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1만 원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졌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비중이 늘었다. 외식물가뿐 아니라 농수산물 가격까지 뛰면서 대형마트에선 덜 싱싱해도 가격이 할인된 채소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기자가 대형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 한모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할인 판매 채소부터 찾았다. 팔리지 않는 채소는 30~70% 할인돼 판매가 되고 있는데 싱싱하지 않아도 가격이 저렴해서 자주 구매해서 먹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홈플러스 봉천점을 둘러본 결과 고물가 시대를 버티는 서민들의 짠내 나는 장보기가 눈에 띄었다. 소비자들은 △할인 농산물 △1+1 식용유 △1+1 과일 등이 표시된 가판대에 몰려 제품을 보면서 온라인 쇼핑몰과 가격을 비교해 보고 있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푸념이 쏟아진 가운데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가판대에 있던 식용유는 모두 팔렸다.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박은주(33) 씨는 “식자재마트에서 토마토 3개를 6000원에 구매했다. 과일부터 농수산물까지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는 것 같다”면서 “월급의 40%가 식비로 지출되고 있는데 적금도 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의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활동자 10명 중 4명은 올해 소비가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특히 월 소비액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전년보다 6%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경제 활동자가 전체 소비의 약 4분의 1을 식비로 쓰고 있는 것이다.
식비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외식물가가 상승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100)로 작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2.9%로 전달(2.6%)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년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채소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6% 올랐다. 특히 배추(51.5%)·무(52.1%)·상추(49.3%) 등의 가격 상승 폭이 컸다.
1만 원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메뉴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회사가 밀집돼 있는 종로나 여의도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면 최소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1만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는 김밥(3462원)·자장면(7308원)·칼국수(9308원)·김치찌개 백반(8192원) 등 4개에 불과했다. 냉면(1만1923원)이나 삼겹살(200g·2만83원)·삼계탕(1만7269원)·비빔밥(1만1038원) 등은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에겐 이제 ‘넘사벽’ 수준의 메뉴가 됐다.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개인이 소비를 줄여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기업을 압박해 가격인상을 자제시키는 시도는 미봉책으로 끝났다. 총선 이후 기업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고물가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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