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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게임 산업의 대표적 악법으로 손꼽히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가 확정됐다.
관계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폐지하되 만 18세 미만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8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2011년 청소년의 수면권 및 학습권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셧다운제는 시행 초기부터 게임 산업 위축·청소년의 행복추구권·자기 결정권 침해 등의 이유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더해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도 있었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특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로 인해 늘어난 청소년 수면 시간은 1분 30초에 불과했다. 굳이 통계 자료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셧다운제로 인해 학생들이 게임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냐고 하면 크게 체감조차 되지 않는다.
당시 미성년자들은 부모님 주민등록번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고 애초에 나이 제한이 걸리지 않기 위해 부모님 명의로 게임 계정을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게임 안하고 일찍 자고 열심히 공부하는 착한 아이’가 됐을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규제의 대상이 되는 미성년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법이지만 게임 산업에 끼친 영향은 컸다. 미성년자 유저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따로 넣는 데에 인력과 시간이 소모됐고 셧다운제 적용이 힘든 모바일 게임으로 방향을 틀거나 성인용 게임만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셧다운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이러한 문제와 우려가 제기됐지만 결국 셧다운제는 통과됐다. 아무튼 게임은 나쁜 것이고 우리 아이가 공부도 못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다 게임 탓이니 규제해야 한다는 규제 만능주의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목된다.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2019년부터 시작됐고 2021년에 최종 확정돼 2022년부터 적용된다. 처음부터 논란이 있었고 통과된 후에도 실효성 없이 각종 문제만 일으킨 규제를 고치는 데에 꼬박 10년이 걸린 것이다.
이번 셧다운제 폐지는 게임 산업의 영역에서만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 규제 하나를 잘못 만들었을 때 그것을 바로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못된 규제를 고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폐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게임은 끌려 나와 사회악 취급을 받았고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또 다른 무언가가 아이들을 망치는 악의 축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언가를 때려잡아 나쁜 것 취급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셧다운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규제 한 줄을 만들더라도 정말로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는지, 예상되는 피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잘못된 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소모될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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