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올해 추진할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공정하고 균형 있는 문화 △국민의 삶을 바꾸는 문화 △혁신성장을 이끄는 문화 등 세 가지 목표를 세웠고 올해 말까지 국민들의 문화예술 관람률 80%를 달성시키겠다고 밝혔다. 2016년 문화예술 관람률은 78.3%다. 국민들이 향유하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은 영화에 집중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4% 상승한 2조3271억원을 기록했다. 영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다르게 국내 뮤지컬 산업은 정체기를 맞이했다. 지난 2016년 뮤지컬 관객 수는 전년대비 20.1% 급감했고 유료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45.1%로 전년 대비 3.6%p 줄었다. 뮤지컬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는 뮤지컬 산업의 티켓 가격 정책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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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 공연의 가격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나치게 비싸거나 들쭉날쭉한 고무줄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고른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문화·예술 수요는 영화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영화 관람률은 73.3%로 2년 전에 비해 7.5%p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대중음악·연예가 14.6%, 연극 13.0%, 미술 12.8%, 뮤지컬 10.2% 등의 순이었다.
공연산업 규모도 축소되는 추세다. 2016년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7480억원으로 전년(7815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공연시설과 단체의 연간 매출액을 합한 금액이다. 관객 수도 3064명으로 전년보다 20.1% 줄었다.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자들이 꼽은 공연산업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높은 관람비용이었다. 보완이 필요한 부문에서 ‘관람비용을 낮춰야한다’ 응답이 전체의 34.1%를 차지했다. 이어 △작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29.8%) △가까운 곳에서 열려야 한다(14.7%) △관련 정보가 많아져야 한다(10.3%) △더욱 자주 개최돼야 한다(8.4%) △이해하기 쉬운 행사가 많아져야 한다(2.6%) 순이었다.
사실상 소리만 들리는 자리도 맨 앞자리와 같은 가격…점점 넓어지는 이름만 VIP석
연극·뮤지컬 등 공연산업 규모의 감소의 원인으로 높은 관람비용이 꼽히는 가운데 뮤지컬 공연의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은 물론 고무줄 가격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일례로 지난달 6일부터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명성황후’는 관객 선호도가 높은 중앙 블록인 B, C, D구역 대부분을 무대에서 가까운 1열부터 가장 먼 16~18열까지 동일한 좌석 등급인 VIP로 지정했다. 무대와 거리가 멀어도 14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설정한 것이다.
무대에서 먼 좌석의 경우 사실상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관객들의 반응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마지막 열에서는 무대 위 배우가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크기로 보였다.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자세히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심지어 배우가 연기 도중 무대 안쪽으로 이동하면 배우의 얼굴 조차 구분이 어려웠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정은(33·여·가명) 씨는 “뮤지컬은 배우의 표정이나 감정이 중요한 장르라 좌석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1열과 마지막 열을 동일한 가격으로 정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배우가 보이는 크기가 확연히 다른데 같은 가격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우의 표정을 잘 살피기 어려운 자리를 앞좌석과 동일한 가격을 받으면 누가 이 뮤지컬을 보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좌석 등급 문제는 비단 ‘명성황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오는 7월과 6월 각각 공연을 앞둔 뮤지컬 ‘웃는남자’와 ‘번지점프를 하다’ 등도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좌석 가격 등급을 지나치게 넓게 잡는다는 게 공연 예약을 염두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오는 7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웃는남자’의 가격 정책은 공개하자마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웃는남자’ 주최 측은 공연이 잘 보이는 좌석인 1층 대부분을 R석(평일 14만원·주말 15만원)으로 설정했다. 2층은 1,·2열을 제외하고는 S석(12만원·13만원), 3층과 4층은 전부 A석(8만원·9만원), B석(6만원·7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1년에 공연 관람에 50~60만원을 지출하는 안정현(19·여) 씨는 ‘웃는남자’의 가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은 뮤지컬마니아들 사이에서 안 좋은 좌석으로 악명이 높다”며 “특히 4층은 무대와 거리가 너무 멀어 배우가 거의 보이지 않아 아무리 저렴해도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저렴한 자리를 7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좌석에 맞는 적절한 가격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높은 가격 등급의 범위를 넓게 잡는 것은 국내 공연시장의 매출액 대부분이 티켓판매 수입에서 얻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공연산업 매출액 6127억원 중 티켓판매액은 절반에 육박하는 48.8%(3650억원)였다.
시간 지나면 ‘떨이티겟’ 우후죽순 등장…공연문화 신뢰도에 의구심 ‘솔솔’
들쭉날쭉한 고무줄 가격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정 기간에만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는 ‘타임세일’ 기간에 나오는 티켓, 여러 구매자가 물건을 싼 가격에 공동구매하는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티켓 등으로 사전에 티켓을 구매한 이들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달에 공연을 10회 이상 관람하는 뮤지컬마니아 이지은(25·여·가명) 씨는 “뮤지컬 팬들은 티켓이 오픈되는 날에 맞춰 예매하는데 일찍 예매할수록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공연이 임박하면 인터넷 등에서 갑자기 저렴한 티켓들이 올라와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지나치게 잦은 할인은 티켓 가격에 대한 불신도 낳고 있다. 일부러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원래 가격을 ‘할인 가격’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년에 약 50번 공연을 관람하는 현혜민(32·여) 씨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최대 70%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면 기존 판매가격이 더 비싸다고 느껴진다”며 “처음부터 특가를 염두에 둔 가격책정이 아니라 적정가격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 티켓 가격은 공연하는 당일에 몇 명이나 공연을 보는지와 이 공연이 며칠 동안 지속되는지에 따라 티켓 가격이 측정된다”며 “높은 매출을 얻으려면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들거나 장기간 공연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연 기간이 짧아 한 번에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르고 그러다보니 스타 배우를 섭외해 티켓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갖고 있다”며 “티켓 가격을 낮추고도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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