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속도의 논리로 사회가 계속 자동차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뒤로 밀려나고 있어요. 특히 교통 약자들이 밀려나고 있죠. 저희가 사는 도시가 조금 더 사람을 중심으로 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단체를 만들게 됐어요.”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는 13년 전부터 자전거 안전교육과 법리교육을 시작으로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더 잘 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중급 과정도 있다. 이에 더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을 실시해 자전거 면허증을 발급해주거나 자전거 안전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교통 약자들을 위해 시작한 자전거 교육… 수료자 어느새 2500명 넘어
“제가 인천 부평에 사는데 부평은 지하상가가 넓게 뻗어 있어요. 그래서 차도에는 횡단보도가 하나도 없었죠. 지하상가를 통해서 가면 된다고 하지만 어르신들이나 임산부들처럼 계단이 불편한 사람은 많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결국 멀리 돌아가야 하는 걸 보고 내가 사는 이 도시가 교통 약자들에게 정말 불편한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김종현 대표(55)는 교통 약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이동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재미있고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김 대표가 내린 결론은 자전거였다.
처음에는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시민 단체 사람들이 모여 자전거 교육을 시작했다. 이전에 교육받은 사람들이 선생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교육생의 배우자가 참여하는 때도 많았다. 지인을 따라 참여했다가 단체를 만든 취지를 듣고 공감해서 함께하는 사람도 생겼다. 단체가 자리를 잡으면서 1년에 두 번 자전거 안전 캠페인을 시작했다.
“초보자들을 공원에서 혼자 천천히 타는 정도까지 가르쳤더니 더 타고 싶다는 사람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조금 더 긴 거리를 타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해 중급반을 만들어서 6회의 교육과정을 신설했어요.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들을 모아서 상·중·하로 거리를 나눠 라이딩을 하고 끝나는 시간을 맞춰서 식사도 같이하고, 그런 식이죠. 더 타고 싶은 사람은 평일에 따로 모여서 타기도 해요.”
회원 채경순 씨(61)와 김문정 씨(56)는 자전거에 푹 빠졌다. 올라타는 방법도 모르던 사람들이 어느새 자전거가 없으면 못 산다고 말하는 자전거 예찬론자가 됐다.
“2019년에 친구가 자전거를 배워보자고 하길래 한 번 해봤죠. 중학교 때는 자전거를 조금 탔는데 다시 하려고 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기초부터 천천히 배웠어요. 그런데 타다 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왕 재미 붙인 거 자전거를 하나 샀죠. 그 뒤로 자전거 잘 탄다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제가 여수로 4박 5일 라이딩을 하러 가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즐거운 추억이에요.”
“2016년쯤에 인천으로 이사 오고 나서 외롭기도 했고 몸이 정말로 아팠어요. 그런데 지인이 자전거를 권유해서 탔는데 딱 일주일 타니까 몸이 멀쩡해지더라고요. 그때 아픈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자전거 위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까 그동안 마음고생 한 게 다 잊히더라고요. 치유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두 번 타고 그만두려 했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자전거 교육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약 2500명이 자전거 교육을 수료했다. 500명 정도는 아직도 연락한다고 한다. 연락이 끊긴 사람을 라이딩하다가 마주치기도 한다. 내리막길만 나오면 벌벌 떨던 초보자가 어느새 사람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김 대표는 뿌듯함을 느낀다.
위기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전거 교육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 다행스럽게도 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터지고 1년 동안은 교육을 안 했는데 요즘에는 다시 진행하고 있어요. 끝나고 나서 같이 밥만 안 먹으면 자전거를 탈 때는 거리 유지가 잘 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한강에 자전거 붐이 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타기도 좋으니까요.”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전거 안전 교육만 진행했다. 자전거도 자동차로 취급된다는 점을 어린이들이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해서 가르쳤다. 그러던 중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치게 됐다. 가르치고 나면 학교 운동장에 코스를 그린 다음 자체적으로 자전거 면허시험을 보고 면허증을 발급해주기도 한다. 김형회 씨(53)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워서 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선생님도 아닌데 잘 따라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새롭고 하고 싶은 걸 가져오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질문도 많이 하고 저희한테 아주 바싹 붙어있어요. 면허증을 받고 자부심을 느끼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너무나도 흐뭇한 기분이 들어요.”
“언제나 사람의 안전이 가장 우선시되는 도시가 저희의 꿈이에요”
“자동차 다니기 편하라고 도로를 넓히는데 자동차보다 많은 게 사람이에요. 자동차가 못 들어와도 되니까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경제 논리로 발전만 외치지 말고 느리더라도 사람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사람 중심의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차별금지, 빈부격차 이런 걸 거창하게 외치는 것보다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6년 부평역~부평구청 구간에 자전거 도로 조성 예산 35억원이 배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도로를 축소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예산이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반납됐다. 김 대표는 이 일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쪽에서도 한다 한다 계속 말은 하는데 정치인들은 선거가 있잖아요. 정부에서 목적을 가지고 예산을 배정했지만 눈에 보이고 표가 되는 건 자동차니까 자전거는 뒤로 밀리는 거죠. 선거가 있어서 미뤄졌다, 선거가 끝나면 추진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하다가 결국에는 예산이 반납됐어요. 이때 정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대표는 자전거 도로 건설 외에도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자전거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이나 일부 지방 도시 말고는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된 곳을 찾기 힘들어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안 비켜준다고 짜증 내는 사람도 있고 차가 오면 안전하게 비켜서야 하는데 그냥 같이 달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고도 많이 나죠.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자전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지금 정부가 안 하니까 시민단체에서 하는 건데 사람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잖아요. 정책에 사람이 먼저가 돼야죠.”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해서 안전을 강조했다. 사람이 먼저가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일인 만큼 사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저희가 교육할 때도 안전에 대해 항상 이야기해요. 그런데 꼭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위험한 곳으로 갔다가 다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페달 밟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가 아직 초보라는 걸 까먹더라고요. 그러니까 항상 브레이크에 손을 두고, 바닥 보지 말고 전방을 봐서 뭐가 오는지 알 수 있게 하고, 속도 욕심을 부리지 말고 언제나 여유 있고 느긋하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가장 먼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인식이 제대로 돼 있어야 해요.”
인천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가 꿈꾸는 도시는 복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라이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을 보러 갈 때처럼 일상에서도 편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다. 김 대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미소를 지었다.
“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유명해서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요. 어떤 아주머니가 자전거에 장바구니를 달고 딸랑딸랑하면서 지나가니까 자동차들이 다 서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죠. 얼마나 안전해요. 우리 단체가 추구하는 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는 인천도 하루빨리 그런 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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