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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노인특화거리

어르신 외면에 노숙자천국 된 ‘박원순표 실버거리’

노인·상인 반응 냉랭…“100m 남짓한 거리에 보여주기식 요소만 잔뜩”

정수민기자(smju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11-14 18: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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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 등으로 각각 일컫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당초 통계청이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예측한 시기보다 약 1년여 정도 빠른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678만명인데 그 중 약 20%인 126만명이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의 자발적인 노인복지 관련 정책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서울시 역시 노인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특화거리, 고령친화마을 등의 조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두 가지 활동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의 노인특화거리 조성 실태와 이에 대한 노인 및 인근 상인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종로17길에 위치한 100m 남짓의 길이의 ‘락희거리’는 지난해 11월 조성됐다. 서울시는 이곳에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노인들을 위한 거리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하지만 노숙자, 쓰레기, 소동 등 끊이지 않는 잡음으로 주변 상인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노인들도 찾지 않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에 위치한 락희거리 ⓒ스카이데일리
 
서울시의 ‘노인특화거리’ 조성 행보를 두고 각종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노인특화거리를 표방했지만 정작 노인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변 상인 및 시민들 역시 노인특화거리 조성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화거리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까지 일고 있다. 당초 노인들을 위한 거리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노인층을 위한 또 다른 전용공간을 조성한다고 밝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령친화마을’ 시범 사업 확대가 그것이다. 기존에 조성한 노인특화거리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예산을 투입해 비슷한 사업을 추진할 의사를 내비치자 과도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고 오히려 얼굴만 화끈…노인도 상인도 달갑지 않은 노인특화거리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억6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인들이 많이 찾는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m 남짓한 구간에 ‘락희(樂喜)거리’를 조성했다. 어르신들이 즐겁고 기쁜 마음을 갖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락희거리는 연간 900만 명이 찾는다는 일본 도쿄의 스가모거리를 벤치마킹해 조성됐다. 도쿄의 스가모거리는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노인친화상점들이 위치해 노인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역시 락희거리를 노년층 친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은 교통, 디자인 등을 개선해 거리 전체를 지붕 없는 복지관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어르신우선 화장실 1개, 심장응급소 1개, 지팡이거치대 40개, 이심전심 매뉴얼11개, 큰 글자 메뉴판 25개. 간판 11개 등을 각각 교체했다.
 
서울시는 락희거리 주변 11개 상점을 ‘상냥한 가게’로 지정하기도 했다. 노인들은 상냥한 가게 앞에 표시된 ‘생수 제공’, ‘어르신우선 화장실’ 등을 보고 가게에 들어가 무료로 생수를 마시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락희거리는 조성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노인은 물론 인근 상인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간판을 대거 교체한 것 외에는 몸으로 느껴지는 편의가 전무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평소 락희거리를 종종 온다는 최허석(남·71) 씨는 “간판을 대거 바꾼 건 알겠는데 그것뿐이다”며 “탑골공원처럼 노인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나 편의시설도 하나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채 노인친화거리라고만 내세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락희거리 내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동심장충격기 1개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자동심장충격기 앞에는 임의적으로 오토바이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응급상황 발생 시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예상됐다.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환경개선을 통해 노인특화거리로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락희거리 내에는 노상방뇨, 노숙, 음주 등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위)과 락희거리 길바닥에 누워있는 노숙인 ⓒ스카이데일리
 
락희거리 초입에 위치한 락희세븐 무대 벽화는 노숙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락희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지나는 공간이지만 노숙자들의 공간으로 전락해 거리 전체에 대한 반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이숙희(여·64) 씨는 “종로를 자주 다니지만 락희거리 쪽은 탑골공원 뒷구석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예전부터 노숙자와 쓰레기가 많은 거리였는데 노인특화거리라고 조성한 이후에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노인특화거리 조성에 동참했던 상인들 역시 시 차원의 제대로 된 지원 없이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노인특화거리가 조성되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늘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 사실상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락희거리 내에서 유일하게 어르신 우선화장실을 제공하는 한 상인은 “화장실과 생수를 제공하는 한편 수도요금, 전기요금, 화장지, 생수 등도 모두 사비로 지출한다”며 “서울시는 간판, 지팡이 거치대 등 설치해주고 사진만 왕창 찍어간 게 전부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이후에도 이런저런 간섭을 해왔다”며 “화장실 문턱이 높다며 낮추라했고, 이발소 입구 계단도 편하게 하래서 바꿨더니 미끄럽다고 지적해서 미끄럼 방지띠를 직접 사다가 붙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락희거리 내에 위치한 가게뿐 아니라 인근 상인들 역시 서울시의 노인특화거리 조성에 비판어린 목소리를 높였다. 락희거리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종오(남·66) 씨는 “시에서 제대로 관리도 안하다보니 지저분한 건 기본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이 출동하는데 누가 오겠냐”며 “노인특화거리 조성할 돈으로 노숙자들이 재활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만드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시는 락희거리 주변의 11개 상점을 상냥한 가게로 지정하고 생수를 제공하도록 했다. 어르신 우선 화장실을 제공하는 상점은 1곳이다. 사진은 상냥한 가게 표지판(위)과 어르신 우선 화장실 ⓒ스카이데일리
  
락희거리를 조성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락희거리에서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며 “시는 상인들에게 벽화, 간판 등 환경 개선과 상점 내에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 등을 배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락희거리는 애초에 명소, 관광지를 만들고자 한 취지는 아니었다“며 ”원래 노숙인들이 많고 소동이 잦은 곳에 디자인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단초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리 조성 후 생기는 싸움, 소동 등의 문제를 위해서 종로구와 협력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시민평가단 운영실태 현장점검, 락희거리 점검관련 간담회 등은 운영 점검을 담당하는 부서가 진행해 우리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인특화거리, 고령친화마을 등 어르신들 앞세운 전시행정” 분분
 
서울시는 올해 고령친화마을 시범사업지 3곳을 선정했다.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은 상점 중심의 고령친화마을 조성이 주된 목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밝힌 고령친화마을 시범사업지는 △종로구 락희거리·송해길 △동작구 성대시장 △은평구 신응암시장 3곳이다.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내 주변 상점들의 환경을 개선해 ‘어르신 친화상점’을 조성하고 ‘고령친화마을’을 만들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올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3곳을 포함해 내후년까지 총 10개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인특화거리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올해 고령친화마을 시범사업지를 확대한다고 밝히자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노인특화거리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와 달리 전시행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작구 성대시장 부근에서 만난 김원종(남·74) 씨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괜히 돈만 날리는 것밖에 안 된다”며 “이름은 그럴싸 하지만 상점 개선만으로는 노인복지가 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시장 안에 노점 장사하는 어르신들 복지나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복지본부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참여를 원하는 상인들에게 상점 내부 개선에 대한 신청을 받은 상태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상인들에게 ‘어르신 친화상점 가이드’를 통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 내년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정수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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