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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일확천금의 민낯(上-주식·가상화폐)
인생 나락 내모는 도박 중독 흡사한 주식·가상화폐 한 방 심리
‘한 방’ 꿈꾸며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손해만 눈덩이
대출 받아 투자했을 땐 자신 외에 가족·친구도 빚더미
“불확실한 정보 현혹돼 투자할 경우 실패 확률 높아”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5-31 00:07:00
한 분야에서 성공의 결실을 일궈낸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공은 수많은 시간을 들여 전문성을 확보했을 때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열매를 맺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다면화 되면서 이러한 ‘당연한 공식’을 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결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식의 풍토가 조성됐다.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찾는 등 소위 말하는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투자, 창업 등 방식도 다양하다. 대부분 일자리는 줄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오히려 쉬운 돈벌이로 인식되는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180도 다르다. 섣부른 판단으로 자칫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의 경고는 과거 쉽게 발을 들였다가 처절한 실패의 쓴맛을 본 경험에서 비롯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일확천금의 민낯을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정하고 손쉬운 성공만을 쫓는 이들이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사례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한 방’을 꿈꾸며 전략 없이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 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바야흐로 ‘투자 춘추전국시대’다.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아온 부동산이 정부 규제에 묶여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주식 열풍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호황을 맞이한 증권시장에는 ‘주식 안 하면 바보’라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다. 주식시장의 호황은 수많은 국민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으로 만들었다.
 
최근엔 가상화폐의 인기도 매섭다. 이른바 코인 광풍이 불어 닥치면서 ‘투자 안 했다가 나만 돈을 못 버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갖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는 총 249만5289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가입자는 실명 계좌를 연동한 이용자를 뜻하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250만여명의 투자자가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한 방’을 꿈꾸며 전략 없이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군다나 모아둔 돈이 아니라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람들은 한 번의 실패로도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떠안게 됐다.
 
일확천금을 바라고 투자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셔본 적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한다.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익만 바라본 투자는 사실상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성명이다. 무엇보다 실패로 인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까지도 모두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가상화폐, 돈 벌 수 있는 마지막 희망… 현실은 주식·가상화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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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터진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가운데 김우진 씨(가명)에게 2020년은 더더욱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1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7년간 밤낮으로 힘들게 일하며 돈을 모았지만 연봉 인상액이 물가 상승률에 턱 없이 못 미치는 터라 통장에 찍힌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집 살 돈을 벌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내 집을 마련하기란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인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던 중 한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주식 투자에 손을 댔다”며 “코로나 여파로 폭락했던 증권시장이 지난해 3월 중순부터 서서히 오르던 차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며칠 새 한 달 급여와 비슷한 금액을 만졌다”고 회상했다.
 
단기간에 쉽게 큰 수익을 낸 김 씨는 잘만 하면 주식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직장 선배나 동료, 친구들과 만나면 막막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잦은데 주식이라면 이러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서였다.
 
▲ 가상화폐 투자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 재산을 날려 휴대전화 요금도 못 내게 생겼다. 1만원만 보내 달라’ ‘마진 거래로 대출금과 전 재산이었던 5000만원을 탕진했다. 도와달라’ ‘가상화폐 투자로 흙수저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망하고 나니 죽겠다. 살려달라’는 등의 글을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가상화폐 거래소.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과감한 베팅 후 맛보는 성공의 쾌감은 컸다. 위험했지만 수익률이 높은 급등주에 투자하면서 김 씨는 쉽게 높은 수익율을 올렸다. ‘투자하지 말라’는 경고가 뒤따르는 일명 ‘잡주’에 투자해서도 재미를 봤다. 힘들게 보낸 지난날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주식 투자에 자신감이 붙은 김 씨는 더욱 과감하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준비 없는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더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던 김 씨의 예상과는 달리 손실이 점차 커졌다.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SNS 등에서 주식 정보를 모으고 공부했지만 투자하는 주식마다 가치가 떨어졌다. 그렇게 5000만원에 달하던 투자금은 반토막이 났다.
 
김 씨는 “이때 주식을 멈췄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돈을 잃었다는 자기 합리화에 종잣돈이 부족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까지 더해 주식 담보 대출, 카드론 등으로 돈을 마련했다”며 “가족의 명의로도 대출을 받고 친구의 돈을 끌어다 투자했다”고 말했다.
 
남의 돈까지 끌어다 투자한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김 씨가 주식 앱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점차 길어졌다. 그러나 투자 실적은 날로 악화됐다. 그렇게 김씨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종잣돈에 대출받은 금액까지 약 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김 씨는 “엄청난 금액을 손해 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손해를 보상받아야겠다는 마음에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혹시나 다시 오르게 되면 지금까지의 손실을 모두 보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주식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 놨다.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판단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의 신음 역시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배달 운전 사고로 일을 그만뒀다는 배주원 씨(가명) 역시 가상화폐 선물 거래에 나섰다가 2000만원 넘는 돈을 허무하게 날린 경험이 있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배 씨와 비슷한 사연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등에는 ‘전 재산을 날려 휴대전화 요금도 못 내게 생겼다. 1만원만 보내 달라’ ‘마진 거래로 대출금과 전 재산이었던 5000만원을 탕진했다. 도와달라’ ‘가상화폐 투자로 흙수저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망하고 나니 죽겠다. 살려달라’ 등의 글을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강원도에서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비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들이 과감히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마치 도박처럼 주식·가상화폐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가상화폐 중독 현상으로 상담을 받은 건수는 552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540건보다 56%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중독 현상으로 치유·재활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지만 2030세대에서 유독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독 현상으로 치유·재활 서비스를 받은 20대는 236명으로 2019년에 비해 223%나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는 579명으로 2019년보다 79% 올랐다.
 
10대의 경우 최근 3년 중 처음으로 치유·재활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019년까지만 해도 주식·가상화폐 중독 현상에 따른 치유·재활 서비스를 받은 10대는 한명도 없었지만 지난해엔 25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 이승민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사진)는 최근 투자와 관련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자신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우리 사회의 주식 중독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최근 많은 사람이 남의 돈으로 주식·가상화폐 투자를 하다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20·30대 중에서 빚을 내 투자를 하다가 실패해 다시 대출을 받는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가상화폐 등이 합법적이고 사회적으로 이미지가 좋을지라도 더 큰 돈을 얻기 위해 돈을 걸어 베팅하는 행위, 즉 대박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에 도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인 투자 성향 파악·기준 정립 중요… 재무 설계·상담 등 전문가 도움 받아 재기해야”
 
이승민 희망만드는 사람들(희만사) 대표는 최근 투자와 관련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모 증후군’은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뒤처지거나 제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자신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우리 사회의 주식 중독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에 증권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이른바 ‘찌라시’ 등과 같은 불명확한 정보에 쉽게 현혹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투자를 하고 있어 금전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전문적인 주식 투자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학생이나 주부, 노인들은 일종의 주식정보방 등에서 뿌린 확실하지 않은 정보만을 맹목적으로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빠르게 번지고 있는 주식 중독 현상으로 정보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의지해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고 있으나 이는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다”고 경고했다.
 
김민철 희만사 수석위원은 상담을 통해 빚더미에서 탈출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찾은 상담 사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수석위원은 “대기업인 에스원에 다니는 이성준 씨(가명)는 처음부터 주식에 중독된 사람이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던 이 씨는 주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포츠 토토에 먼저 빠져 들었다”며 “친구를 통해 토토를 시작한 그는 스포츠 경기의 점수를 맞히는 공식 토토뿐만 아니라 이른바 ‘사다리’ 등과 같은 사설 토토에도 손을 대면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 희망만드는 사람들은 주식 투자 초보자의 경우 전문가와 재무 설계·상담 등을 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투자 성향 파악·기준 정립뿐만 아니라 투자 전략을 짜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김민철 희망만드는사람들 수석위원.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의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다행히 빚을 갚을 수 있었던 이 씨는 다시는 스포츠 토토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전국을 휩쓴 주식 붐에 편승하게 됐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은 도박이 아닌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도박에 빠져 그간 모았던 돈을 전부 탕진했던 이 씨는 종잣돈을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김 수석위원은 “주식에 대해 잘 모르던 이 씨는 본인의 투자 성향에 대해 알지 못했고 뚜렷한 투자 기준도 없었다”며 “수익성만 좇아 투자했다가 되레 큰 손실을 떠안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주식보다 더 위험한 가상화폐 투자에도 뛰어들었다”며 “올해 초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 씨는 불과 4개월여만에 자산 가치 폭락으로 1억2000만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절망에 빠진 이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가정용 철봉 기구에 목을 맸다 운 좋게 살아난 뒤 아파트 옥상이나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수차례 올라갔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김 수석위원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던 이 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게 희만사였다”며 “주식·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기만 했던 이 씨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나 둘 인정하면서 재기할 수 있는 의지를 다져나갔다”고 기억했다.
 
이어 “현재 이 씨는 성실히 일하며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주식 중독을 이겨내기 위한 상담도 열심히 받는 등 자신만의 새 인생을 가꿔 나가고 있다”고 격려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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