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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순직 방산연구원 국립묘지 안장 ‘빗장’
민관 무기 개발 중 사고사 때
공무원만 혜택… 형평성 논란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02 23:00:00
▲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의 전경. 장혜원 기자
 
민·관이 협력하는 무기 개발 도중 인명을 앗아가는 폭발 사고가 일어나도 공무원만 순직 처리돼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똑같이 참여한 민간 연구원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법의 맹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과 방위산업체 임직원은 인명 사고 시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다른 처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기 개발 실험을 참관한 국방부 또는 방위사업청 임직원은 공무원 신분이어서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현행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안장법) 제3조 2항 6호는 ‘무기 개발 실습 현장에서 폭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무’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연구소법을 개정해 제한된 직무에 한해 공무원으로 인정해 국립묘지안장을 허용했다. 그러나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고 직무범위와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먼저 폭발로 생명을 잃어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 또한 공무원 신분이어도 폭발이 아닌 무기 개발 공무 출장이나 수중 실험 중에 익사해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게 된다. 
 
▲ 유성구 수남동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 자료사진
 
순직해도 차별… 죽어서도 서러운 방산 연구자들 
 
이정석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립묘지안장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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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 법 개정을 직접 추진한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폭발 사고 발생 시 무기 개발 참여자가 사망하면 공무원만 ‘순직’ 처리된다. 국방과 방위를 위해 똑같은 실험을 하는데 참여자의 신분에 따라 ‘순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가 사무를 관장하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 신분과 상관없이 ‘순직’ 처리돼야 공평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보안시설 ‘가’급으로 분류되는 ADD는 소총·전차·포·잠수함 등 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기 개발 주관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군용 병기·장비·물자에 관한 기술적 조사·연구·개발·시험 등을 담당한다. 관련 입법 개정이 늦어져 그럼에도 ADD 임직원들이 무기 관련 연구와 개발 업무 중 비폭발 사고로 숨지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무기개발과 같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과학기술인 예우를 위해 공무 중 사망하는 이들 모두 ‘순직’ 처리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결과 2015년, 국방부·방위사업청·ADD·국회 간 협업으로 ADD 연구원도 무기 시험 중 사고 희생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연구소 법이 개정됐다.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4조 (임직원의 지위)’ 개정을 통해 국립묘지 안장에도 국가공무원으로 보도록 개정한 것이다. 문제는 상위법(국립묘지 안장법 제3조 제2항 6호’)에서 ‘폭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무’에 한해 놓은 부분이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의 노력에도, 폭발 사고 희생자만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한 독소조항은 개정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방연구개발 실험 현장에 시찰하는 공무원과 연구를 실험 및 이행하는 ADD 연구원과 방산업체 직원이 5대5의 비율로 투입되지만 사고 발생 시 순직을 인정받는 건 ADD 연구원과 공무원밖에 없는 것도 관련법의 허점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탐색개발 단계 차기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 KAAV-Ⅱ가 침몰했다. ADD 주관 개발 사업이었으나 시제품 개발을 한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탑승 직원 2명은 결국 사망했다. 장례는 경북 포항과 경남 창원에서 각각 장례가 치러졌으며 민간 묘소에 안장될 수밖에 없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무기 개발에 공무원 순직 개념이 도입된 게 1970년대 화약 폭발 사고로 군무원이 사망했을 당시였는데, 그때 ‘폭발 사고’로 인해 사망해서 해당 법 조항이 ‘폭발사고 등’에 한정돼 만들어진 후 여태껏 유지되고 있다”며 “현재는 무기체계가 고도로 발전해 함정이나 전투기를 개발하다 사망하는 때도 있는데 이들은 ADD 연구원이라도 순직 처리가 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순직 개념을 국방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한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장 대상자 요건을 실습 및 시험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무자로 넓힌 후 연구원 외에 방산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2011년 국립묘지 안장자에 대한 개념을 재편하는 ‘국립묘지안장법’을 대표 발의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 등은 2021년 ADD 임직원이 공무수행 중 사망할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한편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21일 대전 유성구 ADD 화약 저장실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직원 ㄱ(6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발 사고에 해당하는 직무 연관성이 인정돼 국립묘지 안장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9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으나 이는 매우 특별한 사례이다. 
 
앞서 2019년 11월13일 오후 4시15분쯤에도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 1층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사상자 6명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30대 선임연구원도 순직처리 돼 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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