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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안팎에선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퍼주기식 출산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기존의 지원 정책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는 것이 증명된 만큼 문제에 대한 접근부터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출산기피가 단순히 경제적 이유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이기심 발현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충족시킬만한 해법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해결책으로는 상속·증여세 폐지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출산이 희생이 아닌 평생 일군 재산을 지키는 하나의 방편으로 삼게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례없는 살인적 상속세에 “어렵게 재산 모으면 뭐하나, 물려주지도 못하는데” 인식 확산
우리나라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수준을 맴돌았지만 2019년엔 0.92명으로 떨어지며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불과 몇 년 사이 출산율 세계 최하위 국가가 되자 현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양육비 지원 등의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정부는 2017년 이후 4년간 저출산 대책에 128조원, 연평균 32조원을 썼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조원 늘어난 46조원을 쓰고 있다.
이러한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져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출산장려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 파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돈만 주는 지원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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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특히 출산기피가 ‘출산은 곧 희생’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바꿀만한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결책으로는 상속·증여세 인하가 거론된다. 증여세와 상속세를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출산이 희생이 아닌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돼 지금의 저출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의 평균은 약 15%다. 이러한 높은 상속세율은 국민으로 하여금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고 있는 안지희(가명·30대·여) 씨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필수품조차도 쉽게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부모의 입장에선 자녀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울타리 정도는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집 한 채조차 물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니 당연히 자녀 계획도 사라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유통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강웅재(가명·30대·남) 씨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가족에게 안정된 삶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도 큰 데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자녀에게 제대로 물려줄 수 없다 보니 열심히 아이를 키운 노력 자체가 무의미한 기분이다”며 “최소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힘들어도 자녀를 낳으려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개인의 인생 성공 마침표는 자산 증여…정부에 뺏길 수 없는 카드”
증여세 인하 또한 부모에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이자 키(Key)를 제공해 출산율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할 수 있다는 카드가 부모 입장에선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현재는 높은 증여세 때문에 이러한 순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임수태(60대·여) 씨는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고 자산을 불리고 해도 높은 증여세율 때문에 자녀에게 집 한 채도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자녀에게 열심히 모은 돈을 증여하고 안정된 삶을 제공해야 자식이 부모한테 고마워하고 또 부모는 스스로의 인생에 자부심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 2년 차인 직장인 이민정 (30대·여) 씨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천륜 관계로, 자식은 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는 등의 유교적 사상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20·30대는 인식이 바뀌어 태어난 것 자체가 부모가 원해서 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렇게 인식하는 20·30대는 보통 부모가 원해서 낳았으니까 부모로서 도리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자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식에게 뭔가 해줄 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나라에서 다 세금으로 떼어가다 보니 위축되는 경향이 크다. 그렇게 될 바엔 안 낳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우리나라의 높은 증여·상속세율이 출산율 저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희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저성장 시대가 돌입한 현재 보통 사람들이 상속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녀에게 집 한 채 정도는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의 세습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열심히 노력하면 자녀에게 안정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심리는 생산의 원동력이 되고 사회적 안정망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개념이 될 수 있다”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자산을 통한 세금 부과 형태보단 소득 중심으로 세금을 메긴다. 이스라엘 등이 출산율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현재 정부가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출산율을 올릴 수 없다는 게 드러난 상황인 만큼 증여·상속세 세율 인하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정에서 보면 부모세대는 지나친 상속세율과 증여세 등으로 인해 자식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게 하다보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당대에 다 쓰려고 한다”며 “이러한 현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데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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