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살 아파트’ 인명 참사 다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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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금품수수 수사
유수 감리업체들 심사위원들에 전방위 로비
감리업체와 심사위원들의 도덕성 회복 절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1 00:02:01

건물은 튼튼하고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이는 거주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근래 아파트 및 지하주차장 등의 붕괴 참사 원인이 건설업계의 ‘부패 고리’에서 비롯됐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와 병원 등 공공건물의 시공을 관리·감독할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입찰을 담합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나눠 먹은 것으로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해 철근 누락에 따른 지하주차장 붕괴로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을 얻은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2022년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감리업체도 담합에 가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리업체와 심사위원의 카르텔 및 부정부패가 부실 감리·부실 시공으로 이어진 고리다.

충격적인 건 국내 유수의 감리전문 17개 업체가 부패 사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감리업체 소속 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LH 발주 용역 79건·조달청 발주 용역 15건 등 총 5740억 원(낙찰금액 기준) 규모 사업에 대해 담합(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내용은 불법·탈법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거나 일부 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9년 각각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고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와 ‘상위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감리업체들은 이에 담합으로 대응하며 상향된 낙찰금액을 이용해 심사위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했다. 정부가 심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자 각 위원과 지연·학연 등이 있는 직원을 담당으로 배정해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고 블라인드 심사에서 위원들이 특정 업체의 제안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특정 문구를 삽입했다고 한다. 더욱이 증거인멸을 쉽게 하기 위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위원들에게 연락해 금품을 미리 지급하거나 사후 지급을 약속했다고 하니 지능범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심사위원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업체끼리의 경쟁, 소위 ‘레이스’를 붙여 더 높은 뇌물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업체에 최하위 점수(속칭 ‘폭탄’)를 주고 웃돈을 받았다.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은 ‘양손잡이’ 심사위원도 있었다. 심사위원인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청 공무원 등 18명은 총 6억5000만 원을 받았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30년 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물론 그동안 크고 작은 건축물이 맥없이 무너져 인명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나라 건설 수준이 해외에선 최고인데 국내에선 후진국’이라는 개탄과 함께 설계·시공·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누구보다 ‘튼튼 시공을 위한 최후의 수문장’ 격인 감리가 안전 및 환경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고 관계법령에 따라 발주자의 감독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면 부실시공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감리가 앞장 서 불법을 저지르는 현실에서 건축물 참사는 불 보듯 훤한 일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LH 전직 임직원들이 재취업한 감리업체는 판·검사 전관예우와 비슷한 관계가 시행사-감리사 사이에도 형성돼 LH는 그 감리업체를 계속 쓰는 경우가 있다. 수준 미달의 감리업체를 정리하고 시행사와의 담합 관행을 깨지 않는 한 ‘순살 아파트’ 사태는 다시 터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연루자 68명을 뇌물 수수·뇌물 공여·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감리업체와 심사위원들의 공인의식 회복과 도덕성 제고 또한 절실하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