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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비거니즘, 일상에 스며들다 (上-경제)
대세로 떠오른 ‘비거노믹스’… 채식 넘어 식물성 제품으로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 61억달러… 2025년 110억달러 확대 전망
신세계푸드·CJ제일제당, 대체육 브랜드 론칭 후 비건 식품 개발·판매
농심·풀무원, 비건 레스토랑 운영… 동원F&B·SPC삼립, 해외社 협업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6 00:07:01
최근 ‘비건(vegan·완전한 채식주의자)’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육식에 더해 동물성 식품·제품까지 거부·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는 방증이다. 시장은 관련 상품·서비스를 쏟아내고 있고 관련 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신조어 ‘비거노믹스(Veganomics)’까지 등장했다. 적어도 비건·비거니즘이 곧 채식주의(자)라는 설명은 더 이상 충분치 않게 됐다. [편집자 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식물성 대체육의 시장 규모는 2020년 60억710만달러(7조8500억원)로 4년 만에 43.9% 늘어났다. 사진은 신세계푸드 대체육 팝업스토어 ‘더 베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왼쪽)와, CJ제일제당 대체육 브랜드인 플랜테이블의 함박스테이크와 미트볼·주먹밥. [사진=뉴시스]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장혜원·윤승준 기자] 채식주의자(비건·Vegan)들의 전유물이었던 식물성 식품(plant based foods)이 경영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식품업체들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꼽히는 대체육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진출, 외식사업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건 열풍은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로 만든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으로도 번졌다. 투자·경영 트렌드로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부상함에 따라 점차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식품 투자액 31억달러…전년比 3배 늘어
 
비건 식품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대체육의 시장 규모는 2016년 42억1860만달러(5조5100억원)에서 2020년 60억710만달러(7조8500억원)로 4년 만에 43.9% 늘어났다. 이 기간 성장률은 연평균 9.6%에 달했다. 2025년에는 110억3300만달러(14조4000억원)로 두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대체식품의 국가별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미국이 14억7950만달러로 전체 24.4%를 차지하며 가장 컸다. 그 다음은 영국 10.8%(6억5870만달러), 독일 5.1%(3억1030만달러), 중국 5.1%(3억870만달러), 일본 4.1%(2억514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대체식품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2020년 대체식품의 투자액은 31억달러로 2019년(10억달러)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식물성 단백질이 21억46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20%가량이 미국 대체육 제조기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로 향했다. 발효 단백질(5억8700만달러)과 배양육(3억3600만달러)에 대한 투자액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해산물 세포배양 기업인 ‘블루날루(BlueNalu)’가 6000만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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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기후변화와 식량부족에 대응할 투자안으로 ‘대체 단백질’을 제안했다. 관련 시장이 2030년에 최소 800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대체육 제조기업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오틀리(Oatly)는 기업공개(IPO)를 거쳐 상장했고 상장을 앞둔 임파서블 푸드의 가치는 10억달러로 추정된다.
 
일반 식품기업은 유망 대체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진행하거나 대체 단백질 제품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미국 육류 유통업체인 타이슨 푸드(Tyson Food)는 대체 단백질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해 최근 완두콩으로 만든 대체육인 ‘레이즈드 앤드 루티드(Raised & Rooted)’를 출시했다. 네슬레(Nestlé)도 대체 단백질 제품으로 식물성 고기 외에도 우유, 달걀, 새우 대체식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팽창하는 글로벌 비건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아직 크지 않다. aT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740만달러로 전 세계의 0.3%에 불과했다. 다만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다. 탄소절감, 동물복지 등에 따른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21년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국내 대체육 시장이 2025년에 226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대형 식품업체는 이를 기회로 포착하면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식물성 식품의 개발·공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내놓은 신세계푸드는 그해 첫 대체육 제품인 슬라이스 햄 콜드컷(Cold Cut)을 출시하며 대체육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 콜드컷을 넣어 만든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와 ‘프렌치 바게트 샌드위치’를 스타벅스 매장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기업 구내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식물성 원료로 햄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을 출시했다. 두 번째 대체육 제품이다.
 
제조·유통을 넘어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신세계푸드는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식물성 정육점인 ‘더 베러’를 개장했다. 이곳에서 햄, 소시지 등 대체육 메뉴 20여종과 귀리 음료, 비건 빵, 케이크·쿠키 등 식물성 식품 메뉴 30여종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투자 계획도 세웠다. 600만달러 규모의 자본금을 출자해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하고 투자·자금 소요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400만달러를 증자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 12월 대체육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출시한 뒤 식물성 식품을 ‘비비고’에 이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정했다. 지난달 18일 연구개발(R&D) 간담회에서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사업에서 2025년까지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하고 이 가운데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인천 2공장에 연 1000톤(t)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향후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추가 증설을 검토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한 제품은 만두, 김치,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주먹밥 등이다. 식물성 소재인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적용해 고기에 버금가는 식감과 육즙을 구현했다. 외부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대체 유제품 기업 ‘미요코스 크리머리’에 투자해 대체 버터·치즈가 함유된 제품을 개발했고 인도네시아 식물성 식품업체 ‘그린레벨’에도 투자하며 동남아 할랄(HALAL)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비자에게 비건 식단을 선보이며 ‘채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기업도 여럿 눈에 띈다. 지난해 1월 식물성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한 농심은 올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레스토랑인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오픈했다. 햄버거, 파스타 등 흔한 음식이 아닌 런치·디너코스로 다양한 식단 경험을 제공한다.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판매하는 풀무원은 올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열었다. 메뉴는 대체육을 활용한 소이불고기 덮밥, 두부 페이퍼 라자냐, 두부 가라아게 메밀면 등이다.
 
해외 유명 비건 식품들도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동원F&B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기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드는 비욘드버거, 비욘드치킨스트립, 비욘드비프크럼블 등을 2019년부터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SPC삼립은 미국 대체식품기업 잇 저스트(Eat Just)의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저스트 에그(Just Egg)를 작년부터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는 캐나다 비건 식품 기업 데이야(Daiya)와 작년 12월 국내 판매·유통 계약을 맺고 식물성 원료로 만드는 치즈·케이크·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천재준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는 “대체식품은 동물사육 없이 혁신 기술로 단백질을 구현하고 농축산업의 탄소배출을 감축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기대되는 분야”라며 “국내에서도 대규모 식품기업을 중심으로 식물성 대체육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대체식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체식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비건 화장품 시장, 연 6.3% 성장… 2025년엔 208억달러 전망
 
▲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51억달러로 2017년(129억달러) 대비 4년 만에 17.1% 늘어났다. 2025년에는 208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비건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 [사진=뉴시스]
 
먹을거리를 넘어 뷰티업계에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원료가 아닌 자연에서 나온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는 화장품을 말한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 말까지 인증한 비건 제품 2500개 중 40%(1000개)가량이 화장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건 뷰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비건 뷰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51억달러로 2017년(129억달러) 대비 4년 만에 17.1% 늘어났다. 매년 평균 6.3%씩 성장하며 2025년에 208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화장품 기업들은 비건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 6월에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프레시안(freshian)’을 론칭했다. 쿠션과 립밥, 선크림 등 화장품뿐 아니라 퍼프 같은 도구에도 식물성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1월 비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스킨케어 화장품 ‘더테라피 비건’ 라인 4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에는 클린뷰티 연구소를 설립하고 천연 유래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너프프로젝트(Enough Project)에 이어 올 4월 헤어케어제품 등을 포함한 비건 브랜드 롱테이크(Longtake)를 선보였다. 목공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목의 톱밥을 재가공한 향료와 편백잎·검정콩·장미꽃추출물 등 식물유래 성분을 사용한다. CJ올리브영은 올해 핵심 전략 키워드로 ‘비건 뷰티’를 삼고 주요 매장에 ‘비건 뷰티 존’을 설치했다. 자사 브랜드 중 비건 인증 기준을 갖춘 제품을 선별해 ‘올리브영 비건 뷰티’ 인증마크를 부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피부에 잘 맞는다는 이유보다는 동물보호·복지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이 비건 화장품을 자주 쓰고 있다”며 “화장품뿐 아니라 음식, 의복 등에서도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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