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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52>]-삼성화재

‘무노조 경영 폐기’ 2년… 삼성화재 ‘노노 갈등’ 격화

최근 평협 노조와 전년 임금협상 타결

삼성화재 노조 “졸속안, 수용 불가”

‘교섭대표노조’ 지위 놓고 내홍 장기화

기사입력 2022-05-25 00:07:00

▲ 삼성화재가 두 개 노조의 극심한 갈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삼성화재에 설립된 두 개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법원 판단으로 판정승을 거둔 쪽이 회사측과 임금협약을 체결했으나, 다른 쪽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2년만의 일이다. 
 
2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달 초 평사원협의회(평협) 노조와 2021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직급에 따라 임금을 4.1~8.9% 인상하는, 지난해 안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현재 삼성화재와 교섭권을 가진 대표 노조는 평협 노조이며, 최근 이름을 리본 노조로 변경했다.
 
또 다른 노조인 삼성화재 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9일 2021년 임금협약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 노조를 포함해 상당수 직원은 그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며 “이것이 삼성화재 노동인권의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삼성화재노조는 이어 이번 임금협상 타결안은 지난해 회사측이 제시한 최종안과 직원 입장에서 사실상 다를 것이 없다”며 “타결의 핵심 조건은 사무실 지원과 리본 노조 전임자(회장, 사무처장, 여성국장) 활동 보장이 전부”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리본 노조와 합의한 최종 인상율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삼성화재 노조는 인상율을 더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임금협상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삼성화재와 리본 노조의 임금협약 타결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이번에 타결된 임금인상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 위원장은 “리본 노조는 임금인상률을 단 0.1%도 추가하지 않은 채 타결했고, 2022년 임금협상이 남아있다며 직원들을 위로·설득하고 있다”며 “리본 노조가 그 간부 그대로 노조전임을 인정받고 사무실을 지원받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인상율과 본인들의 안위를 맞바꾼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 삼성화재 노조 조합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작년 24일 서울 삼성화재 앞에서 ‘노동3권 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금속노조 제공]
 
반면, 리본 노조는 2021년 임금협약에 관해 이미 교섭과 잠정 합의 절차를 마치고 체결식만 앞둔 상황에서 더 미룰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홍광흠 리본 노조 위원장은 “(삼성화재가 낸 교섭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고를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리본 노조가 회사와 교섭이 가능한) 원래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삼성화재 노조가 대법원에 또 항고를 했다고 해서 그 기간 내내 기다려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홍 위원장은 또한 협상 진행과 타결을 뒤늦게 알았다는 삼성화재 노조측 주장도 일축했다. 홍 위원장은 “2021년 임금협상 최종협약안을 포함한 모든 회의록 자료를 이메일로 삼성화재 노조에 발송했다”며 “자료에는 협상이 타결됐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메일 수신 확인 기능을 통해 “우리가 3시 20분에 메일을 보냈고 상대방이 확인한 게 3시 45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본 노조가 임금협약 체결을 서둘렀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달까지 임금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리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잃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에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1년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경우 어느 노조든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가처분 항고심 결정으로 기존 교섭을 중지하라는 결정이 취소됐기 때문에 교섭대표노조인 리본(평협) 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사가 거부할 경우 교섭 회피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며 “노노간 분쟁으로 임금인상이 무기한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직원들 불만이 확산되면서, 노조 동의를 받아 잠정합의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미 적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노조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향후 판결 및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삼성화재 측은 “가처분 항고심 결정으로 기존 교섭을 중지하라는 결정이 취소됐기 때문에 교섭대표노조인 리본(평협)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사가 거부할 경우 교섭 회피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그동안 삼성화재 노조와 리본(평협) 노조는 단체교섭권을 놓고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삼성화재 노조는 2020년 2월에 먼저 설립됐고, 첫 노조로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작년 3월 기존 상조회 성격의 평협을 승계한 평협 노조가 설립됐고, 그달 두 노조 모두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내홍이 불거지기 시작됐다.
 
삼성화재 노조가 먼저 과반수 노조로 나섰으나 평협 노조가 조합원이 더 많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것이 수용되면서 평협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그러자 삼성화재 노조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평협 노조와의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50민사부는 “평사원협의회 노조 설립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중대하고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삼성화재가 평협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평협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는 1심 항고심에서 평협 노조가 노조 자격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사측에 의해 이른바 ‘어용노조’로 전환된 자주성·독립성이 결여된 단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면서 삼성전자, 삼성화재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에 줄줄이 노조가 설립됐다. 문제는 다른 계열사도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기존 노사협의회가 노조로 전환하면서 신설 노조와 단체교섭권을 두고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배경 중 하나였던 ‘노조 와해’를 삼성측이 은연중 감싸고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면, 기업계에서는 노조 설립을 용인했더니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에나 매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업계 종사자는 “노조 설립은 기본권이어서 애초부터 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노노 갈등이 자꾸 생기면 업무에 영향이 없을 수 없고, 특히 일반인에게 노조의 나쁜 이미지가 더욱 겹씌워지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학형 기자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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