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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일회용컵 인센티브 제도 실효성 논란
“고작 몇백원 혜택에 텀블러 들고 스타벅스 가라니”
일회용컵 할인혜택 실효성 논란…유인책과 강압적 규제 병행 필요성 제기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25 17:23:31
폐비닐과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특히 얼마 전 벌어졌던 ‘쓰레기 대란’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쓰레기 대란’은 환경부가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금지에 맞춰 관련 대책을 수립해 놓고 실행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등 재활용품 수거 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거를 해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사건을 말한다. 이 일이 있고난 후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 해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일회용컵 줄이기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기존 일회용컵 감축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환경부가 내놓은 일회용컵 줄이기 대책에 대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 환경부의 일회용컵 사용 감축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기존에 있어왔던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은 한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컵과 머그컵 사용 모습 ⓒ스카이데일리
 
일회용컵 사용 감축 위한 환경부의 대책을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 컵을 사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강화해 주겠다는 환경부의 대책에 대해 이미 기존에 시행 중인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4일 환경부는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 자원순환사회연대 등과 함께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협약을 통해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 텀블러 등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 협약에 의해 업체별로 상이(가격할인, 쿠폰제공 등)하게 제공하던 텀블러 사용 고객에 대한 혜택을 가격할인 제도로 통일하고 음료 판매액(아메리카노 커피 가격 기준)의 10% 수준인 100~400원 가격할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매장·소비자 모두 불편한 머그컵·텀블러 사용…전문가들 “규제와 인식계도 병행돼야”
 
환경부가 기존 머그컵·텀블러 사용 촉진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데 대해 소비자들은 물론 일선 매장 관계자들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의 협약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각 커피전문점에서는 여전히 다회용컵 대신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다. 수고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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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이수빈(여·30) 씨는 “커피숍에 들릴 때 마다 일일이 머그컵을 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게다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휴대도 불편하고 매번 세척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 데 과연 몇 백 원 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정도의 보상인 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역삼역 도넛 프랜차이즈에서 만난 이현우 씨(남·34)씨는 “할인혜택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만약 할인 혜택을 늘리더라도 일회용컵이 편리하기 때문에 (일회용컵을)계속 사용할 듯하다”고 말했다.
 
각 매장 직원들 역시 바쁜 시간대에 고객들에게 일일이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할인혜택을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머그컵 사용 권장 및 할인 혜택 안내는 번거롭기만 할 뿐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 자료: 환경부 ⓒ스카이데일리
 
환경시민단체 역시 할인 혜택의 유인책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보증금 제도 도입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방식의 보완은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했다가 회수율이 낮고 소비자들 또한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2008년 폐지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할인 혜택만으로는 텀블러·머그컵 등을 들고 오는 행위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할인제도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것이 아니라 기존혜택을 늘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컵 보증금 제도와 결합돼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보증금을 올리면 효과는 크게 나타나겠지만 미반환보증금 관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보증금을 실질적 가격 인상으로 느끼게 되면 소비자 저항이 커져 제도 도입의 방해요인이 될 수 있으니 소비자 선호도 조사 등을 토대로 적절한 보증금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다회용컵 촉진 정책은 홍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 중에는 텀블러 사용 시 할인 혜택이 부여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현재 스타벅스·할리스·커피빈 등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이미 300원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는 매장 내 안내문을 설치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일선 매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안내문을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권고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커피전문점의 경우 커피를 다 먹고 버리는 곳에 안내문이 비치돼 있기도 했다.
 
한 커피 전문점 매장 점주는 안내문 부착 위치를 묻는 질문을 듣고 나서야 “내일부터 붙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텀블러 사용 시 300원을 할인해 주는 제도 원래부터 있었지만 이용하는 고객들이 거의 없었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선제돼야 하지 싶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할인혜택 안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젠 텀블러 사용에 따른 혜택을 고객이 알 수 있도록 매장 내 할인 안내문 설치 등으로 적극 홍보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안내문 비치 장소는 업자의 권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실시해 협약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협약 이행이 미흡한 사업자와는 협약을 해지할 계획이다”며 “내년에는 컵보증금 제도도 도입해 실시할 계획인데 보증금 산정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가와 여러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는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강력한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고 선진국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독일은 페트병 하나도 리펀드해주는 게 거의 300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장원리에 의해 이득이 되면 소비자들은 움직이게 돼있다”며 “일회용품을 쓰지 않았을 때 경제적 효과도 크고, 환경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정책을 내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택 보다는 규제…“일회용 컵 사용 시 추가 금액 부여 방안 도입 시급”
   
▲ 유럽 등 해외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할인혜택처럼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부담금 매기는 방안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은 혜택 보다는 손실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내 쓰레기통과 일회용컵 사용자제 안내문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다회용컵 할인혜택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견해가 일고 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비닐봉투 사용 시 추가금액을 내는 것처럼 일회용컵 사용에도 추가금을 내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부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영국의 경우 기존에는 고객이 재사용 가능한 컵을 사용하면 0.25파운드를 할인해줬으나 최근 정부 보고서에서 할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자 당근(할인혜택)이 아닌 채찍(부담금부과)을 드는 것을 검토 중이다.부담금은 일명 ‘라떼 부담금’으로 불릴 예정이다. 이미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컵에 판매되는 음료 한잔당 5펜스(한화 약 75원)의 ‘라떼 부담금’을 받는 것을 시범운영 중이다.
 
온라인 경제잡지 QUARTZ에 기고된 ‘The behavioral economics that explain why we need a tax on disposable coffee cups(일회용 커피컵에 부담금을 부과해야하는 이유: 행동 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라떼 부담금’이 현재 할인 정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를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바로 ‘손실 혐오(loss aversion)’와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다.
 
‘손실 혐오’는 사람들이 손실로 인해 느끼는 좋지 않은 감정이 이익으로 인해 느끼는 좋은 감정보다 두 배나 크다는 이론이다. 손실과 이익의 규모가 같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회용 컵 사용에 돈을 더 지불할 때 재활용 컵을 가져오면 같은 금액의 할인 보다 훨씬 더 손실로 느낀다는 설명이다.
 
‘앵커링 효과’에 따르면 보통 커피를 사면서 지불하는 가격에 ‘앵커(닻)’라는 기준점을 갖고 있는데 부담금이 추가돼 커피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할인 이익 보다 세금을 내서 손실을 입었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를 메우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재활용 컵을 사용해 할인 혜택의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것보다 ‘라떼 부담금’이라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규제가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역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대학생 김진경(여·25) 씨는 “실효성만 따지고 보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실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할인 보다 효과가 더 있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문호(32·남·가명) 씨는 “할인혜택을 주더라도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며 “강제적으로 일회용컵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과가 더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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