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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사는 40대 자매와 여동생의 10대 딸이 지난 8일 폭우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신림동 세모녀 사태는 열악한 주거환경의 대표격인 반지하 주택에서 불거졌다.
서울시 주민의 5%, 20만 가구는 사회적 참사의 위험을 떠안은 채 낮은 거주비용이라는 이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반지하를 선택한다. 이에 재해대책과 주거복지대책에 대한 전면 전환을 위해 제도적 장치 등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 주민을 위한 지원·이주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주거비 격차’에 도사리고 있는듯 싶다. 197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산업고도화와 함께 주거 계층화를 이룬 도심에서는 ‘빈곤’과 ‘가난’ 그리고 ‘주거 복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재난은 빈곤에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말처럼 비극의 중심에는 ‘반지하 거주민’들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대책은 어떤 것인지 또한 실효성은 과연 있는지 등에 대해 짚어봤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해당 대책은 향후 20년 동안 재건축이 도래하는 노후 임대 11만8000채에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23만채 이상을 새로 짓고 이를 이주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이는 10일 서울시가 기존의 반지하를 차례로 없애는 일몰제를 발표한 뒤 5일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서울시는 20년 안에 폭우 피해 방지 대책의 하나로 지하·반지하 주택에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정책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 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이라며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오 시장은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당장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원 장관은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제 많이 살고 있다”면서 “이 분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지하·반지하 주택’에 맞불 놓으며 市 ‘지상 임대주택’ 대안 내놔
이에 나온 보완책은 20년간 낡은 공공임대 주택 258개 단지(약 12만 가구)를 신축할 때 용적률을 높여 23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며, 일부를 반지하 주민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는 제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근린생활시설과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면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거비 바우처 활용’도 거론됐다. 현재 반지하 주택에 사는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 마련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반지하 참사에 동작구 상도동을 찾으며 오 시장과 서울시 입장에 각을 세운 원 장관도 ‘반지하 대책’ 강구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250만+α(알파)’ 주택공급 대책에 ‘반지하 대책’ 등 주거복지정책을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집중폭우 탓에 당장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등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긴급대책을 시행하되,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쳐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건축법을 통해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지자체가 반지하 건축을 금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현행법 체계 내에서 제도 운용을 통해 반지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잡는다는 것이다.
일주일도 안 돼 두 번에 걸쳐 나온 서울시 정책이나, 국토부 대책은 반지하 대책의 경우, 안전에 문제가 드러난 열악한 거주공간을 될 수 있으면 빠른 속도로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럼에도 여러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양질의 거주환경 지원은 반지하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열악한 주택 거주자들에게 공공·민간 임대주택으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정책은 여건상 반지하 거주 불안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5% 서울시민’ 주거비 부담으로 체류 ‘반지하 퇴출’ 실효성 논란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시 398만2290가구 중 약 5%인 20만849가구가 지하 또는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난한 세입자로 반지하 신축이 불허되고 기존 반지하까지 없애면 많은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난해가 6026가구, 그리고 올해 1만가구에 불과한데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해 반지하 가구를 위한 물량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부터 정부는 각종 지원으로 반지하 이주를 유도했는데, 2년간 1136차례 옮기는 데 불과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거주비 수준’이다.
반지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는 현재 올해 상반기 기준 월세가격은 38만7000원이다. 특히 △강남구(59만 원) △용산구(51만 8000원) △마포구(49만 9000원) △중구(49만 원) △서대문·금천구(각 45만 원) △종로구(41만 원) △송파·광진구(각 40만 원) 등을 기록했다.
국부동산원에 의하면 2022년 1월 현재 서울의 평균 월세는 125만 원이다. 평균 월세 보증금은 2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에 반하면 1억원 수준의 전세 보증금 혹은 20만~50만원 대에 불과한 반지하는 적은 주거비용으로 도심에 들어올 수 있는 마지노선 역할을 해왔다.
지하·반지하 주택이 처음부터 사람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애초 전쟁 대비를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마련된 공간이었다. 유사시 방공호 또는 대피소가 구축될 공간이 필요했던 정부는 1970년 신축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에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건축법을 개정했다.
그 뒤 도시 주택난 해소를 이유로 설치 기준이 완화되면서 주거용도로 활용됐다. 반지하 주택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수도권 과밀화와 함께 주택난이 심각해진 1980년대부터다. 다세대 주택이 늘어나면 지하공간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이점이 있어 반지하 주택 건수가 급증하는 요인이 됐다. 비록 불편하지만 반지하주택이 있어 가난한 도시민이 적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주거복지는 크게 주거비 지원과 공공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서울시는 이 두 개를 적극 활용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존 반지하 세입자들의 주거를 지원하기 위해 일부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제공하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적정 금액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총 96만7000여 가구의 전체 등록임대주택 임대료를 분석한 ‘등록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의 임대료 차이 비교분석 보고서’에는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민간 등록임대아파트의 평균 월세 보증금은 1억1222만원으로 시중 일반 아파트의 월세 보증금인 2억399만원보다 44.9% 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도 민간 등록임대아파트는 87만원으로 시중 일반 아파트의 월세 평균인 126만원보다 30%가량 낮았다. 일반 아파트의 전셋값은 평균 6억7792만원으로 민간 등록임대아파트 전셋값 3억8472만원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임대아파트의 가격은 지하·반지하 대비 보증금과 월세 모두 2~3배에 달하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비 대상자 A씨는 “월 20만~30만원 정도의 주거비를 부담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 아니면 반지하에 남아야 할 것”이라며 “50만~60만원 정도 하는 월세를 내면 월 수급비로 받는 100만원 안팎의 돈으로 도무지 생활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금과 같이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취약계층에게 적게 배분되어서는 현실화되기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이어 “문재인정부 때 13만호에서 14만호씩 공급됐는데 그때도 취약계층에게 돌아간 공공임대주택은 적어서 쪽방 주민은 전국적으로 1만 가구도 안 되는데 여전히 쪽방에 사시고 주거 상향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소장은 또한 “반지하는 서울에만 20만 가구가 넘으며, 전국적으로는 30만 가구가 훌쩍 넘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분을 확대하지 않으면 주거 상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하 거주민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물량 확보부터 앞서 이어져 온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노력을 감안할때 반지하라는 공간을 일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제도적, 제정적, 사회여건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반지하는 지상층에 비해 월세 등과 보증금 등이 훨씬 비싼데 결국 반지하를 떠난다면 쪽방, 비닐하우스 등으로 하향 이동할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공공임대 주택은 저소득층,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즉 더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상층으로 이주하지 못하는 반지하 주민의 생활공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이들이 다시금 열악한 거주환경인 고시원이나 쪽방 등으로 이동하여 빈곤 주거환경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정교한 대책없이 반지하 폐지를 추진할 경우 취약계층 주거 안정성에 혼선만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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