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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여성징용피해자 배상판결

강제노역·위안부편견 70년 설움 달랜 ‘그날의 10초’

대법원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 지급하라”

전경훈기자(ghje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2-05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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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씨 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후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사진)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갖었다. ⓒ스카이데일리
 
“피고(미쓰비시중공업)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는 강제동원(피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를 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에게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정을 내리면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관심을 받아온 만큼 지금이라도 사회가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대법원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 지급하라”
 
대법원의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배상책임 인정 판결은 근로정신대 소송에 대한 최초의 확정판결이다.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이 있었다고 해서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전범기업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 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사건이었음에도 다른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얼마 전 화해·치유 재단 해산 보도가 대서특필 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로 자리매김 했지만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었다.
 
근로정신대란 일제 강점기 말기에 조선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조직을 말한다. 일제는 위안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인권유린적 착취행태를 자행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 초·중반의 나이에 ‘취직을 시켜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반 강제로 차출된 뒤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의 사업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여성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에도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가 성적 착취를 당했다’는 편견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았다. 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건수가 적고 피해 사실 자체 또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 대법원의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배상책임 인정 판결은 근로정신대 소송에 대한 최초의 확정판결이다. 사진은 미쓰비시 소송에서 승소한 후 만세를 외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시민들 ⓒ스카이데일리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김성주(89) 할머니는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남편한테 ‘위안부’ 소리를 들으며 맞기도 많이 맞았고 고향에서는 지금도 손가락질을 당한다”면서 “자식들한테도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평생을 살았다”고 토로했다.
 
김 할머니는 “오죽하면 딸이 근로정신대라고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노인정 가면 노인들이 위안부라고 손가락질해 다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고 모자 쓰고 숨어 다녔는데도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김 할머니는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아주 고통을 받던 중에 많은 선생님들이 더불어 이렇게 뜻을 이뤄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H병원에 입원 중인 양금덕(90) 할머니 역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다. 그는 건강 악화로 대법원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재판 결과를 듣고 난 후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를 해야한다”며 첫 마디를 꺼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근로정신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시장에 갔더니 시장 상인이 ‘위안부 할머니 오셨소’라고 말하는 등 일본 다녀오면 다 위안부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결혼을 하려고 맞선에 나갔는데 상대 남성이 ‘다 좋은데 일본 다녀왔으니 위안부 아니냐’며 돌아서서 나간적도 있다”며 “나는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데도 주변 사람들의 오해로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는데 위안부 피해자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힘들고 괴롭게 살았을지 이해가 간다”고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중학교를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 대부분의 나이가 90대인데 수십년째 모른척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가 너무 괘씸하다”고 성토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노력 물거품 만든 영화 허스토리…“과거사 청산 정부 노력 필요”
 
 
▲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사진) 할머니는 현재 건강 악화로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스카이데일리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 특별법(강제동원조사법)’에 따라 올해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금(80만원)을 지급받은 징용 피해 생존자는 총 5245명이다. 이중 여성은 3.5%인 187명에 그쳤다.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조선의 여성 수는 5만명~7만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여성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셈이다. 지난 29일 대법원 판결을 소송과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12건의 강제징용 소송 중에서도 여자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청구인은 양금덕 할머니 등 소수에 불과하다.
 
관부재판(關釜裁判)을 소재로 다룬 영화 ‘허스토리(HERSTORY)’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로정신대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긴 했다. 하지만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피해자들이 일본군위안부와 비슷한 생활을 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장면이 연출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기도 했다. 관부재판은 지난 1992년 일본군위안부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현재까지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근로정신대로 동원됐다가 일본군위안부 피해를 입은 사례는 강덕경(작고) 할머니 단 1명뿐 이다. 영화는 또 엔딩부분에서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함으로서 현재 관부재판에 참여했던 원고가 모두 숨졌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광주 H병원에 입원중인 양금덕 할머니 또한 관부재판 원고로 참여했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영화가 갖는 대중성과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로 내몰려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의 피해구제와 편견해소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여론 안팎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아울러 이번 근로정신대 관련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다른 12건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영숙 근로정신대시민모임 공동대표는 “10초의 판결을 듣기 위해서 이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렸나 안타깝다”며 “너무나 당연한 판결인데 오래 기다리다 보니까 피해자 분들이 생존해 계시더라도 병원신세 때문에 법원 승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게 아깝다”고 밝혔다. 이어 “이 판결과 관련해 정부는 피해자를 위해 한일 외교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과거사 청산의 문제로 인식하고 외교에 힘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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