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그게… 바로 너의 용사들인 새턴 부족이 요즘 지내기가 힘들다고 하네. 내 친구 빅을 통해서 연락이 왔어.” 미미가 대답했다. “그래서 다른 개미들이 나를 방문한 거구나.” “맞아, 새턴의 여왕이 너와 이야기해 보라고 부탁도 했어.”
“내가 요즘 건강이 별로 안 좋아. 그래서 개미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내기가 좀 힘들어.” 아카시아가 심각하게 말했다.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데?” 미미가 물었다. “사실 요즘 몸이 찌뿌둥하고 의욕도 하나 없고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 아카시아의 얼굴은 모든 게 귀찮은 표정이었다.
“저런!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미미가 동정했다. “미미, 산다는 게 적당히 어려운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그래야 맛이 있는 거 같아.”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의아해진 미미가 물었다. “너도 알지만 새턴은 워낙 세고 용감하잖아. 새턴이 나를 지켜준 지 몇 년 되었는데, 이 근방에 소문이 났어.”
“무슨 소문?” “새턴이 지켜주는 나한테는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다는 소문이지. 여기 사는 곤충이나 동물들은 다 아는 사실이야. 새턴이 워낙 혼쭐을 내니까 다들 무서워 해. 그러다 보니 새턴도 그다지 할 일이 없지. 가끔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 내 근처에 왔다가 새턴한테 호되게 당하는 일은 있지만 말이야.”
“인간도 당해?” 미미가 놀라서 물었다. “여행 온 사람들이 무심코 내 옆에 서 있었는데 새턴이 나를 해치려한다고 생각하고 달려들어서 무차별 공격을 했어. 얼굴을 감싸고 도망을 치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아카시아가 깔깔 웃었다. 그 바람에 미미도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아까 풍뎅이를 내쫓는 걸 보니까 상상이 된다.”
아카시아가 말을 이었다. “미미, 너는 백년의 동물이고 식물의 편이니까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이제는 새턴이 없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나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웬만한 동물들은 다 아니까.” 아카시아가 도도하게 말했다. “그래서 새턴한테 요즘 대접을 잘 안 해주는 거야?” 미미가 물었다.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사는 게 재미없어지니까 의욕도 떨어지고 음식 만들기도 귀찮아진 것뿐이야.” 아카시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도 새턴한테 잘 해 줘야 하는 것 아니야? 가끔 침입해 오는 곤충이나 동물이 있잖아? 그리고 의리가 있지, 이제껏 새턴이 지켜주었는데….” 미미가 설득했다.
미미가 아카시아와 솔직한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빅과 이호는 아카시아 뿔 속에 있는 새턴 왕국을 둘러보고 있었다. 세로는 아카시아 뿔 속에 있는 궁전의 방들을 보여 주었다. 가장 큰 뿔 안은 여왕의 방이었다. 여왕이 그 안에서 알을 낳으면 시종들이 알들을 다른 뿔로 옮겼다.
아카시아의 뿔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들의 양육실과 어른 개미들의 집무실로 구분되어 운영되었다. 아카시아의 크고 튼튼한 뿔은 새턴 왕국의 궁정으로 손색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서 살 생각을 하셨을까, 여왕님의 생각이 대단해요!” 빅이 감탄했다.
“다른 부족은 여왕이 혼인비행을 마치면 몸소 궁전을 지어야 하는데 새턴 부족은 그럴 필요가 없군요. 게다가 먹을 것까지 제공한다니, 사냥을 다닐 필요도 없잖아요.” 이호도 거들었다. “네, 그렇습죠. 아카시아와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렇게 살아왔답니다.” 세로가 대답했다.
“하지만 요즈음 아카시아의 마음이 변한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세로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그들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오는 작은 곤충을 발견했다. 몸이 투명한 연한 갈색의 곤충이었다. 세로는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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