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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성북구 스마트앵커 건립 논란
탁상행정 논란 서울시 스마트앵커 ‘잠정 중단’ 결정
교통지옥 내 공장형 아파트 웬 말…주민들 집단 반발에 지자체 ‘주춤’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31 16:34:47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3조4400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는 봉제·수제화·주얼리 등 도심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앵커시설 20곳을 조성해 1000개 업체를 입주시키겠다고 밝혔다. 도심제조 스마트앵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은 중랑구·성북구(봉제), 중구(인쇄), 성동구(수제화) 등이다. 이 중 서울 성북구에 조성되는 약 200억원 규모의 스마트앵커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인근 주민들은 교통혼잡과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봉제업계 내에서도 사업부지 위치 선정부터 잘못 됐다며 사실상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성북구 스마트앵커 사업 예정 부지 인근 주민들의 입장과 해당 사업의 실효성 등을 진단해봤다.

▲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조성 예정인 스마트앵커시설이 계획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주민들은 학생들의 유일한 통학로이자 화재 및 재난 발생 시 소방로로 활용되는 도로의 혼잡을 우려했다. 사진은 성북구청에서 반대집회를 이어가는 비대위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성북구 내 조성 예정인 스마트앵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더불어 수혜 업종 내에서도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체증 상습지역 주택가·학교 한복판에 아파트형 공장 웬 말이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도시제조업 스마트앵커 조성 사업대상 후보지를 자치구 공모를 통해 모집했다. 당시 성북구청은 성북구 벤처창업지원센터와 월곡동 거주자 공용주차장 부지 등을 후보지로 신청했다.
 
서울시는 같은해 11월 후보지 현장실사를 거친 뒤 올해 초 사업 예정지로 성북구 월곡동 공용주차장 부지를 선정했다. 대지면적 650㎡(약 197평) 규모의 월곡동 공용주차장 부지에는 향후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봉제업 기반 스마트앵커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99억8700만원 가량이다.
 
그런데 사업이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봉제 공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차들이 수시로 오갈 가능성이 커 교통혼잡, 통학로 안전 문제 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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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해당 부지 인근에는 월곡래미안루나밸리, 삼성래미안라센트, 코업스타클래스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단독주택 밀집 지역도 조성돼 있다. 일신초·서울사대부설중·고, 동덕여대, 고려대 등 교육시설도 다수 자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6호선 월곡역이 도보거리에 위치해 있고 북부간선도로와 내부순환도로 진입이 수월해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편이다.
 
공용주차장 부지 인근 주택가에 거주하고 있는 최연정(70대·여) 씨는 “월곡역 앞에서 주민들이 반대서명을 하는 것을 보고 스마트앵커에 대해 듣게 됐다”며 “필요에 의해서 사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수십년째 교통체증이 이어지고 있는 주택단지 한 가운데 짓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성북구청이 후보지로 신청했다는 사실도 몰랐을 뿐더러 사업지로 거의 확정되고 나서야 그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게 가장 화가 난다”며 “교통 혼잡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수시로 물건을 실은 차량이 오고가는 봉제공장을 짓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김소라(46·여) 씨는 “이곳은 출퇴근 시간에 차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체가 심한 구간이다”며 “버스조차 갓길 진입이 어려워 도로 중간에서 승·하차해야할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정도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사업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사업과 관련해 안내장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지도=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스마트앵커에는 봉제업 관련 업체만 입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봉제업체 39개와 재단 및 마감업체 3개 등 약 42개 내외 제조업체를 비롯해 주민 편의시설, 공용공간, 지하주차장 등도 함께 마련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스마트앵커가 인근 초·중·고교 학생들이 오가는 유일한 통학로 중간에 조성돼 안전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대 지역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1일, 28일, 29일 성북구청과 서울시청을 방문해 스마트앵커 건립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 정현정(39·여) 씨는 “처음 이런 민원을 제기했을 때 구청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마련으로 회유를 시도했다”며 “아이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를 단순 편의시설로 타협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참으로 괘씸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박지연(42·여·가명) 씨는 “아파트는 단지 내에는 주차공간이 있어서 덜하지만 인근 주택가는 골목이 좁아서 차를 댈 공간이 협소하다”며 “그나마 공용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을 덜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주차를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용주차장 부지가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고 방치된 공간이었다면 다른 사업이 논의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했을 것이다”며 “주민들이 다 쓰는 공간에 봉제공장을 넣겠다는 발상은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소음·분진·안전사고 우려…최대수혜자 조차 반기지 않는 ‘서울시 탁상행정’
 
월곡동 공용주차장 부지의 봉제업 스마트앵커 사업지 선정 소식에 봉제업계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봉제업 특성상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연일 이어지기 때문에 주거단지에 자리하기 적합하지 않고 원단에서 발생하는 분진 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완제품을 소화하는 동대문·남대문시장 등 주요 패션특구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업 부지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월곡동에 거주하는 강학수(47·여) 씨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막상 스마트앵커가 마련되고 이곳에 입주하는 업체들이 좋아할지 의문이다”며 “도로가 혼잡해 경찰이 상시 교통정리를 할 정돈데 물류 배송도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199억원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데 실효성 조차 고민하지 않은 모습이다”며 “기존 동대문시장 뒤편에 자리한 봉제거리를 활성화시키고 첨단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박은원(50대·남) 씨는 “창신동 봉제거리가 조성되고 기존 그곳에 살던 사람들도 재봉틀 소리, 먼지 등으로 다 떠나고 봉제업체들만 남았다고 들었다”며 “하물며 아파트 단지는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거다”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인근 창신동 봉제거리에 자리한 봉제업계 종사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20년간 봉제공장을 운영하다 10년 전 봉제거리로 공장을 이전한 이남우(50대·남·가명) 씨는 “동대문, 남대문 등 이른바 ‘패션특구’로 불리는 시장 인근에 봉제공장들이 밀집한 이유는 패턴·샘플 작업부터 원·부자재 조달, 봉제, 포장 등에 이어 유통까지 한 번에 빠르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입을 열었다.
 
▲ 봉제업 종사자들은 스마트앵커 조성 예정지인 성북구 월곡동이 패션특구지역과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 및 분진 피해 가능성도 우려했다. 사진은 성북구 스마트앵커 사업 예정지(위)와 일대 도로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 씨는 “월곡 공용주차장 부지에 스마트앵커를 조성한다는 계획 자체가 봉제업계의 생리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나 다름없다”며 “스마트앵커 시설이 실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봉제기계 소리 등의 피해를 줄이려면 도심 한 가운데가 아니라 변두리에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한지석(60대·남) 씨는 “봉제산업의 기계화·첨단화에는 동의하지만 주거단지에 조성하다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쾌적하게 시설을 마련한다고 해도 소음도 심하고 먼지가 날릴 가능성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봉제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가까워야 하는데 스마트앵커에서 옷을 만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유통할 수 있다고 해도 기존 동대문, 남대문 등의 대표성을 가진 지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지금 봉제거리도 관광명소로 만들어놨지만 오토바이가 계속 들락날락하니까 결국 오는 사람도 없고 죽어버렸는데 주민 편의시설이 마련된다고 해서 주민들이 찾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 일자리경제과 창조사업 팀장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스마트앵커라고 하지만 사실상 아파트형 봉제공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봉제시설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주민들 편의시설도 다 들어가고 현재 주차시설도 확장해서 들어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민들이 스마트앵커 시설을 이른바 혐오시설로 바라보다보니 잡음이 생겨난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반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비대위까지 꾸려서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주민 협의체를 꾸려서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스마트앵커 팀장은 “서울시에서 사업비를 지원하지만 해당 사업 자체는 구청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이다”며 “주민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구청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사업을 잠정 중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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