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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산하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전 품목 확대를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해상·항공 운송 비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까지 지속될 경우 운반비 부담을 버텨낼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임박·친기업 윤석열정부 집권에 위기감 커져
화물연대는 지난달 28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 약 1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화물연대는 추산했다.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및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운송 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주된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화물차주가 노선별로 받을 수 있는 최소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이른바 ‘물류 업계의 최저임금제’라는 평가다.
안전운임은 인건비·감가상각비·유류비·부품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2020년 1월1일부터 시멘트·컨테이너 업종에 한해 3년 일몰제로 시행됐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 화물노동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전 71%에 달하던 졸음운전 경험은 53%로 18%p 감소했으며 휴식 없는 연속 운행 시간도 제도 시행 전 4.51시간에서 시행 2년차 3.64시간으로 줄었다. 과적 경험 비율 또한 제도 시행 전 24.3%에서 시행 2년차 9.3%로 줄었고 과속경험 역시 32.7%에서 19.9%로 줄었다.
화물연대는 이를 근거로 운행 시간이 감소하고 휴식시간 및 수면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운행 중 피로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과적·과속이 감소하는 등 화물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이 증진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급등하며 연료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들의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은 2000.3원으로 사상 최초로 2000원 선을 돌파하며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정부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기급 기준을 1850원에서 1750원으로 인하하고 적용 기간도 2개월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에 화물연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천명한 윤석열정부가 들어서자 안전운임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며 화물연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유가 폭등으로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섰는데 정부 대책은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화물노동자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달릴 수밖에 없는 위험한 질주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는 화물연대가 파업할 경우 대체 수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인호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은 “지금처럼 화물 노동자가 낮은 운임으로 과로하는 상황에서는 도로를 같이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로 운반비 급등… 파업 강행 시에도 막대한 피해 우려
이에 대해 화주들은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운운임 인상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까지 더해지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개최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토론회’에서 “화물연대는 유가 상승에 연동한 운임 인상을 파업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현재 시행 중인 안전운임 제도에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다”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으로 수출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파업 보다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무역협회 등 화주 단체는 안전운임제를 일몰하고 그동안 드러난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제도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국교통정책학회 자료에 따르면 화주의 83%는 안전운임 수준이 높다고 느끼고 있으며 과도한 운임 인상률과 운임 변동 불확실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시멘트 기업들의 운반비를 살펴보면 한일시멘트의 경우 안전운임제 실행된 2020년 1분기에 운반비로 132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1분기 운반비 지출은 228억원이었다. 쌍용씨앤이는 2020년 1분기 90억원이었던 운반비가 올해 1분기 102억원으로 늘어났다. 삼표시멘트의 경우 2020년 1분기 36억원에서 올해 1분기 49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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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
여기에 항공 화물 요금과 해상 운임이 오른 것도 화주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이달 16일부터 한국발 국제선 화물 유류할증료를 역대 최고치인 kg당 장거리 1380원, 중거리 1300원, 단거리 123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1월 기준 유류 할증료가 장거리 370원, 중거리 350원, 단거리 330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달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175.35로 전주 대비 12.66% 나 껑충 뛰었다. SCFI는 올해 들어 17주 연속 하락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최초로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봉쇄가 풀림에 따라 물동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6~9월은 물동량이 많은 시기여서 추가 상승도 우려된다.
무역협회 등 화주 단체는 “안전운임제로 육상운임이 30~40%가량 상승하며 수출기업들이 해상·항공·육상까지 고운임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양한 부대할증 부과와 적용 문제로 현장의 혼란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여파가 산업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명으로 전체 화물기사의 6%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업으로 입는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5~27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사흘간 시멘트 생산량이 80% 감소했다. 매출로 환산하면 하루에 110억원 수준이 허공으로 날라간 셈이다. 당시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기사도 운행을 거부하고 화물연대가 불법 점거로 운행을 방해해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3일 화이트진로 화물 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을 점거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공장 가동은 재개됐지만 점거 시위가 이어지며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출고 물량이 59% 수준으로 떨어졌다. 근무 중인 경찰관을 폭행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 이천경찰서에 체포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정상적으로 운행을 수행하는 다른 화물차주들에게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 불법적인 운송 방해 행위를 강행하는 경우 경찰과 협조해 초기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업을 하면 보통 기업들이 대체 수단을 찾는데 대체 수단을 찾기도 힘들고 요구를 들어주기에도 부담이 크다”며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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