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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어떤 권력도 대권 후보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국힘 분열에 실망한 집토끼들 떠나고 있어
한동훈 총선 책임론은 정권 위기 자초하는 것
108석으로 버티는 정권 방어선 무너질 수도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2 06:31:30
 
▲ 구월환 대한언론인회 주필‧관훈클럽 39대 총무
국민의힘에 긴급동의할 것이 하나 있다. 혹시 대통령 후보를 권력의 힘으로 ‘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포기해야 한다. 이런 기도는 성공할 수도 없고 만에 하나 성공한다고 해도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도 자기 맘대로 후계자를 만들어 낸 경우는 없다. 전두환도 후계자를 지명했으나 대중 봉기에 밀려 체육관선거(간접선거)를 포기하고 직접선거제로 바꾸는 모험을 해야 했던 것이다. 같은 원리로, 막강했던 박정희 권력은 김영삼·김대중 등 적대적인 유력 대권 후보감들을 제거하려고 자택 연금·구속·해외추방까지 해보았지만 실패했다.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측근 또는 일단의 실력자들이 대통령 권력을 무소불위한 것으로 착각하여 특정인을 대권 경쟁에서 배제하려 해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왜 내 말 안 들어? 왜 나를 무시해?” 하고 격노했다고 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엄연한 선두 주자 밀어내기를 시도한다면 실패는 물론이거니와 부메랑의 화(禍)를 면키 어려울지 모른다.
 
지금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매운 맛을 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총선책임론과 백서발간을 둘러싼 분란이 한창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은 한동훈에게 책임을 지워 당 대표 출마를 막고 나아가서는 차기 대권 경쟁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공작이 아닌가 의심할 구석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세간에서는 윤·한 갈등설에 대한 화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보스 기질과 김건희 여사의 작용을 거론하는 사람도 많다. 신기한 것은 이런 내밀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를 연상케 한다. 아무리 엄명을 내리고 쉬쉬해도 결국 알려지게 되는 것이 고금의 이치다.
 
문제의 총선백서와 관련하여 주동자들은 절대로 ‘한동훈 죽이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백서를 추진하고 있는 세력이 반(反)한동훈 인물들이고 ‘긁어 부스럼’ 역효과를 걱정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람 이름을 쓰지 말고 당명을 앞세워야 한다고 지시해도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굳이 총선 참패의 원인을 따지자면 대통령 지지율이 항상 30% 근처로 떨어져 있었고 선거운동 현장에서 유권자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또 한동훈 아니라 누가 와도 정권 거부 심리를 돌려놓을 수 없었다는 피맺힌 증언들이 핵심을 웅변해 주고 있는데 더 말해 무엇 하랴!
 
총선백서는 한동훈 밀어내기의 구실로서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명분이 그럴듯함에도 그 순수성은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이런 의심은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직후에 다른 사람은 다 제쳐 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을 먼저 만났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면서 촉발되었다. 당시 홍 시장은 매일 모욕적 언사로 한동훈 비난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그런 특이한 존재를 만났으니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것은 뻔하다.
 
또 여러차례 당적 변경을 거쳐 국힘에 왔다는 조정훈이란 신인은 어느 날 갑자기 백서 책임자로 튀어나오더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과잉 행동을 하고 있고 일부 윤핵관이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윤·한 관계가 불편하다면 그 자체로서 집권 세력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금 겨우 108석으로 버티고 있는데 전열이 흔들려 정권 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열성적인 보수 ‘집토끼’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박근혜 퇴진 때를 회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어설픈 명분론을 거두고 당이 살 수 있는 길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 백서인지 흑서인지 알 수 없는 함정론에 빠져 정상화의 타이밍을 잃게 되면 수습하기 어려운 자멸적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거기에는 간신히 정권 붕괴선을 지키고 있는 108석의 붕괴로 인한 위기 사태도 포함된다.
 
문제는 한동훈이 국힘에서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원오브뎀(One of Them)’이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보다 최소한 몇 배나 높은 지지율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런 인물은 어떤 힘으로도 당장 키우거나 정치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현실을 무시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일 자체가 아주 비현실적인 것이다. 따라서 인내와 지혜로 윤·한 관계 정상화와 결속을 성사시키는 것이 국힘의 살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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