ 최근 일어났던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SK석유화학 공장이 지목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됐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여러번 발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심각한 가스냄새 이후 발암물질인 ‘나프타’가 유출된 사실이 밝혀진 적 있어 주민들은 끔찍한 사건의 재현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SK석유화학 공장 ⓒ스카이데일리
    
당시 구청은 최초로 민원이 접수된 지역이 북항의 부두 인근인 점과 21일 오후 서구지역에 남서풍과 남풍이 불었던 점을 고려해 청라지역 남쪽에서 냄새가 북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직까진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 대부분은 가스냄새로 인한 피해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는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한 기업의 공장을 지목했다. 바로 인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이하·SK석화)’ 공장이다.
 
SK석화 공장 부지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130만㎡(약 39만평), 율도 지역 35만㎡(약 11만평) 등 초 165만㎡(약 50만평)에 달한다. SK석화 공장은 가스냄새로 인한 주민피해가 특히 심각한 지역으로부터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정유공정을 통해 LPG(가스), 등유(항공유), 경유(디젤), 휘발유(가솔린), 아스팔트 등의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인천 서구 청라에 거주하는 박진모(41·가명) 씨는 “매일 가스 냄새가 나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며 “이제는 노이로제가 걸려서 날씨가 좋거나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도 문을 닫고 산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오주형(46) 씨는 “아이들과 차를 몰고 서구 지역의 SK석화 앞을 지나기만 하면 가스냄새가 차 안으로 확 들어온다”며 “목이 따끔할 정도로 심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다”고 전했다.
 
SK석화 관계자는 “여름철만 되면 주변 회사에도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내부적으로 공정에 대한 점검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물론 탱크에서 가스원액을 넘기는 과정에서 냄새가 새어나갈 수는 있지만 기준치가 넘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지목 당하는 것은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2014년 심각한 악취발생 후 발암물질 유출 사실 밝혀져…“이번에도 혹시”
 
▲ 주민들이 가스냄새의 근원지로 SK석화를 꼽자 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석화 측은 평소 철저한 점검을 하고 있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스냄새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주민과 SK석화 간의 미묘한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SK인천석유화학 본사 입구 ⓒ스카이데일리
      
대다수의 주민들은 가스를 취급한다는 것만으로 SK석화를 지목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3년 전 SK화학에서 발암물질 유출사고가 있었고 그 중간에도 몇 번 소동을 빚은 점이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발암물질 유출사고 발생 당시에도 이번에 난 가스냄새와 비슷했다며 상당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아 주목됐다.
 
인천 서구청 및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월 새벽 청라국제도시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700건 이상 접수됐다. 당시 구청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SK석화에서 나프타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나프타 유출은 회사 직원이 저유조를 냉각시키는 스프링클러의 배출밸브를 잠그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프타는 오랫동안 흡입하거나 피부에 접촉할 경우 암 유발과 피부 부식, 생식세포 변이 등을 일으키는 유해화학 물질이다.
 
서구청이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데 따른 결과 파라핀(88.6%), 나프텐(8.2%), 벤젠(3.09%), 톨루엔(0.14%), 올레핀(0.01%) 등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 봄에도 직원의 실수로 가스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는 점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인천녹색환경연합 조강희 대표는 “지난 봄에도 SK석화 공장 내부에 위치한 벚꽃 동산에서 가스 유출이 있었다”며 “당시 직원이 가스저장실의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유출됐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독한 가스냄새는 심각한 문제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학교 김성현 환경공학과 교수는 “냄새가 일시적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지속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장주변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냄새가 난다고 하는 거주 지역에서도 조사해 성분을 채취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악취는 삶의 질은 물론 건강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관리기관에서도 각별히 힘을 써야하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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