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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했다.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매매가격이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고, 낮아진 집값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했다.
언제든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감 속에 급매물이 속출하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가는 집값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면 매수자는 혹시나 가격이 더 내려가면 싼 가격에 집을 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지켜보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거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세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힘든 사람들은 전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란 집주인이 전세라는 사금융으로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세입자에게 집에 대한 임차권을 내어주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세입자가 전세를 구하려면 매매보다는 적지만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하다. 이에 전세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세가 문제가 된 이유는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출에는 이자가 붙는다. 그리고 대출에는 현재 금리가 반영되는 변동금리 대출과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반영되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의 두 가지가 있다. 물론 최초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경우 전자가 차주에게 유리하다.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대출할 때 5년 동안 금리를 고정하고 이후에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이다. 반면 변동금리는 대출 기간 최소 6개월 단위로 기준금리의 변동에 맞춰 대출 금리가 계속 바뀐다.
그런 전세 대출이 문제가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11월 24일 기준 기준금리를 3.25%로 올렸고 11월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이에 맞춰 올라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2%로 이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게 금리가 폭등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자 낮은 매매가격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아파트 인기는 빠르게 식었고, 매매·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단지도 하락 시작… 집값 하락 현실화
국민은행에서 매달 말 발표하는 월간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매매가격 증감률은 2022년 1월 0.21%로 2022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꾸준하게 하락하기 시작해 12월 기준 –0.79%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5개 광역시와 기타 지방 또한 매달 꾸준한 하락을 나타냈다.
또 국민은행의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5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국민은행이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3개월 내 아파트값의 전망을 조사한 후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 100을 기준으로 초과할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아래일 경우 하락 전망이 높음을 의미한다.
매매가격의 변화는 다양한 부동산 플랫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내 대표 대단지 아파트로 손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매매가격 그래프가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단지들은 지역 내 대장 단지로 꼽히는 만큼 가격 하락에 대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단지들이다. 하지만 엘리트가 하락함에 따라 부동산 침체기가 왔음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 플랫폼인 ‘리치고’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34평)는 2022년 6월 26억4000만 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12월 기준 19억6000만 원으로 약 7억 원 하락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매달 꾸준히 1건 이상이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단지지만,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또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34평)는 2022년 4월 24억6000만 원으로 최고 호가를 형성하던 중에 26억5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12월 기준 19억8000만 원에 거래가 되면서 호가가 약 5억 원 내려갔다.
같은 평형의 잠실동 트리지움은 2022년 1월 23억 원의 최고 호가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기준 18억2000만 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고, 실거래가는 17억9000만 원으로 트리지움 또한 5억 원 정도 하락했다.
전세가격 같이 하락하며 문제점 생겨
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세가격 증감률은 수도권이 2022년 12월 기준 2.18% 하락하며 2022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4, 5월에 잠깐 상승했던 점을 제외하면 6, 7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세가격의 하락을 이끌었다. 서울도 12월 기준 –1.82%, 5개 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1.34%와 –0.64% 하락하면서 전체적인 전세 시장의 하락을 나타냈다.
전세가격 전망지수 또한 전세 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듯 62로 2022년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가격이 반짝 증가했던 4, 5월 최대 100으로 기준치와 같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6월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세가격 변화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전세와 깡통전세다. ‘역전세’란 전셋값이 전세 계약 시점보다 떨어져 전셋값을 내리지 않는 이상 집주인이 새롭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하는 용어다.
처음 계약할 때 4억 원이었던 전셋값이 현재 3억 원으로 내려갔을 경우 집주인은 1억 원을 충당해서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의 ‘깡통전세’가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 또는 전세보증금과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의 매매가보다 큰 경우를 뜻하는 용어다.
이는 전세가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집값과 전셋값의 비율인 ‘전세가율’은 일반적으로 60~70%선이 안정권으로 취급된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어갈 경우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깡통전세’로 분류한다.
‘깡통전세’는 주로 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하는 반면 역전세는 언제든 아파트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특히 부동산 침체기에 사회적으로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문제로 꼽힌다.
월세 인기몰이… 일시적 현상일수도
이렇듯 매매와 전세가 하락하고 전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월세’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도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전세 세입자들은 빠르게 월세로 전환하고 있고, 집주인들도 가격이 더 내려가면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월세로 전환을 선호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50만919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월세 거래량은 25만670건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49.2%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기록된다.
월세가 인기를 얻자 월세가격 또한 오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4만9000 원이었으나 10월 기준 126만5000 원으로 올랐고,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 또한 이어 맞춰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 속에 깡통전세 걱정이 커지면서 월세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세입자의 경제적 이득과 생존 본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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