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어린 딸과 함께 참관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명실상부한 핵 강국으로 최강의 ICBM 보유국이 됐다”고 20일 선전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최고 고도 6000㎞로 1000㎞를 날아 훗카이도 서쪽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는데, 정상 궤도였다면 1만5000㎞를 비행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계속된 군사도발에 7차 핵실험 위기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 3국 사이에 떠오르고 있는 이슈가 ‘독자 대북제재’다.
2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020년 10월 화성-17형이 처음 공개된 이후 이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수의 북한 관영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현지 지도하며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어린 딸 등을 발사 과정 참관에 동행했는데 이는 대내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들과 모든 전술핵 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7차 핵실험을 시도할 것이라는 위험수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핵탄두 실은 1만5000㎞ ICBM 발사하며 ‘게임체인저’ 도발한 北
무엇보다 북한이 핵탄두를 여러 개 실은 사거리 1만5000㎞ ICBM을 갖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7차 핵실험이 강행되면 부담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의 18일 ICBM 발표로 우리 정부가 검토해 온 추가적인 독자 대북제재 조치 부과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18일 ICBM 발사 뒤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그리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 추진 등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 가운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포함한 제재 추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여의치 않으면 관련된 독자제재 조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주요 우방국들과 독자 대북제재를 연계·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 정부는 앞서 더욱 강력한 대북 억제책을 구사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 제재 회피를 주도했다고 판단한 북한 개인과 기관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으나 실효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대상을 추가한 것은 5년 만이었다. 외교부는 당시 자료를 내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 제재 회피에 도움을 준 북한 개인 15명,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과 개인이 대량살상무기(WMD) 연구개발과 물자 조달, 대북 반입 등에 관여했다고 봤다. 대북 독자제재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던 2017년 12월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형 발사 등에 대응해 북한 금융기관과 선박회사 등 20개 단체와 북한 인사 12명을 제재한 뒤 처음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5개월 만에 내놓은 첫 독자제재였으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북한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했다. 남북 간 거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2010년 5·24 조치 등 국내외의 다양한 대북제재로 이미 끊겼기 때문이다. 다만 상징적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미·중-미·러 갈등이 극심해지는 신냉전 국제정세 구도에서 난항 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기존의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제재는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북한의 이어지는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초쯤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은 빈손으로 끝났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편에 섰기 때문이다. 미국 등 대다수 이사국이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음에도 두 나라의 반대로 규탄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다면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북한의 이번 ICBM 시험발사를 강력히 비판하며, 21일 오전(현지시간) 북한 문제로 공개회의를 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추가 대북 제재 필요성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한·미·일과 유럽연합(EU) 등이 추가 독자적 대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결국, 중·러의 반대로 유엔 대북제재가 불가능한 북한에 대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독자제재’다.
중·러 반대에 막힌 ‘유엔안보리 제재’… 독자 제재에 관심↑
현실화가 가장 빠를 법한 우방국 대북제재는 ‘한·일 간 대북제재’다. 한·일 협력위원회 회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자민당 부총재 아소 다로 전 총리는 2일에는 윤 대통령을 예방했고, 이날 박진 장관과 1시간 정도 조찬을 함께했다. 아소 전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 등 양국 간 현안과 3일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대응, 동아시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아소 전 일본 총리와 조찬 회동을 2일 마친 후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으로 독자 대북 제재를 추가로 고려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준비는 해놓고 있다”고 밝히며 여지를 열어뒀다.
향후 북한발 안보위기 대응에 대한 새로운 제재국면에 도입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판단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구체적인 상황을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조찬에 참석하기에 앞서 “북한이 이렇게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어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독자제재라는 해법으로 다가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징용공 배상문제’다. 북한의 군사도발 수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강제징용공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는 미국 뉴욕에서 두 정상이 약식회담을 가진 이후 2개월 만으로 두 정상이 취임 이후에 회담을 연 것은 처음이다.
교도통신·요미우리신문 등이 발표한 바로는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옛 징용공 문제에 조속히 해결하기로 다시 한 번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외교 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재차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일 정상회담과 같은 날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국 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한·미·일 3국 회담은 6년7개월 만에 열렸는데 북핵과 미사일 정보를 공유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포괄적 성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3국이 포괄적인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들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3국 실시간 공유와 함께 미국의 확장억제 전력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아냈다.
북한 미사일 발사하는 즉시 한·미·일 3국이 발사 원점과 궤적, 타격목표, 미사일 유형 등에 있어서 서로 파악한 정보를 즉각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요격능력 또한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제재 및 안보협력을 통한 군사압박 등 투트랙 노선을 통해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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