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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장혜원·윤승준 기자] 친환경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비거니즘(비건주의)’이 유통가 및 시민사회에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르며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비용’ ‘불균형적인 영양’ ‘여성주의와의 과도한 결합’등이 비건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끼 2만~3만원’ MZ세대 주요 소비층인데…고(高)가격 논란↑
15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건강이나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채식주의자가 된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은 동물 복지나 환경 보호, 종교, 트라우마, 알레르기, 체질 등의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840곳(서울시 채식 음식점 현황)의 비건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채식연맹의 채식 분류를 근거로 1555개 채식 메뉴 취급 식당을 발굴했는데 식재료와 조미료에 동물성 성분을 첨가했는지, 유제품을 사용하는지 등을 꼼꼼히 조사해 ‘채식 음식점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채식 전용 음식점과 채식 메뉴를 판매하는 일반음식점까지 포함하면 1000여 곳에 달한다. 한식·중식·베이커리·카페 등에서 오직 채식만 하는 비건과, 생선과 유제품을 취급하는 패스코 등을 위한 맞춤형 식자재를 공유한다.
비싼 가격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구직사이트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6805원 수준인데, 2020년 6월 기준 식당의 식사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메뉴당 평균 가격은 1만4635원으로 집계됐다. 취재진이 파악한 강남 내 양식 비건 레스토랑 5곳 에서는 파스타·피자·샐러드의 경우 평균 2만~3만원, 햄버거는 1만5000원에서 2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점심가격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비건의 주요 소비층으로 알려진 MZ세대의 부담도 크다.
비건주의자 28세 대학원생 A씨는 “가끔 채소 가격이 고기 가격보다 보다 비싸서 비건주의를 계속하는 게 경제적으로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라며 “적은 생활비로 비건주의를 실천하기에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층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36세 직장인 B씨도 “비건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친환경 제품들을 구입하고 있지만 1.5~2배 정도 비싼 편”이라며 “아직 가시적 효과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위안이 오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비건 제품 구매 건수는 늘어났지만,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구매에 치우쳐 있으며, 상대적으로 적은 소비자를 위한 특성화된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제조 및 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비건 식당을 운영 중인 C씨는 “비건 식당에서는 기준에 맞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므로 원재료 가격이 다른 가게 대비 1.5~2배 정도 높은 게 사실이며, 인테리어 수준도 상당히 고급스럽게 해야 해서 인테리어 비용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운영비용 및 부대비용을 고려할 때 전혀 높은 가격이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영양 불균형에 대한 부작용도 비건주의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힌다. 채식은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 섭취는 풍부하고 육식보다 칼로리, 지방, 콜레스테롤은 적어 비만, 심혈관질환, 변비 등에 좋으나, 곡류, 채소, 견과류 등은 식물성 단백질이라 고기, 생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에 비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고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 함량이 낮아 영양 불균형에 대한 위험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성 식품들은 철분 흡수율이 낮아 빈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견과류, 들기름, 카놀라유 등으로 보충하고, 비건과 프루테리언은 칼슘, 비타민D, 아연, 비타민B12가 결핍될 수 있어 영양제 추가 복용 등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장기 아이들이 완전 채식을 하면 영양 결핍 위험성이 성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경원 이화여자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비타민B12와 오메가3가 부족하면 혈전이나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며 “동물 단백질을 섭취하면 우리 몸속에 혈관을 청소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데, 그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여러 가지 성인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던 비건 출신의 저자 리어키스가 2014년 저술한 ‘채식의 배신’에서 저자는 “채식이 몸만 망가뜨렸다”라며 “채식주의를 시작한 이후 저혈당증이 왔고, 생리가 멈췄다”고 고백하며 채식주의의 어두운 면을 폭로했다. 그는 비건주의를 퇴행성관절 질환과 우울증, 초조감이 밀려들었다고 적기도 했다. 포화지방을 통한 체네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지자 나타난 질환들이었다고 한다.
과일만 먹으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프루테리언’도 문제다. 밥 대신 과일만 먹는 것인데, 과거 한 달 넘게 ‘과일식’에만 도전했다는 60대 오 모 씨는 언론에 “최근 건강 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중성지방과 간 수치도 기준치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라며 “3년 전 무릎 수술 이후 하체 근육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근 감소증 판정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과당이 증가하며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일어났다는 애기다.
유럽 독일연방농식품부(BMEL)산하의 연구기관인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에서 비건 식단 그룹의 영양불균형 등에 대한 문제점을 연구한 코넬리아 와이커트(Cornelia Weikert) 박사는 “영양학적 관점에서 특정 식단이 반드시 다른 식단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비건 식단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다양한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를 얼마나 균형 있게 섭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부장제가 육식주의 불렀다’ 비건 페미니스트의 등장
일부 급진주의가 국내 비건 문화의 성숙과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건·비거니즘을 알리기 위한 기습적인 캠페인이나 충격적인 도축 영상 등이 보는 이들에게 적잖은 반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비건과 페미니즘(여성주의)가 합쳐진 ‘비건 페미니즘(Vegan-Feminism)’, 그 중에서도 급진적 비건 페미니즘이 대표적이다.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해 남녀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들이 채식주의를 실천하면서 비건 페미니즘을 주도하고 있다.
디엑스이(DxE·Direct Action Everywhere)은 2019년 6~8월 서울 일대의 고깃집과 대형마트(정육 코너) 등에 기습적으로 난입해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등의 구호를 수십 분간 외쳤다. DxE는 직접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등 온라인에 게시했고,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강요하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이른바 ‘남초(남성이 많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의 뇌관으로 작동했다. 29세 남성 C씨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자신과 다른 지점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채식주의든 동물권 보호든 개인의 자유인데, 이를 강요하는 것은 완벽한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DxE는 2013년 미국에서 시작된 채식주의 동물권 보호 단체다. 한국 지부는 거의 모든 일원이 페미니스트임을 감추지 않는 등 비건 페미니즘 성향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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