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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일찍 먹었네
라면을 불어가며
스포츠 뉴스에서 기아가
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입이 함박만 해지네
버트 랭카스터와 데보라 카의
해변에서의 멋진 연기가 보기 좋은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보네
예쁜 아내는
와이셔츠 다림질을 하며 가끔씩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기아의 연승과
멋진 영화와
사랑스런 아내가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하네
운수 좋은 날(2014)/ 이완근
복권에 당첨되고 주식이 폭등해야만 운수 좋은 날은 아니다.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은 안다.
평범한 하루야말로 억세게 운수 좋은 날이라는 것을.
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응원하는 야구팀이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TV 명화극장을 편안하게 볼 수 있기까지
그리고 예쁜 아내를 얻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삶의 파고를 누가 짐작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이 시는 동명의 소설 ‘운수 좋은 날’(현진건 作)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별한 행운이 오고 순서처럼 역경이 찾아 오고
그리고 마침내 평범한 일상이 도래했다.
기적은 평범 속에 깃들어 있다.
삶의 기쁨은 한계가 있고 슬픔은 영원하지 않다.
높이 솟아오른 파도일수록 깊은 물고랑을 만든다.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은
설사 조금은 지루하더라도
당신이 기적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임요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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