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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115회> 다시 ‘그 남자’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가요? 그 사람한테?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12 09:30:31
“잘 왔어. 나도 선우 씨한테 직접 말할 걸 하고 조금 후회가 되더라고.”
 
정숙은 소선이 우룡과 가까웠던 건 명환과 결혼하기 전의 일이라고 몇 번이나 정확하게 선을 그었다.
 
선우가 정숙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집을 나설 땐, 한우룡이 소선의 ‘그 남자’가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정숙의 말을 듣다 보니 선우는 의문이 생겼다. 정숙의 말대로 우룡과의 관계가 소선의 결혼 전에 정리된 게 맞다면, 우룡이 어떻게 선우를 친자로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혹시 제가 그분의 딸일 수 있는 정황은 전혀 없나요? 엄마나 그분이 착각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결혼 전에 관계가 정리된 건지 궁금해요.”
 
선우의 말에 한참 고개를 떨구고 생각하던 정숙은 동의를 구하듯 진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진욱이 정숙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봐서 서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있었던 것 같았다.
 
정숙은 지난 번 이미 선우에게 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시 풀어놓았다. 소선과 우룡은 깊은 사이가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우룡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소선은 충격으로 말없이 서울을 떠나 정숙의 집에 머물렀고 명환이 찾으러 다니다 결국 소선을 설득해 결혼했다.
 
결혼 후 선우를 임신한 상태에서 소선이 정숙을 찾아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상한 말을 했다. 명환과 결혼 후 우룡을 만나게 되었고 소선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룡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가요? 그 사람한테?”
 
“연락을 계속 피했는데 억지로 집을 찾아와 하는 수 없이 만나게 되었다더라고. 그 사람이 벼르고 찾아온 건 아니겠지만, 엄마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했어.”
 
예상치 않았던 이야기에 바르르 떨고 있는 선우의 손을 진욱이 잡아주었다.
 
“너네 아빠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는 아주 나중에 알았지. 소선이 자기를 떠나려고 한다면서 태중에 있는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는 거야. 그런데 그건 아니었어. 소선이 분명하게 너는 명환의 아이라고 했거든. 우리 여자들은 알잖아.”
 
“그럼 엄마는 아빠에게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요?”
 
“저번에 말했듯이 소선이 만삭인 상태로 여길 왔다고 했었지.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그때 소선이가 너무 심하게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였었어. 그땐 왜 그러는지 몰랐거든. 처음으로 정말 소선이도 뭔가를 두려워하는구나, 느꼈지. 며칠 아무 말도 없다가 문득 그러더라고. 자기가 알고 있는 비밀 때문에 아기가 위험해질 거라고. 너를 해치게 둘 수는 없다고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했어.”
 
정숙은 마주 앉은 진욱과 선우를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기억에 도취 되기라도 한 듯이 소름끼친 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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