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원유 도입선 다변화로 아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92달러(0.95%) 오른 배럴당 97.92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5달러(1.69%) 상승한 9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109.71달러로 하루 만에 4.32달러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한 것은 중동의 공급 차질 우려가 재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지속으로 원유 해상 운송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에서 비중이 큰 만큼 주요 산유국과 해상 운송로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60.2원으로 전주보다 1.1원 내리며 16주 연속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L당 1844.5원으로 0.7원 떨어졌다.
국내 가격이 당장 급등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지정된 9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8차와 같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제유가와 환율, 정유사의 제품 공급가격 등의 영향을 거쳐 국내 판매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나타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최근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중순 이후 국내 기름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도 중동발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업계는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공급망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비중이 낮아질수록 특정 지역의 공급 차질이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정부의 최고가격제만으로 국내유가 상승 압력을 계속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제조원가 등을 통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를 예의주시하면서 원유 수급 상황과 국내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정책적 완충장치로 국내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며 “중동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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