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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국가채무, 누군가의 세금 부담이다

달콤한 선심성 공약, 입에 쓴 비용 청구서와 같이 봐야

우리 세대 어려움을 미래 세대에 빚으로 넘겨선 안 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08 11:45:59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에베소서 4 : 29>
 
검은 호랑이해인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의 얼굴은 나라 걱정으로 어둡기만 하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과연 희망의 새해가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상상이길 바라지만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토건비리 패거리들과 조폭들이 제 철 만난 듯 여기저기 설치며 국정농단을 하는 건 아닐까. 국민 입막음용으로 돈을 마구 뿌리며 중남미 포퓰리즘 국가의 전철을 밟으며 경제빈국으로 가는 건 아닐까. 또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으로 된다고 가정한다면 선거캠프에 빌붙었던 ‘파리떼’들이 논공행상 앞세워 5년 내내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건 아닐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대통령 밑에서 5년을 살고 있는 국민이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선거가 60여일 남짓 남으면서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점차 바빠지고 있는 추세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선심성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기본소득을 얼마 준다고 하고 코로나 손실보상금도 얼마씩 지원한다. 온통 돈 잔치 일색이다. 돈을 준다고 하는데 싫어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그 돈이 어디에서 충당되느냐 하는 것인데,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는 하나 같이 어느 항목에서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정부 지출을 더 늘리면 혜택 받는 주체도 국민이지만, 혜택이 늘면 국민 부담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국민 앞에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약속할 때면 동시에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할지, 어떤 세금을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를 아울러 밝히고 있다. 무조건 쓰고 보자거나, 선거철만 넘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공약을 남발하지는 않는다.
 
정부 지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밖에 없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 혹은 사회복지 등 다른 지출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아니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재정적자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태다. 그래서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고스란히 국가채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국가채무는 가만둬도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생산은 위축돼 세금은 덜 걷히게 되고, 복지와 의료 등 정부지출은 늘어나 국가 채무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가채무는 언젠가는 누군가가 세금을 더 부담해 갚아야 한다. 그때까지는 매년 이자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결국 미래세대의 돈을 미리 꾸어 쓰는 것이라 보면 된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일까. 집권여당이 또 법정최고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약탈적 대출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법정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춘 바 있다. 불과 반년 만에 다시 최고금리 인하 카드를 또 꺼내든 것이다. 최고금리 인하는 이처럼 누군가에는 갚아야 할 이자를 줄여줄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대출을 막아버리는 ‘양날의 검’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와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시행 등으로 중‧저 신용자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외에도 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설 연휴 전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액수를 1인당 100만원 정도로 맞춰 25조원 내지는 30조원의 추경을 편성키로 했다. 그간 추경 논의에 한 발 물러서 있던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정부 설득’을 전제조건으로 달긴 했지만 호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산 편성권을 쥔 정부 부처는 기존 예산으로 충분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2월 추경이라는 점에서 표심만 노리는 ‘선거용 돈 풀기’라는 비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탈모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발표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는데 이는 너무 포퓰리스트적 접근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갈수록 악화한다는 점에서 탈모 복제약의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두 후보의 국정철학이 무엇이지도 잘 모르는 국민이 많다. 이재명은 포용국가, 윤석열은 공정경제를 내걸었지만 하나 같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양극화, 저(底)출산, 고령화, 연금개혁, 노동개혁, 규제철폐 등 민생에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노동조합 만나면 친노동, 기업인들 만나면 친기업을 외치는 카멜레온이 된다. 납세자에겐 ‘세금 깎아주겠다’고 하고 취약계층에게는 ‘재정지원 늘리겠다’고 말한다. 비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얄팍한 셈법에 따라 ‘표(票)’ 구걸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이 그 말에 현혹되어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문재인정권에서 속은 것만 봐도 알만할 텐데 망각의 동물이라 잊는가 보다.
 
한 때 지구촌에서 부국으로 열 손가락에 꼽히던 아르헨티나를 보라. 2차 세계대전 후 후안 페론 대통령이 뿌린 페론주의의 불씨는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9차례나 국가부도를 당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제는 국민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국민은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할 때 그 재원이 어떻게 조달되는지까지 묻고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를 꼼꼼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달콤한 선심성 공약은 입에 쓴 비용 청구서와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한다. 당장 우리 세대의 어려움을 덜자고 미래 세대에게 빚을 남겨줘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공약(空約)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오,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 <고린도전서 14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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