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벤처·스타트업 지원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외면하는 가운데 기업은행만 올해 기술금융 지원액을 대폭 늘렸다. 스타트업이 강소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창업 육성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누적 금융지원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한다. 이제 목표는 ‘K-유니콘’ 수출이다.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워내는 데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06조9157억 원이었다. 작년 말(103조5052억 원) 대비 3.3%(3조4105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 17곳의 기술신용 잔액이 304조5354억 원에서 303조3725억 원으로 0.4%(1조1629억 원) 감소한 것과 상반된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기술신용을 7개월 새 2.7%(4조5795억 원)가 줄였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대비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기술금융을 감축한 다른 주요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혁신기업에 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상생금융을 실천했다.
투자도 적극적이었다. 기업은행이 올해 창업육성 종합 프로그램인 IBK창공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에 금융지원(투자·대출) 한 규모는 8월 말 기준 4981억 원으로 지난해 실적(4541억 원)을 뛰어넘었다. 올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5조3619억 원으로 2년 전인 2022년(7조6442억 원)보다 29.9% 적은 ‘투자 위축기’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볼 수 있다.
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IBK창공을 통해 2018년부터 성장 단계별 애로사항을 해소하며 창업기업을 능동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직접투자 및 성장주기에 따른 맞춤형 투자를 연계하고 데모데이 등 투자 IR(기업설명회) 기회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또 분야별 전문가를 붙여 멘토링을 진행하고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일대일(1:1) 컨설팅 서비스(세무·법률·노무 등)도 지원한다. 아울러 서울·부산·대전에 있는 IBK창공센터 사무공간을 무료로 공급한다.
8월 말까지 기업은행이 지원한 혁신창업기업은 총 787개사이고 100개사를 육성하고 있다. 누적 금융지원은 총 1조9567억 원, 비금융지원(멘토링·컨설팅·IR 등) 1만2345건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미국 CES,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및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됐다.
성공 사례도 많았다. 네이처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렌터카 가격비교·예약 플랫폼 찜카를 운영하는 네이처모빌리티에 대출·직접투자 등 총 20억 원의 금융지원과 멘토링·컨설팅, 박람회 참여 등 비금융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네이처모빌리티는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이어 ‘예비유니콘’ 등에 선정되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맞춤형 간식 큐레이션 및 배송 플랫폼 운영사인 삼백육십오도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삼백육십오는 기업은행으로부터 2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물류센터 신축을 위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마련했다. 기업은행 40여개의 영업점과 직접거래를 통한 판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2차전지용 동박 생산 설비 업체인 엔원테크도 성공 사례다. 기업은행으로부터 140억 원의 투자 및 설비·운영 자금과 스톡옵션 부여 관련 정관 검토 등 비금융 지원을 받은 엔원테크는 현재 200억 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하며 IBK창공 육성 전보다 20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
테이블 주문형 데이터 플랫폼 운영사 티오더도 기업은행으로부터 총 400억 원의 투자와 특허 전략 및 기업공개(IPO) 컨설팅 지원을 받으며 창공 육성 전 대비 고용이 14배, 매출액이 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고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에 집중해 성장 단계별 전 과정을 지원하는 IBK창공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목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 지원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VC인 500글로벌과 ‘IBK창공 실리콘밸리 데스크’를 설치하며 해외 진출에 포문을 연 기업은행은 IBK창공 실리콘밸리 1기에 이어 2기 기업도 최근 모집했다. 국내에서 기본 육성 과정을 거친 뒤 미국 현지에서 두 달간 △사업현지화 △판로개척 △투자유치 IR 등 현지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 4일에는 CES 2025 및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IBK창공 CES 2025’ 참가기업 8곳을 선발했다.
유럽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독일 잘란트 주 경제진흥공사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3자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9월 유럽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했다. 내달 독일 KIST 유럽연구소 내 ‘IBK창공 유럽 데스크’를 설치해 사무공간 제공 등 본격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프로그램 참여기업들은 현지 지사 설립, 기업들과의 POC계약, 정부기관과의 협업진행, 현지 연구소와 공동연구 및 제품계약 등과 같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의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현지 유관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보다 내실 있는 현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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