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려서 몸이 몹시 약했다. 하도 말라서 늘 ‘갈비·KBC(갈비씨)·해골·광대뼈’ 등의 별명을 달고 살았다. 몸은 부실해도 공부는 곧잘 했던 터라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라 했다) 때는 줄곧 반장을 했는데, 촌에서 읍내 중학교에 진학하니 정말 호락호락하게 보였는지 읍내 애들이 자꾸 때리거나 못살게 굴었다. 중간고사 끝나고 전교 3등을 하니 그 후로 때리는 일은 없어졌다.
‘호락호락’은 ‘사람이나 일 따위가 만만하여 다루기 쉬운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말도 사실은 한자어 홀약홀약(忽弱忽弱)에서 유래다. 뜻은 ‘소홀히 할 홀·약할 약’이 합쳐진 말이므로 ‘소홀하고 약한 것’을 말하는데, 그것도 두 번 중첩해서 썼으니 ‘더할 나위 없이 무르고 약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원래는 홀약(忽弱)을 중첩하여 쓴 것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이 어려워 ‘호락호락’으로 변이된 것이다. 일종의 단모음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읍내 아이들은 깡마른 필자를 홀약하게 본 것이다. 예문으로는 “그 사람은 겉보기와는 달리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야. 자네는 각별히 조심하게”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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