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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즐겨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이다. 가사가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라고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너스레를 떠는 내용이다. ‘그야말로’는 ‘말한 바와 같이 참으로 틀림없이’라는 말인데, 여기에 어울리는 부사인지는 모르겠으나 곡조와는 참으로 잘 어울린다.
‘낭만’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으로 좋아하는 단어 중의 하나다. 영어 같기도 하고 불어 같기도 하지만 둘 다 아니다. 우리말화된 일본어다. ‘roman(로망)’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낭만(浪漫)’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한자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다. 사전에는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라고 어렵게 풀어 놓았다.
친구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낭만주의자라는 의미로 ‘로맨티스트’라고 표현하는 걸 자주 듣게 된다. 필자가 한국어를 전공한 탓도 있겠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속이 좀 상한다. 이건 콩글리시다. 영어로는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라고 써야 맞다. 사실은 ‘낭만’도 ‘로망’이라고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한데 하도 오랜 세월 써 온 관계로 이제는 바꾸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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