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영자 가문인 GS그룹 허씨 일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GS리테일 경영을 책임지는 허연수 부회장이 부진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데 대해 ‘도 넘은 오너家 챙기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허 부회장은 GS그룹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손자이자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4남이다.
그는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전자계산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G상사 전지전자컴퓨터과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했다. 허 부회장은 지난 2003년 부친이 경영을 맡고 있던 GS리테일의 신규점기획 담당으로 들어간 뒤 전무, 부사장, 사장 등으로 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GS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에 오르며 명실공이 GS그룹 유통사업 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허연수의 야심작 H&B스토어, 계속되는 적자에 매장 수 축소까지 ‘명문家의 굴욕’
허 부회장은 일찌감치 편의점 시장의 경쟁 과열을 예측하고 미래먹거리이자 실적 돌파구로 H&B(헬스앤뷰티) 시장을 택했다. 지난 2005년 홍콩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했고 이후 차근차근 매장을 늘려 나갔다. 그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직후인 2017년 2월 외국 합작사가 보유 중이던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하며 왓슨스코리아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H&B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물밑작업이었다. 이후 허 부회장은 기존과 달리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단행하며 H&B 사업의 덩치를 불려나갔다. 자회사였던 왓슨스코리아를 모기업인 GS리테일로 흡수합병하며 지원이 용이하도록 만들었고 지난 2018년 리뉴얼을 통해 기존 왓슨스를 접고 새로운 H&B브랜드 랄라블라를 론칭했다. 사실상 브랜드명 교체에 가까운 조치였다.
당시 GS리테일은 브랜드명 교체 이유에 대해 “고객층인 2030여성들에 호소력 짙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기존 업계와 차별화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업계 1위인 올리브영과 본격적인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경쟁을 통한 시장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랄라블라는 CJ올리브영과의 경쟁 구도에서 참패했다. 브랜드 인지도, 매장수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올리브영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왓슨스는 알아도 랄라블라는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브랜드 교체를 주도한 허 부회장의 결정이 패착임을 방증하는 결과였다.
소비자들의 외면에 랄라블라는 실적, 매장수 등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018년 적자를 기록한 랄라블라는 지난해 3분기까지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허 부회장이 매장수를 300개까지 크게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직영점 수는 2017년에 비해 감소했다. 정리세일까지 단행하며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한 결과였다.
계속되는 적자와 점포 수 축소로 인해 관련업계와 GS리테일 주주들 사이에서는 허 부회장이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H&B 사업 유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위인 올리브영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올리브영 매장은 1200여개 정도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9407억원, 영업이익 470억원 등을 기록했다. 업계 3위인 롭스는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강점을 이용해 신개념 매장을 선보이는 등 랄라블라를 맹추격 중이다. 롭스는 지난해 매장 159개까지 늘리며 랄라블라 뒤를 뒤쫓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 백화점이 운영하고 있는 뷰티 전문 편집숍 시코르도 국내 편집 매장을 30개까지 늘려가며 H&B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입생로랑, 나스 등 글로벌 브랜드부터 K뷰티까지 선보이는 ‘뷰티스페셜티 스토어’를 표방한 시코르는 지난 2016년 12월 1호 매장을 출범시킨 이후 전국 주요 지역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며 목표 매출 대비 15% 이상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글로벌 뷰티숍인 프랑스의 ‘세포라’가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며 기존의 뷰티 전문매장과 H&B 브랜드 등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상황이다. 세포라는 글로벌 인지도와 다양한 제품 바탕으로 향후 국내 H&B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신사업 부진 책임론 허연수, 54억원대 초호화 주상복합 소유
최근 신사업 실패로 인해 개인은 물론 집안 전체의 명성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는 허 부회장은 서울숲 인근에 자리한 갤러리아포레 한 호실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갤러리아포레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로 한 때 최고가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여전히 높은 시세를 유지 중이며 월 관리비만 140만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허 부회장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에 갤러리아포레 한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 허 부회장의 소유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329.58㎡ (약 99평), 전용면적 241.76㎡ (약 73평) 등이다. 허 부회장 소유 호실의 시세는 최소 54억원에 최대 5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오랫동안 성동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갤러리아포레는 호텔식 주거서비스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항상 끊이지 않는 곳이다”며 “차량 발레파킹 서비스, 피트니스, 스파시설, 조식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입주민들이 호텔에서 지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아파트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서울숲 단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성수대교, 강변북로, 동부 간선도로와 가까운 곳에 있어 차량이동이 편리하고 근처에는 분당선인 서울숲 역이 있어 지하철 이용도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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