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보란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을 약속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방안 등을 요구했다. 한 대표가 브리핑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추가 면담하는 등 윤·한 갈등만 확인한 회동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한 대표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정원 레스토랑인 파인그라스에서 약 80분 동안 차담회를 가졌다. 독대하는 대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리한다”면서도 “인적 쇄신은 내가 판단해서 할 문제다. 한 대표가 나를 잘 알지 않나”라고 한 대표에게 말했다. 또 “대통령실의 어떤 직위의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대로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전달해 달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발언은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요구를 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설명 및 해소 등 3대 요구를 하고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도 건의했다. 한 대표가 그간 주장해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남동 7인방 또는 8인방’ 존재 의혹이 퍼진 바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직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두 번째 여야 대표 회담을 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21일 언론 공지에서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양당 대표는 지난 대표 회담에서 추후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현재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관련 요구들을 하기 앞서 김 여사 특검법을 추진 중인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약속을 공개한 셈이다.
윤·한 갈등만 확인하게 된 이번 회동에서의 양 측의 불편한 기류는 회동 직후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 등을 검토했으나 결국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다. 한 대표도 브리핑하지 않았다. 박 비서실장은 “해가 진 상황이라 한 대표의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만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동 직후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만났다. 추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연락이 있어서 (대통령실에) 잠시 들렀다”며 “저를 위해 있던 자리가 아니고 만찬은 동료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했다”고 밝혔다.
윤·한 회동에 앞서 한 대표가 이 대표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김 여사 관련 요구들을 두고서 윤 대통령·한 대표가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윤·한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이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내달 본회의 상정이 전망되는 김 여사 특검법에서 친한계 측 이탈표가 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8표의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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