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중앙선관위)가 설립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국제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전자투개표기의 보안성에만 문제를 제기해 온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자개표기기를 납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A-WEB, 이곳의 관리·감독 기관인 중앙선관위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선관위는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며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산 투개표기 관련 구설수는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우려도 높게 일고 있다. 국민을 대신에 중앙선관위에 책임을 물어야 할 국회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선거 의혹 이라크선관위와 한국기업 유착의혹에 중앙선관위 책임론
A-WEB은 지난 2015년부터 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에콰도르·우즈베키스탄·피지·케냐·콩고·이라크 등 후진국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선거제도 해외 전파’ 사업을 진행했다. 전자개표기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MOU를 체결하고 중앙 서버를 무상으로 구축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A-WEB는 전자투·개표기 단말기 공급을 한국 기업인 미루시스템즈가 독점하도록 알선하는 등의 유착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국제사회에서는 “성능 검증이 되지 않아 보안이 취약한 전자개표기를 후진국에 공급할 경우 부정선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최근 이라크 총선거에 사용된 미루시스템즈의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외언론의 화살은 A-WEB를 향하고 있다. 나아가 A-WEB 관리·감독 기관인 중앙선관위와 한국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IHEC)와 계약한 한국기업인 미루시스템즈가 제공한 전자개표기는 부정행위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며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 결과 쿠르드족 지역인 술라이마니야와 키르쿠크 지역의 투표 집계 결과 불일치가 우려된다”며 “개표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전자개표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해킹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최고감사원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선관위는 미루시스템즈와의 계약과정에서) 계약 절차, 회사 문서 검사 및 전자개표기 결함에 대한 적절한 검사 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며 이라크 선관위와 미루스시템즈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이더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총선 개표조작과 관련해 비리와 부패로 혐의로 기소된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5명을 최근 해임 조치한데 이어 터키와 요르단의 해외 선거 사무소 책임자들도 해임했다. 이들에 대해 금융 비리와 선거결과 조작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기사 내용은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유수 언론사에 인용 보도되고 있다. 미국의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 인터넷 뉴스판에 기사 전문이 게재되는 등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국가신인도 추락 우려 속 국회 관리·감독 책임 망각한 중앙선관위 눈치보기 급급
국내에서의 비판 여론도 거세다. 한국의 투자전문 영자경제지 ‘더인베스터’는 보도를 통해 “미루시스템즈는 해외에서 많은 부패 의혹에 연루돼 있다”며 “미루시스템즈와 콩고 선거관리위원회(CENI)가 맺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은 전 세계 선거위원회와 연관된 A-WEB가 알선했다”고 밝혔다. 이는 A-WEB와 미루시스템즈, 해당 국가 선관위와의 유착의혹을 공식 거론한 보도로 해석됐다.
‘더인베스터’는 보도 내용에 “미루시스템즈의 전가개표기는 콩고 외에도 최근 몇 년간 중요한 선거 중 하나인 이라크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며 “이들 국가의 일부세력이 선거결과를 훔치고 싶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루시스템즈의 전자개표기는 의심스럽고 신뢰할 수 없다”는 이라크 기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6일 한국에 거주하는 콩고인 30여명은 판교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미루시스템즈 본사 인근에서 콩고에 전자개표기를 수출한데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콩고인은 전자투표를 원하지 않는다’, ‘투표기는 선거에 적합하지 않다’ ‘투표기는 보안 취약성이 약하다’ 등의 문구가 적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국회 관계자는 “A-WEB과 미루시스템즈의 유착관계는 해외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한국만 사태의 중대함을 모르는 것 같다”며 “해외언론은 이제 A-WEB의 문제점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콩고의 경우 7700만 인구의 3분의 2가 하루 1.90달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문맹율이 높은데다 전기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다”며 “그럼에도 콩고 선관위가 1억5000만 달러의 전자개표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은 부정선거를 저지르겠다는 것으로 밖에 비쳐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WEB과 미루시스템즈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A-WEB의 관리·감독 기관인 중앙선관위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만을 보여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선관위에 “이라크 문제 등 A-WEB과 관련해 각별히 신경 써 달라”며 “미루시스템즈는 선관위와 관련없다”는 말만 주고받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A-WEB의 해외협력 사업 전반을 주관하도록 돼 있다.
당시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라크에 미루시스템즈가 전자투․개표 장비를 수출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은 일단은 저희 선관위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A-WEB의 위상 제고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선거제도 전파 등을 추진해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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