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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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국 관광산업의 적폐(上-바가지요금)
대한민국 위상 좀먹는 고질적 관광적폐 ‘바가지상술’
“깎는 게 매력” 전통시장 특히 심각…메뉴 바꿔치기 등 꼼수판매 기승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되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중요성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과거 2010년부터 3년 간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을 통해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목표를 달성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재차 같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관광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광산업을 위한 투자 및 제도개선이 시시각각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류 등 문화콘텐츠의 해외 인기를 앞세워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도 노력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현상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양적 성장은 일궈냈지만 아직까지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비한 측면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했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이데일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여 앞둔 가운데 한국 관광산업을 가로막는 적폐 현상들과 이에 대한 원인 및 해결 방안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요금 영업행태가 여전하다. 피해 외국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물건을 구매한 순간은 모르고 지난 뒤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를 저해시키고 재방문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이성은·길해성·이슬비 기자] 한국관광 산업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적폐로 꼽혔던 외국인 관광객 상대 ‘바가지요금’ 부과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는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특히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위상 깎아 내리는 관광메카…외국인은 할인가 19만원, 한국인은 15만원
 
스카이데일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 부과 실태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직접 외국인과 동행하기로 했다. 동행한 인물은 1년 전부터 한국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멕시코 국적의 쎄씨(Ceci·26·여) 씨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국관광의 메카로 불리는 동대문패션타운이다.
 
불야성을 이루는 ‘한국의 대표 쇼핑타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이곳을 자주 찾았다는 쎄씨 씨는 몇 차례 방문 후 이곳에 대해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쎄씨는 “한 가게에서 똑같은 옷을 나한테는 3만원에, 한국인에게 1만5000원에 파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며 “상인들이 요구하는 가격이 고객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또 한 번은 먼저 가게에 도착해 외투를 보는데 점원이 20만원이라 소개했다”며 “이어 한국인 친구가 도착했는데 그녀도 같은 옷에 관심을 보이자 일행인줄 몰랐던 점원은 그녀에게 16만원이라고 한국말로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쎄씨 씨는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적힌 가격대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면서 “하지만 한국에 와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은 점원이 가격을 부르고 고객들은 재차 가격을 깎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는 점 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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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와 동행한 이날도 사정은 비슷했다. 여행용 캐리어를 판매하는 매장에 쎄씨 씨가 먼저 들어섰다. 점원은 23만원이라 소개하며 선심을 쓰는 척 19만원까지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쎄씨 씨가 가게를 빠져나온 뒤 얼마 뒤 기자가 해당 캐리어의 가격을 묻자 점원은 “15만원까지 (판매가)가능하다”고 답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올해로 6년 째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미국인 크리스토퍼 목포드(Christopher Mockford·33·남, 이하·목포드) 씨도 바가지요금 피해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흥정문화가 바가지요금 피해를 부추기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목포드 씨는 “값을 흥정하고 깎는 것이 아시아 전통시장의 매력처럼 기술한 여행책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깎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점차 제 값을 알게 되고 한국인들로부터 관광지 상인들의 바가지 상술을 전해들은 뒤로는 매력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생활 7년차에 접어든다는 다니엘 크레이머(Daniel Kramer·35·남, 이하·크레이머) 씨도 본인의 피해 경험을 들려줬다. 크레이머 씨는 “처음에는 모르다가 뒤늦게 부당한 값을 치른 것을 깨닫는 것 같다”며 “과거 시금치·봄동 등을 좋아해 곧잘 집근처 시장에서 매번 5000원을 주고 작은 비닐봉지 한 봉지를 채워 집에 가곤 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그는 “하루는 시장 내 다른 가게를 찾아가 습관적으로 5000원을 내밀고 시금치를 달라고 하자 큰 비닐봉지 한 가득 채워줘 내가 5000원어치가 맞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면서 “집에서 가깝고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 매일 갔던 단골 가게를 찾았던 것인데 그 뒤로는 제 값이 명시된 대형마트를 찾는다”고 언급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선 바가지요금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피해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통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고국에 돌아간 후 뒤늦게 본인이 치른 값이 과도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을 포기하고 한국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갖는 정서적 보상으로 위안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명동·종로·홍대·광화문·동대문 등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바가지요금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일부는 “다소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긴 했으나 물을 곳도 마땅치 않고 여행 기분을 망치기 싫어 그냥 요구하는 대로 값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스카이데일리는 멕시코 여성과 동대문 패션타운을 동행해 봤다. 의류·잡화 매장에서 이 여성과 기자가 시간차를 두고 같은 모델의 가격을 문의했을 때 각기 다른 금액을 제시했다. 외국인 여성에 비싼 값을 요구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쇼핑타운 ⓒ스카이데일리
      
종로에서 만난 미국인 조쉬 에프런(Josh Efron·46·남) 씨는 “그나마 도시 또는 쇼핑·식당 규모가 크면 정확한 가격이 표시돼 있어 다행이었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며 “그럴 때 다소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만약 나중에라도 피해를 당한 것을 알게되면 한국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가격표시제 뒤 감춰진 진실…육류 등 부위 속이고 ‘깜깜이 영업’
 
상인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바가지요금이 예년보다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각국 언어로 된 메뉴명과 정확한 판매가격을 표기한 뒤부터 소위 ‘장난치는’ 가게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점포들은 여전히 외국인들 상대로 가격 장난을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의 한 식당 점주는 “외국인 상대로 높은 가격을 들먹이는 일은 노점상·시장상인들도 더 이상 안하는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이다”면서 “당국의 단속과 관련 규제 등이 강화됐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의식 또한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바가지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반응은 종로 포장마차 거리와 광장시장 등에서도 나타났다. 외부에 가격표시를 명시하지 않은 포장마차들의 전 메뉴의 가격을 표기한 메뉴판을 보여주며 바가지요금이 없음을 강조했으며 광장시장의 경우 각 매대 별로 판매되는 주요 품목의 값을 일일이 명시해 균일가로 판매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격표시제 후에도 일부 상인들의 그릇된 영업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외국인용 메뉴판을 따로 사용하거나 외국인 대상 판매 제품은 품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극장 인근 포장마차 촌을 즐겨 찾는다는 한 고객은 “포장마차는 외부에서 값을 확인할 수 없고 내부에서 점주가 내놓는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기 마련이다”면서 “한 번은 포장마차에서 안줏거리를 주문했는데 이어 들어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값이 다르게 표기된 메뉴판을 건네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정부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음식점 등에 옥외가격표시제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재래시장과 일부 한우·횟집 등에서 외국인용 메뉴판을 제작하거나 주문한 비싼 부위 대신 저렴한 부위를 내놓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바가지 상술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명동거리의 한 식당 외부에 펼쳐진 가격표 ⓒ스카이데일리
 
익명을 요구한 명동의 한 관광안내원은 “아무래도 외국인들은 바가지요금을 당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의가 적은 편이긴 한데 간혹 식당에서 값을 치르고 난 뒤 받은 영수증을 들이밀며 문의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먹은 고기의 질에 비해 1인분 당 가격이 높거나 먹은 양에 비해 과도한 금액이 청구됐다는 내용이 다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때때로 바가지요금이 확실하다고 느끼는 사례도 접하게 되는데 우리 같은 안내원 입장에서는 뭐 어떻게 제재를 가할 수도 없기 때문에 때때로 외국인에 ‘문제가 없다’고 전하기도 한다”면서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심정으로 그저 우리나라에서 좋은 기억만 안고가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고기)부위 바꿔치기’가 곧잘 일어나는 일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같은 소고기를 접하더라도 외국과 우리나라는 정형방식이 달라 각기 같은 부위라도 다른 모습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이를 악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영업이 성행한다는 의미였다.
 
이 상인은 “일부 가게들은 1등급 꽃등심을 주문한 외국인에게 등급이 낮은 등심을 내놓곤 한다”며 “이 경우 가게 입장에서는 값싼 부위를 고가에 판매할 수 있어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 적용할 수 없는 꼼수를 외국인에겐 보다 손쉽게 적용할 수 있어 가게들마다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를 찾는 외국인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관광불편신고접수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특히 2016년 1099건이 접수된 불편신고 중 상당수가 가격과 관련된 내용 들이다.
 
쇼핑의 경우 ‘불친절 및 가격시비’가 전체의 73.3%를 차지했으며 택시의 경우 47.0%가 ‘부당요금 징수 및 미터기사용 거부’ 등이었다. 가격표시제 실시 후 바가지가 사라졌다던 음식점의 경우 ‘서비스 불량’(39.3%)에 이어 ‘부당요금 징수’, ‘비싼 음식가격 및 가격표시불량’ 등이 나란히 17.9%를 차지했다.
 
[김도현·이슬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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