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려는 정부·여당의 시도가 오히려 국민 공분만 더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탄생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부동산 세부담 완화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자에 기준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까지만 부과하고 고가주택에 한해 양도소득세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민주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계획을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끌고 있다.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 기준 자체가 특정 구간의 부담만을 강요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국민 편가르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울러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서민 평형대로 불리는 중저가 아파트의 수요 집중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싸늘한 민심에 놀란 슈퍼여당, 상위 2% 제외한 98% 표심 노린 부동산 대책 발표
부동산업계,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집값폭등에 따른 민심 악화에 고심하던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세부적으론 종부세의 경우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부과 기준선을 공시가 상위 2%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매년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에 맞춰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을 확정한다는 게획이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현행대로 중과세율을 유지할 방침이다.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기준선을 현행 실거래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단 과도한 양도차익에 대한 형평 과세를 위해 양도차익 규모별로 현행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공제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소득세법은 장기 보유·거주 주택은 40%씩 최대 80%까지 세금을 공제해준다. 그러나 앞으로는 차익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양도차익이 10억~20억원이면 장기보유 공제율을 최대 세율의 80% 수준인 32%만 적용하는 식이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납부 대상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부세의 경우 현재 기준인 9억원 초과로 하면 올해 납부대상은 18만3000명이지만 상향될 경우 8만9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양도소득세 역시 비과세 기준선이 12억원으로 상향되는 만큼 대상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부동산업계에 다르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과 다름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2월에 종부세 납부 이전에 개정된 세법이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도세 관련 내용의 경우 법 통과 시점에 즉시 시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공시가·과세기준 동시에 올리면 결국 매한가지…중·저가 아파트 중심 집값만 오를 것”
그런데 민주당의 부동산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안을 두고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이름만 완화안으로 내세웠을 뿐 실질적인 완화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종부세 계산에 쓰이는 공시지가, 공정시장가액, 등을 크게 올리고 있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기대만큼 줄어들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10년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15년간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역시 2019년부터 매년 5% 올리고 있다. 여론 안팎에서 민주당의 세부담 완화안을 두고 ‘국민 눈속임이나 다름없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도 여당의 부동산세 완화안이 정책 효과를 떠나 오히려 부작용만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론 국론분열이 꼽힌다. 공시가격 상위 2%만 세금을 낼 경우 납부대상자는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납세자들의 세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머지 98%와의 괴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집값상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고가주택에만 과세가 부여되는 구조다보니 수요자 입장에선 세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수요가 몰리는 중·저가 아파트 시세가 오를 것이고 자연스레 저가·고가 아파트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여당 부동산 특별위원회의 세법 개정안이 나온 이후 매수자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다가 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10억~11억원 대 아파트는 매수를 지양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러한 실수요자들 금새 눈을 돌려 7~9억원 사이의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여당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중저가 아파트 위주의 상승 이끌어 내 서울 아파트 평균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은 종부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저가 아파트의 매수가 늘면 자연스럽게 다른 아파트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여당의 의도와 달리 집값 전체가 오르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종부세 상위 2%안은 중저가 아파트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값 안정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종부세 과세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집값 상승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상위 2%’로 정하면 집값이 내려가도 세금을 내게 된다. 종부세 도입의 당초 취지와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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