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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조성우·강주현·나수완 기자]강원도는 한반도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휴전선을 경계로 허리가 잘린 한반도처럼 강원도 역시 휴전선이 도를 가로지르고 있어서다.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발맞춰 강원도 내에서 새로운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험준한 지형과 휴전선 등으로 인해 타 지역에 개발이 더디게 진행된 강원도는 남북 교류가 활성화 될 경우 각종 개발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 북한과 접경하는 지역은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고성이다. 지금은 끊긴 동해선 철로 연결이 논의되고 한 때 금강산 육로관광이 이뤄졌던 7번국도 중심의 개발이 속속 가시화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고성과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인제 역시 남북경협 훈풍이 전해지는 추세다.
한반도 관광 랜드마크 급부상 가능성에 강원도 고성군 일대 부동산 들썩
호랑이를 닮은 한반도 지형에서 척추에 해당하는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7번국도 최북단에는 고성 통일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원산에서 금강산까지 고속도로가 뚫린 상황이어서 고성과 금강산 구간만 연결된다면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북한을 넘어 중국 대륙까지도 육로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7번국도는 우리나라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개발계획의 중추 노선으로 꼽힌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가 1959년부터 추진 중인 이 계획은 아시아 곳곳의 수도·항구·산업중심지 등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21세기 실크로드’라 불리며 오랜 기간 추진됐다.
여러 나라를 관통해야 하는 도로 특성상 도로표준이 전제돼야 하는데 가장 합리적이고 알아보기 쉬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표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연결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북한-중국-유럽을 잇는 노선과 7번국도를 거쳐 북한-러시아-유럽을 잇는 노선의 북한구간 통행이 현재로선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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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하지만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아시안 하이웨이’ 개발계획의 실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덕분에 7번국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에 개발 기대 심리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기대 심리는 부동산 시세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고성의 지가상승률은 전국 최대수준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은 0.35%인 반면 고성은 1.03%를 기록했다.
통일전망대·해안가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성군 소재 G부동산 관계자는 “남북이 화해무드에 접어들면서 고성군 부동산에 대한 문의전화가 급격하게 늘고 직접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고성군 내 땅값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균적으로 15%~30%정도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륙지역보다는 해안가의 가격 상승폭이 높았다고 밝혔다. 관광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고 내륙지역보다는 개발이 쉽다는 게 이유였다.
아울러 민통선 인근 지역의 땅값 상승세도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 H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엔 3.3㎡(약 1평) 당 15~20만원에 내놓아도 안 팔리던 땅들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당 30~4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관광지로 개발하기 좋은 민통선 인근 바닷가는 50~60만원에도 거래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마다 호가는 높아졌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지역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며 “일례로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제진역 인근과 명파해수욕장 인근지역은 과거와 달리 토지주들도 매수 의지가 높아 거래량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고성군 내 대부분의 지역이 군사시설과 인접해 아직까지 왕래하기 불편하고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도 상당수다”며 “그럼에도 토지매입 의향을 밝히고 시세 등을 묻는 전화와 방문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과거 2000년대 초반 금강산관광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고 평가했다.
지역 주민 대다수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침체와 인구유출이란 악순환의 반복이 끊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특히 많았다. 고성군 주민 권문섭(남·83)씨는 “사람들이 찾지 않아 이곳의 상권이 대부분 죽었는데 평화시대를 맞이하며 발전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며 ”통일전망대를 중심으로 고성군이 국내 주요 관광지로 부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지역경제 침체 강원도 인제, 한반도 평화 훈풍 타고 개발 기대감 ‘솔솔’
강원도 지역 부동산에 부는 남북경협 훈풍은 고성에서 시작해 점차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철원은 5월 0.913%의 지가상승률을 기록하며 고성의 뒤를 이었고 인제·양구 등도 각각 0.2%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인제의 경우 북면을 중심으로 10~20% 수준의 거래가격 상승이 이뤄줘 눈길을 끌고 있다.
인제 I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원통면을 비롯해 현리와 기린면 등을 중심으로 문의전화가 늘었고 땅 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 평당 10만원대에 거래되던 땅이 20~30만원 수준으로 거래되기도 하는 땅값이 많이 오르긴 했으나 상황을 지켜보려는 땅 주인이 많아 매물로 나온 지역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인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주민들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토지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증가에 힘입어 외부인의 유입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인제군 주민 박광용(남·67)씨는 “양양고속도로의 개통 이후 인제를 찾는 사람이 없어 지역 상권이 많이 죽은 상황이다”며 “남북한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이곳 지역 경기가 한층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대 지역 부동산 시세 상승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면서도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서진영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남북경협으로 인한 접경지역의 땅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으나 가격의 장기적인 변동성을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로 당장에 투자수익을 얻기는 힘든 만큼도 성급하게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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