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빌려주는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모빌리티, 숙박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다르다. 공유경제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와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첫 의제로 승차 공유 문제 해결을 내세웠지만 택시 업계의 거부로 1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미래 산업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혁신성장 주도해야”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앞 다퉈 진출하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공유경제 시장에서 유독 뒤처진 국가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그 이유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가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출됐다. 이날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카풀 앱을 출시하자 택시업계는 운행을 중단한 채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내에서 승차공유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규제에 묶여 있는 상태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택시업계 반발 및 서울시와의 마찰로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되는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늘리려다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심야에 전세버스를 활용한 승객운송 서비스를 선보인 콜버스도 국토교통부가 영업범위를 제한하자 사업을 변경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와 운송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사업을 접거나 대기업에 흡수당하는 사이 이 분야에 투자하려던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SK,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이 우버, 디디추싱과 동남아시아 그랩 등에 투자한 금액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운수산업의 세계적 패러다임이 이미 차량 공유로 넘어가고 있지만 한국만 기술 혁신이 몰고 오는 변화를 끝까지 외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기존 산업 기득권층의 격렬한 반대가 자리하고 있다. 승차공유 사업에 대해 택시 업계는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규제 해소 역시 이들의 반발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56.0%로 집계됐다.
최근 출퇴근 시간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최은진(26·여)씨는 "해외여행을 할 때면 우버, 그랩 등 다양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정말 편리했다"며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자기 밥그릇 챙기기 급급해 무조건적으로 신산업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차공유 서비스 이용자 송진명(31·남)씨는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서비스 반대를 위해 파업하니까 오히려 길거리가 한산해서 좋았다”며 “불친절, 안전이 뒤떨어지는 등 공정한 경쟁 없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만 하는 택시업계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이러한 행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막는 무지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기존 운송업계와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며 규제를 궁리하거나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적절하게 중재하고 신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해 국민들이 보다 다양하고 경제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숙박공유도 승차공유 서비스와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 업체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 내국인이 전체의 65%(123만명)에 이를 만큼 국내 숙박공유 산업은 이미 대중화됐다. 하지만 호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로 관련 법 개정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그 사이 수많은 에어비앤비 숙소 제공자들은 본의아니 게 범법자가 돼가고 있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카풀업체들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기득권에 발목 잡혀 관련 산업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며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흐름에 발맞춰 나가지 못하면 결국 우리나라만 뒤쳐질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문제도 운행 시간이나 횟수에 제한을 두는 등 일부 제약을 두면서 논의한다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시작이 반인데 시작도 못 한다면 결국 정부에서 외치는 공유경제 활성화는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국내 첫 숙박공유 스타트업인 ‘코자자’를 설립한 조산구 위홈 대표는 “2011년 법 개정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숙박업계의 반대로 내국인은 도시지역 주거시설에서 집을 빌려주거나 빌릴 수 없는 상황은 여전하다”며 “정부가 공유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식은 높아졌지만 전체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할 큰 그림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각 분야에 걸쳐 깊숙이 뿌리 박혀 개혁을 방해하는 기득권을 그대로 두고선 저성장·고령화·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기득권을 빼앗기는 층에 피해를 보상해주면서 반발을 줄이는 ‘빅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가치 높은 미래먹거리 공유경제…미국·중국 등 선진국들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
공유경제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연평균 80%에 가까운 고도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5년 기준 150억 달러(한화 약 1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5년 무렵에는 3350억 달러한화 약 380조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분야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버,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동남아에서는 그랩 등이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다. 우버는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활용하던 카풀을 공유경제 모델로 발전시킨 사례다.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1200억 달러(한화 약 136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3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우버는 2018년 매출액이 100억~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액 78억 달러보다 25~30% 이상 늘어날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다.
미국 국적의 에어비앤비 역시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에어비앤비는 그동안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며 기존 최상급 호텔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여행산업 전문기관인 스키프트(Skif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인터컨티넨털호텔(99억7000만 달러), 하얏트호텔(95억5000만 달러)에 근소한 차로 앞선 수치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4조9205억 위안(약 804조1081억원)에 달했다. 1년 전 3조 4520억 위안(564조 1258억원)보다 43% 증가했다. 국가정보센터는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리라 전망했다. 2015년 설립된 디디추싱은 중국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관련 기업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60조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 등과 기존 택시업계 간 마찰을 딛고 2016년 차량공유 시장을 합법화했다. 다만 최대 8년 및 주행거리 60만㎞ 이하 차량과 전과가 없고 최소 3년의 운전경력이 있는 운전자에게 참여 자격을 줬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 정보는 중국 내 서버에 최소 2년간 저장해야 한다는 규정도 제정했다.
디디추싱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100만명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99’를 인수하고 남미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했다. 현재 멕시코와 브라질에는 1000명이 넘는 디디추싱 현지 직원이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된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공유 기업이다. 현재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터기를 사용하는 기존 택시와 달리 이동 거리에 따라 탑승 전에 요금이 결정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랩을 비롯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이미 일반화된 상태다.
해외 공유경제 관련 기업들의 급성장과 달리 다르게 국내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각종 규제와 기득권의 반발로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들의 투자 시도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국내 카풀(차량 동승) 스타트업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초 차량 공유·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발굴·투자를 위한 전략기술본부를 출범한 후 첫 국내 투자였다. 현대차는 럭시와 함께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투자 6개월 만인 올 2월 럭시 지분을 돌연 매각했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럭시 대표가 택시 업계의 강력한 압박에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며 회사 매각을 결정해 현대차 지분도 같이 넘겼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국 투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럭시에서 손을 떼기 직전인 지난 1월 그랩에 269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추가로 현대·기아자동차는 284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990억원, 850억원을 부담한다. 국내에서 사실상 멈춘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해외에서 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지난 3월 그랩이 진행한 약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참여해 810억원을 투자했다. SK그룹은 기존에 투자한 국내 기업 쏘카와 그랩의 협력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또한 지난달 네이버와 손잡고 1686억원을 말레이시아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에 투자한 회사들은 나라와 업종에 관계없이 다양하다. 싱가포르·중국의 국부펀드, 미국 타이거펀드 등 대형 헤지펀드를 비롯해 카메이커 중에는 일본 도요타, 혼다까지 포함돼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중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디디추싱 등도 대규모로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의 기득권들이 공유경제를 거부할 동안 그랩과 같은 해외 공유경제 기업들은 수많은 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며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인재들은 기득권에 막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승차 공유와 차량 공유 서비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며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고 기존 기득권의 강한 저항이 존재하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다양한 시도와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옛날 방식을 고집할 수 없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으로 인해 택시 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져도 소득이 유지될 수 있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동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복지정책이 취약한 게 우리나라의 실정이다”며 “카카오 카풀 등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더라도 택시업계가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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