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 상공 뚫고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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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日 상공 뚫고 미사일 발사

尹대통령 “유엔의 보편적 원칙과 규범 명백히 위반해”
기시다 日 총리, 北미사일에 ‘폭거’로 규정 강하게 비판
최근 연이은 北미사일에 국제사회서 비판·대화촉구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4 15:23:48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있다. [뉴시스]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23분께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해 동쪽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 고도는 970여㎞였으며 속도는 약 마하17로 탐지됐다.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의 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행위는 한미동맹의 억제 및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시키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합참은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날 국가안보실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NSC 참석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회의에는 김 실장을 비롯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기웅 통일부 차관, 김태효 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은 묵과할 수 없으며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기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북 억제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회의 중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의 이번 도발이 유엔의 보편적 원칙과 규범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비판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과 미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추진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일본 정부는 이를 '폭거'라고 규정하는 등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위로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두고 ‘폭거’라며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같은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통보도 없이 우리나라 상공을 통과하는 형태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통과 지역 주민 안전의 관점에서도 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우리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자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마쓰노 장관에게 △국제사회와 협력과 연계 강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실효성 확보 △유엔 안보리 추가 대응 포함 북한에 단호히 대응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사일 발사 정보 전달 시스템인 엠넷(Em-Net)의 속보와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방송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일본은 한때 홋카이도와 아오모리 지역에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피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상공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심스러운 물건을 발견할 경우 접근하지 말고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 연락하라고 현지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지난 1일 이후 3일 만에 재개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최근 10일간 총 5번이 감행됐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미사일을 발사한 셈이다. 이를 두고 국제 사회에서도 비판과 함께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추고 핵실험을 삼가며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표명한 대화 제의에 건설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의 이러한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북한의 이웃국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며 “우린 여전히 대북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며 북한이 대화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발사한 이후 28일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SRBM 2발, 29일에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SRBM 2발, 지난 1일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을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만 9번째다.

최근 미사일 발사에서 북한은 비행 고도·거리·속도 등을 조금씩 달리하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여러 종류의 SRBM을 시험 평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