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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군비 경쟁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K-9자주포 등 효자 수출 품목을 등에 업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 쌓아놓은 수주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한 대규모 사업 전개와 확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의 주역으로도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경제’ 실현을 위해 누리호를 추가로 발사하는 등 항공우주 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더불어 기술이전 등 현재 진행 중인 과제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 방산 회사로 도약”… 대우조선 인수로 마지막 퍼즐도 찾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로 K-9자주포·FA-50 엔진 등 방산 제품을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도심항공교통(UAM)·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국내 경기가 침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도 국내 방산 사업의 호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 3조2000억 원 규모의 K-9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었고, 11월 다연장로켓인 천무의 5조 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방산 분야 호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조5396억 원과 영업이익 375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매출 18%, 영업이익 36%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폴란드 K-9자주포 수출분이 포함된 지난해 4분기에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5179억 원·17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5.5%나 늘었다. 방산 부문의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은 서막에 불과하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실적은 13조 원에 달한다. 올해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폴란드 초도물량 납품과정에서 K-9 자주포 수출이 높은 수익성을 보인 만큼 향후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공산이 크다.
올해에는 폴란드 현지 방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3국 공동 진출 등 방산분야 현지거점 전략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말까지 폴란드 현지 방산 업체인 WB와 사격 통제시스템, 옐츠와는 운반용 트럭, HSW와는 체계 조립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지난달 6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의 국영 방산업체 롬암과 무기체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루마니아는 노후한 장갑차 위주의 기존 무기체계를 한국산 무기체계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핀란드 등과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4월에는 한화 방산 부문을 추가로 인수·합병할 예정이다. 흩어져있던 한화그룹 내 방산사업 통합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 종합 방산회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대 조선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군함 제조에도 발돋움할 기반이 마련됐다. 종합 방산회사의 마지막 퍼즐까지도 맞춘 셈이다.
인수 절차도 순항 중이다. 현재 경쟁당국의 합병심사가 진행 중인데, 튀르키예에서 첫 승인이 나왔다. 심사발표를 앞두고 있는 영국도 심의서 제출 후 문제가 없으면 승인 행위 없이 심사 절차가 마무리 되기 때문에 사실상 승인을 한 상황이어서 2개국 문턱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사 기업결합은 8개 기업결합 심사국 중 6개국만 남겨두고 있다.
누리호 기술이전 연내 마무리… 역성장에도 우주산업 지속 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먹거리 사업으로 방산은 물론 항공우주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성 활용 서비스 및 우주탐사 등 우주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우주사업 밸류체인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국내 대표 우주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를 통해 확보한 발사체 기술이 그 대들보가 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장착되는 총 6기의 액체로켓 엔진과 공급계 밸브, 자세제어시스템, 추진기관 시험설비를 비롯한 각종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항우연이 발주한 2860억 원 규모의 ‘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873억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항우연과 민간기업 주도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수송 역량을 확보하고, 민간 체계종합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그 일환으로 항우연과 함께 내년부터 2027년까지 누리호 3기를 제작하고, 4회 추가적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가장 가깝게는 올해 5월 누리호 3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현재 기술 이전을 받는 중인데 이 역시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우주사업 부문은 역성장했다. 글로벌 물류 및 여행 수요 회복으로 민수 항공기 운항이 증가하면서 엔진 유지보수 및 신규 부품 공급은 늘었지만, 군수 엔진 분야 실적이 소폭 감소한 영향이다. 항공우주산업 분야 매출은 1조3689억 원, 영업이익은 127억 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불모지인 우주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민간의 인공위성·우주선 등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의 상업화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KASP) 신임 협회장에 선임되는 등 여러 청신호도 켜졌다. 게다가 윤석열정부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우주 산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산업 투자에 훈풍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지상에서 항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 회사로서 위성제작·발사수송·위성서비스 등 순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우주산업 토탈 솔루션 제공자(프로바이더)’로 발돋움할 전략”이라며 “여전히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도전적인 사업이지만 항우연의 축적된 역량과 국내 300여개 업체의 기술과 한화의 우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추가 발사에 성공해 ‘우주경제’를 실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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