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300일… 대응 능력 갖춘 기업 13%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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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중기중앙회 ‘중대재해법 시행 기업 인식도 조사’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반응도 ‘부정’이 ‘긍정’의 2배
“혼란·애로 많다”… 응답 기업 81% 법안 개선 요구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2 12:29:44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돼가고 있지만 중대재해법 대응능력이 충분한 기업은 1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22일 국내 5인 이상 기업 1035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처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의 중처법 시행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대재해상 모든 의무사항을 알고 있는 기업은 38.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중대재해가 사회이슈로 번지면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다며 실제 산업현장에서 법령상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규정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상 대부분의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산안법상 의무는 1222개 조항에 달해 모든 의무를 인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처법 의무에 대한 대응 능력을 조사한 설문에는 ‘충분하다’는 답변은 13.6%에 불과했다. 반면 ‘부족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4%로 집계됐다. 대응능력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부족(46.0%)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6.8%) △과도한 비용부담(24.5%)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영향에 따라 중처법 시행이 기업 경영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29.5%에 불과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1.7%로 집계돼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경총은 “기업활동에 있어 중처법 시행은 안전투자 확대 등과 같이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무거운 형벌조항과 불확실성으로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 대상 기업 81.5%는 중처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개선 방향으로는 ‘법률 폐지 및 산안법 일원화(40.7%)’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35.4%)’ ‘처벌수준 완화(20.4%)’ 순으로 집계됐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산재예방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중대재해법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후속조치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의 모호성과 과도한 형사처벌을 개선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돼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혼란과 애로가 많다”고 진단하며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한 여건에서 법 적용 전에 중대재해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