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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실적만 잘 내면 끝’ 손본다… 금감원, CEO 성과평가에 칼 댄다
낙관적 계리가정·과도한 사업비에도 단기실적 평가 지속
손해율 KPI는 보험금 부지급 우려…소비자보호 지표 강화
해외 보수체계 벤치마킹…건전성·소비자이익 반영 확대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9-09 16:30:00
▲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의 성과평가 체계를 손질한다. 당장의 신계약과 이익을 늘리면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미래 손실이나 소비자 피해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구조가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9일 생명보험협회 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회사와 생·손보협회, 보험연구원 관계자 등 49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회사 성과평가 관행 개선 워크숍’을 열고 주요 보험사의 핵심성과지표(KPI) 점검 결과와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단기실적 중심의 보상 구조’다. 보험사가 신계약 확대와 당기손익 등 단기 지표를 중시하면 경영진도 장기 건전성보다 당장 실적을 높이는 의사결정을 할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신계약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면 CSM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 보험사가 높은 환급률이나 과도한 판매수수료를 앞세워 신계약 확대에 나설 유인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금감원이 주요 보험사 CEO의 KPI를 점검한 결과 상당수 회사가 수익성과 성장성을 단기 재무성과 위주로 평가했다. 잘못된 계리가정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해당 경영진의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했다. 예실차와 기본자본비율,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등 중장기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소비자보호 지표의 반영 비중도 낮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평가에 머문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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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임기 중 신계약과 당기이익을 많이 올린 경영진이 높은 성과급을 받은 뒤, 해당 계약에서 몇 년 후 대규모 해지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지급한 보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구조라면 ‘현재의 실적을 위해 미래의 손실을 떠넘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감원이 장기 건전성과 사후 손실을 KPI에 반영하려는 이유다.
 
상품 개발부터 판매, 보험금 지급까지 담당 임원의 평가체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상품 담당 임원은 수익성과 성장성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잘못된 상품 설계에 대한 사후 불이익이 부족했고, 영업 담당 임원은 단기 유지율에 집중해 장기계약을 관리할 유인이 떨어졌다.
 
특히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 담당 임원의 KPI에 ‘손해율 관리’를 넣을 경우 보험금 지급을 줄여야 성과가 좋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비용 절감 목표와 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수령 권리가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손해율 자체는 보험사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표지만 보상 담당 임원의 개인 성과와 직접 연결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보험금을 적게 지급할수록 평가가 좋아지는 구조에서는 지급 심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흐르거나 소비자와의 분쟁을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선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은 IFRS17 도입 이후 일부 보험사의 단기 성과 중심 영업전략과 과도한 사업비 지출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낙관적인 계리가정으로 당기순이익을 높였다가 이후 대규모 예실차가 발생해 손익이 급감하는 사례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보험산업의 수입보험료는 266조 원, 총자산은 1344조 원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단기 성과주의가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면 산업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번 조치의 방향은 단순히 ‘실적을 덜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평가 시계를 길게 가져가는 데 있다. 신계약이나 당기손익뿐 아니라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는지, 처음 예상한 손익이 실제 결과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자본건전성과 소비자 민원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경영진 보상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보험업권의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을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다. CEO와 주요 임원의 KPI에 소비자보호와 중장기 재무건전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소비자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 성과지표는 줄이는 방향이다.
 
올해 4분기에는 보험회사 CEO 간담회도 열어 성과평가체계 개선 필요성을 직접 논의한다. 박 부원장은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건전성, 소비자 이익을 두루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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