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신발’로 잘 알려진 기능성 신발 ‘테네비스’(tenevis)를 만든 보림홀딩스 이헌재 대표는 뜻밖에도 호텔리어 출신이다.
신라호텔에서 20여년을 근무하다 2007년 테네비스의 유통부문 창립멤버로 입사했다. 테네비스는 당시 개발을 막 마치고 본격적인 유통을 시작할 단계였기 때문에 이 대표 같은 인재가 필요했다.
테네비스를 창업한 개발자는 연구개발만 전적으로 맡았고 유통은 전문가 손에 맡겼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난다 긴다 하는 유통전문가를 앞세웠지만 회사 사정은 악화됐다. 급기야 창업자는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때 이 대표는 과감하게 회사를 인수해 테네비스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이 직접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벨맨 부터 시작한 이 대표는 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호텔리어 생활에서 고질적인 요통을 얻었다. 테네비스 입사 후 직접 경험을 위해 기능성 신발을 신고 다녔다. 초기에는 허리가 더 아팠다. 뒷굽에 45도 경사쿠션을 넣어 몸의 무게 중심을 뒤쪽으로 3도 이동시키면서 일어난 일종의 명현현상이다.
신라호텔 호텔리어 출신…문 닫는 회사 인수해 키워
효과는 그다지 오래지않아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통증이 완화되면서 허리가 곧게 펴졌다. 이 대표는 호텔 세일즈파트에서 일한 경험과 자신의 치료 효과를 바탕삼아 영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 기능성신발 ‘춘추전국시대’가 왔다.
그러나 이들 신발이 퇴행성관절염이 족관절 부위에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통증 감소효과가 있지만 무릎 관절에는 충격 완화 효과 이외에 특별한 치료효과가 없다는 의사들의 소견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서서히 쪼그라들었다.
이 대표는 의료용품이 아닌 일반 공산품으로 병원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들은 ‘기능’이 없는 기능성신발이었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홀대 받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품 디자인과 기능이 나아지자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대웅제약, 에스콰이어, 유한킴벌리 등과 제품 개발, 도입, 유통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약은 쉽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될 듯 말 듯 하다가 어그러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는 척추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우리들병원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1일에는 우리들병원 전국병원 금요 화상컨퍼런스에도 이 대표가 직접 나가 ‘바른자세, 바른보행-45도 신발 테네비스’를 주제로 재활과 운동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관심 가졌지만 계약까진 이뤄지지 않아
이 대표는 “우리들병원에서 곧 판매가 되면 테네비스가 많은 분들의 재활과 밝고 건강한 걸음걸이가 될듯하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병원과 협의 중이고 판매를 우선하지 않고건강을 원하는 분들에게 진정으로 전달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의 관심은 기술력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테네비스는 오랜 시간 서 있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이 경우 치료 보다는 예방적 측면에서 좋다. 병원에서는 족저근막염을 비롯해 보행을 수월하게 하고 관절보호, 피로도 감소, 유산소 운동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공헌에도 일찍 관심을 가졌다. 유방암 환우들 모임인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가 매년 열고 있는 걷기대회를 7년째 후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의 부인 역시 지난해 모야모야병 발병으로 고생하다가 간신히 치료에 성공했다. 이 병은 이유 없이 뇌 속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이 대표 부인의 경우 보행이 어려웠는데 테네비스를 신고 재활을 해서 완치한 케이스다.
척추전문 우리들병원서 관심…병원 납품에 사활 걸어
이 대표는 이러한 소식을 가감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홍보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사례 중심의 ‘진심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았다. 스포츠연예인을 중심으로 테네비스 전도사들도 한몫했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은 신발을 신고 들고 다니면서 수많은 언론에 테네비스를 노출시켰다.
최근에는 배우 김가연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홍보해 주고 있다. 덕분에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김 씨는 프로게이머 임요환 씨 부인이다. 흔한 로드숍 하나 없는 가운데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것은 이런 든든한 후원자들 덕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일반인 손님으로는 파킨슨병을 앓았던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환자는 테네비스 홈페이지 사용후기란에 “지하철 환승하는 데 이삼십분이 걸려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신발의 스프링효과가 발뒷굽을 적당하게 밀어주고 구부려 있던 보행자세도 펴주니 당당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며 자신의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의 꿈은 어린 아이들 때부터 테네비스를 신기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 역시 테네비스를 신어서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발이 아직까지는 고가라 범용화 되긴 어렵지만 사용량이 늘면 가격도 그만큼 줄어들어서 점차 저가로 보급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소망은 우리들병원 납품이 성사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소망은 사실상 사활을 건 마지막 카드다. 일반 공산품이 기능성을 인정받아 병원에 납품되는 사례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해외 시장도 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이 대표의 승부수가 반드시 성사되길 기원한다.
이 칼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생면유지’(알고는 있었으나 만나긴 처음) 페이스북 친구를 만나 인터뷰와 식사를 했다. 기능성신발 시장의 몰락이라는 나쁜 환경 속에서 홀로 분전하는, 한마디로 악전고투 하는 모습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기능성신발은 마케팅이 가장 힘들다”는 그의 호소가 “마케팅 참 재밌는 걸!”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box1#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