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태원참사 현장 찾은 수험생들 “살아남은 자의 책임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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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끝나자마자, 애도부터 하려 했다 …악몽 지우고싶어”
경찰인력 증원·안전 요원 배치·임시 응급 처치실 운영 ‘철저 대응’
합동분향소 된 참사현장 …당분간 철거계획 없어 ‘운영 지속’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8 16:24:04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7일 오후 수험생들은 이태원참사 임시 추모 공간인 이태원역1번출구 일대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날 찾은 이태원 참사 장소. 2020년부터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수능 또한 확산세 속에서 치러진 가운데,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서울 용산구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 모여들었다. 또래 젊은이 158명의 희생이 있었던 자리에서, 수험생들은 통탄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7일 오후 7시쯤, 사고가 발생했던 길이 45m·폭 4m 안팎의 골목에 흔적이 남아있던 자리, 최근 폴리스라인과 안전펜스가 걷힌 자리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걸음과 애도하는 마음이 만들어놓은 국화꽃과 인형, 과자와 주류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5일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시민의 애도는 끝나지 않았다.

사고 현장인 좁은 골목 옆 해밀턴 호텔 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간절한 애도의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었으며 참사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정부가 수능 종료 후 한때 도심 지역에 몰릴 대규모 인파에 대비해 안전합동 점검 계획을 시행하여 안전요원의 배치가 증원됐으며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한 소방청 등의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의 지원이 있었다.

▲이태원역1번 출구로 통하는 계단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쌀쌀한 날씨에도 수능이 끝나자마자 참사 현장을 찾은 수험생들은 발걸음 걸음마다 각자의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왔다. 추모공간을 찾은 18세 여고생 A씨는 경기도 동탄의 수험장에서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수능준비 때문에 참사현장을 이제야 처음 찾게 됐다고 밝힌 A씨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먼저 간 언니와 오빠들의 희생에 가슴으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반드시 이 길과 현장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의 확충과 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부모님과 함께 현장을 찾은 21세 재수생 B씨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데, 이번 참사에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정서적으로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큰 충격을 받았는데, 또래들의 죽음을 자꾸 사회적 참사로 접하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살아남은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전남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18세 여고생 C씨는 친구들과 함께 왔다. 그는 “수험기간 동안 해당 영상을 봤는데,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다행히 수능은 열심히 준비해서 봤으나, 수능이 끝나자마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틀어막은 기억 속의 영상들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됐고 결국 이 자리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C씨의 친구 D씨도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엄마에게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며 “이곳에 와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진정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기도하는 소리가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장소에서는 49제를 준비하는 간이 제사공간이 마련돼 스님의 기도가 매일 밤 이어지고 있다.

▲ 수능 이후 몰릴 대규모 추모 인파를 대비해 17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 용산구의사회가 협업한 응급처치의무실이 임시운영됐다.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날 참사현장에는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 용산구의사회가 협업한 간이 응급처치 의무실도 열렸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한 지역의사회의 의료봉사 차원에서였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의료봉사에 손수 나선 김형종 용산구의사회 총무이사는 “수능이 끝난 후 이태원참사현장에 대규모 추모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하여 나오게 됐다”며 “지역의사회와 행정당국 차원에서의 선제 사고예방 및 안전수칙 준수가 이뤄져 수험생들의 애도가 안전하고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태원역 1번출구 추모공간의 온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대형비닐을 동원해 추모메시지와 추모공간을 비와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유족이나 추모객들이 의견을 모으기 전까지는 일단 추모공간을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등이 발표한 바로는 추모 공간에 남겨진 추모 메시지는 서울시의 디지털 아카이브로 보관될 가능성이 높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