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제약 등 제약사들이 발암물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크레오소트를 고집하는 까닭은 크레오소트 없이는 보통명사화 된 정로환의 존재 가치도 상실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꾸준한 판매고를 올려주는 인기브랜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해당 제약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도봉로에 위치한 동성제약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핵심성분 크레오소트, 대다수 국가 ‘나무 방부제’ 사용
정로환을 처음 제조한 곳은 일본의 다이코신약이다. 러일전쟁 당시 만주를 공략하던 일본군이 낯선 음식과 풍토 등으로 인한 배탈·설사로 죽어나가자 일왕이 직접 명령을 내려 만들어진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러일전쟁 때 큰 공을 세운 약이라고 해서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정로(征露)’를 명칭에 차용했다고 한다. 이후 정로환은 일본 내에서 가정상비약으로 자리 잡았다.
정로환은 우리나라에서 1972년 첫 선을 보였다. 정로환의 가능성을 알아본 고 이선규 동성제약 창업주가 퇴직한 다이코신약의 공장장을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약의 원료와 배합 비율을 입수한 뒤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
▲ ⓒ스카이데일리
우리나라 정로환의 원조 격인 동성제약 정로환은 일본의 정로환보다 더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정로환은 해방 전부터 그 명칭이 사용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고유상표가 아닌 보통명사로 취급받는다. 현재 동성제약을 비롯해 조선무약, 태준제약, 기화제약, 내외제약 등이 정로환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한때 주력제품으로 매출을 올렸던 보령제약 정로환의 경우는 현재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제약 홍보실 관계자는 “약 5년전부터 생산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동성제약, 지난해 27억원 어치 생산 공시
▲ 동성제약 정로환. <사진=동성제약 홈페이지>
같은 기간 양대 주력사업인 의약품과 화장품의 매출비율은 각각 85.5%(498억원)와 14.5%(85억원)의 비율을 보였다.
동성제약은 자사 홈페이지 제품소개를 통해 “정로환은 크레오소오트의 방부살균 작용을 비롯해 진정, 진경, 지사, 구풍 작용 등으로 설사를 비롯한 장질환 치료에 대표적인 의약품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성분 및 함량에서 환제 1환에는 44.4mg, 당의정 1정중에는 22.5mg의 크레오소트가 함유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브랜드 제품에 발암성분 논란 충격”
하지만 대법원이 보통명사로 판결한 정도로 지난 40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정로환에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정로환 환제의 핵심성분은 크레오소트(Creosote)다. 진피, 황련, 향부자, 감초 등의 한약제제는 보조역할을 한다.
정로환 환제의 특유의 냄새를 없앤 당의정도 핵심성분이 크레오소트이며 이밖에 황백엑스산, 현초가루로 구성돼 있다. 크레오소트는 장내 부패 유해균을 살균 소독해 배탈·설사를 멎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 ⓒ스카이데일리
목타르를 건류해 얻는 크레오소트는 크레졸, 페놀, 구아이콜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페놀계 화합물의 혼합물이다. 예전에는 살균제, 지사제 등으로 쓰였으나 안전성 문제로 현재는 거의 사용이 중단됐으며 대다수 국가에서는 ‘나무 방부제’로 취급되고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성분은 크레졸이다. 크레졸은 정로환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의 근원이기도 하다. 크레졸은 미국 환경보건청(EPA)에서 지정한 발암의심물질로서 경구 섭취 시 심각한 위장관 손상의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크레졸의 최소위해수준(MRL)은 0.1mg/kg/day(65kg 성인기준)인데 정로환 용법대로 복용 시 일반 정로환, 당의정 모두 크레졸 MRL을 7~10배 정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 크레오소트에 포함된 페놀은 급성독성 증세로 불규칙한 호흡, 근육약화와 경련, 경기, 혼수, 호흡 정지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페놀과 다른 화합물들을 흡입, 피부 노출시켰을 때 간 효소 수치 상승, 간 비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의료계 “정로환은 절대 장복해서는 안 되는 약”
3년 전 건약은 ‘정로환은 안전합니까?’라는 자료를 발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성제약에서 자료를 받아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동성제약은 식약청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문제가 된 성분인 크레오소트의 사용을 포기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 3년 전 건약의 문제 제기로 식약처가 정로환의 안전성 검토에 착수하자 동성제약은 발암물질 논란을 일으킨 크레오소트의 사용을 포기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식약처는 2011년 7월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광범위하게 추가하는 선에서 검토를 마무리했고, 크레오소트를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겠다는 동성제약의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사진은 서울 도봉로에 위치한 동성제약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식약처는 2011년 7월 크레오소트 함유 경구제에 대해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광범위하게 추가하는 선에서 정로환의 안전성 검토를 마무리했다. 크레오소트에 함유된 발암성분 크레졸에 대한 자료가 없어 판단이 어렵고, 정로환이 타 지사제에 비해 효과가 빠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크레오소트를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겠다는 동성제약의 약속은 흐지부지됐고, 눈치를 보던 다른 제약사들도 슬그머니 이에 편승했다. 건약이 제기한 정로환의 발암물질 논란이 헛수고나 다름없어진 셈이다.
동성제약 등 제약사들이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크레오소트를 고집하는 까닭은 크레오소트 없이는 보통명사화 된 정로환의 존재 가치도 상실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품의 핵심 역할을 하는 크레오소트가 성분에서 빠질 경우 사실상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진배없다. 꾸준한 판매고를 올려주는 인기브랜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해당 제약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스카이데일리
한편 이에 대해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정로환은 절대 장복해서는 안 되는 약”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부패 유해균에 의한 급성 설사 등의 경우 한두 번의 정로환 복용은 크게 문제될 소지가 없지만 부패 유해균에 의한 설사가 아니거나 단지 소화불량이나 체했을 때 잦은 복용은 삼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설사를 하는 경우에도 정로환을 계속해서 복용하면 주성분인 크레오소트가 부패 유해균뿐만 아니라 유익균까지도 모조리 없애 버리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장내 환경이 점차 나빠져서 결국에는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