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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크게 뜀박질했다. 대통령 탄핵이 실패됨에 따라 원화 가치는 추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6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19.2원으로 지난달 29일(1394.7원) 대비 24.5원 올랐다. 이는 1월 15~19일(25.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원/달러 환율은 2일 1400대를 처음 넘어선 뒤 닷새 연속 1400원 이상을 머물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도화선이었다. 3일 늦은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장 중 1442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25일 1444.2원을 찍은 뒤 약 2년 1개월 만에 제일 높았다.
환율 변동 폭은 야간거래를 포함해 41.5원에 달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절인 2020년 3월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최대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원화 자산을 둘러싼 투자 심리를 더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가장 약세였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주(2~6일) 원화는 달러 대비 1.86% 평가 절하됐다. 같은 기간 유로화(+0.03%)·엔화(+0.10%)·파운드화(+0.26%)·대만달러(+0.51%) 등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역외 위안화(-0.36%)·호주달러(-1.32%) 등은 달러보다 약세였지만 평가 절하 폭은 원화보다 크지 않았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1400원 중반까지 상승했지만 다행히 조기 해제돼 부분 되돌림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탄핵 불발에 따른 원화 가치 급락을 경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장이 열리면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며 “경기가 나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환시장을 덮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임시국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탄핵 정국 전개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 말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겠다.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는데 현재 날짜에 단순 대입하면 내년 1월18일을 전후해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1월20일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앞으로의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폭이 여타국보다 커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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