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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세 번째 가족을 찾아가는 시대
우리에겐 세 번째 가족이 필요하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2-02 18:49:26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가족은 물론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고 두 번째 가족은 아마도 직장이나 학교 등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동료일 것이다. 하지만 혈육이나 동료가 아니어서 가족이라고 부르진 않더라도 가깝게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 번째 가족이다. 요즘 이 세 번째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에게는 세 번째 가족이 필요하다. 이 가족을 부족(trib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는 국가별로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개인의 삶은 부족이 지배한다. 아프리카의 곳곳에선 지금도 성인식을 한다. 이들은 육체적 한계와 심리적 긴장을 견뎌낸 소년들만을 부족의 정식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일은 형식은 달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난다.
 
해병대는 훈련이 빡세서 지원율이 낮을 것 같지만 꽤 높다. 청년들은 해병대에 들어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은 힘들게 들어간 조직에 충성심을 보이고 힘들게 성취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청년들에게 해병대 조직은 세 번째 가족이 된다. 해병대뿐 아니라 스타벅스도 고객의 세 번째 가족 범주에 들어가고자 애쓴다.
 
우리 사회의 세 번째 변화
 
통계학자들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20세기 들어서 지금 세 번째 변화를 겪는 중이다. 첫 번째 변화는 20세기 초와 중반에 찾아왔다. 이때는 누구나 20대에 결혼을 했고 이혼율도 낮았다. 1960년대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두 번째 변화 때부터 결혼연령이 조금씩 늦어졌고 이혼율도 조금씩 높아졌다.
 
2000년 이후론 세 번째 변화가 눈에 띄게 일어난 것 같다. 일인 가족이 부쩍 늘었고 게다가 뿔뿔이 흩어져 산다. 이젠 돌싱, 혼밥, 혼술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요즘 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극성인데, 만일 가족 중 확진자라도 생긴다면 몹시 당황하면서 의료진만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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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같은 비상사태를 겪으면 가족의 소중함과 동시에 사회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제야 인생은 내가 아니라 모두가 만드는 것이란 걸 실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타인의 도움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아플 때 간병인이 필요하고, 가족 중에 치매라도 오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이가 있으면 베이비시터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 목록은 계속 길어질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가족을 선택할 순 없지만 세 번째 가족을 선택할 수는 있다. 앞으로는 사회생활에서 세 번째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세 번째 가족을 이던 워터스(Ethan Waters)는 “도시 부족(urban tribe)”이라고 부른다.
 
도시부족은 가족 같은 공동체
 
도시부족은 다양한 결합으로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흥미로운 공동체를 뜻한다. 워터스가 의미한 도시부족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대가족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런 도움을 주는 관계이다. 세 번째 가족이 도시부족과 가깝다.
 
요즘 우리의 고민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취업이 해결되면 그 다음은 결혼이고, 결혼이 끝나면 자녀교육과 주택이다. 이 모든 것을 거치는 동안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가족이란 연대감이 점점 작아지는 걸 느낀다. 어떤 이는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또 다른 이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경우이든 우리 모두에겐 세 번째 가족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가장 힘들 때 누구를 찾아가겠는가?’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를 꼽을 것이다. 사실 너무 힘든 고민은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족 간의 친밀감은 언제나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사회도 바뀌고 시대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혈연 가족이 아니라도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세 번째 가족이라는 대안이 있고 이들을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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