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앞에 낮아진 빅테크 수장들… 덕담과 정책 지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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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美 기술혁신 위한 역사적 순간… 당선인에 감사"
올트먼 "영웅 같던 머스크와 오픈AI로 소송을 하게 돼 슬프다"
베이조스 "권력 이용해 경쟁사 해칠 리 없어… 트럼프 성공할 것"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9 16:54:33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우측)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에서 추수감사절 파티를 즐겼다. 바로 옆자리 일론 머스크가 차기 정부 시대의 비중을 말해주는 가운데 이들과 각을 세우던 빅테크 수장들이 덕담과 지지 표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배우·가수나 빅테크 수장들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연히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이번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들에겐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최근 태세 전환이 확연하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트럼프 저택 추수감사절 만찬 때 트럼프 바로 옆자리에 앉아 최측근 위상을 전 세계에 재확인시켰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차례 머스크와 설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2012년 머스크가 페이스북을 “사생활 침해의 온상”으로 비판한 것에 보복하듯 저커버그는 2022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때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칠 것”이라고 험담했다. 작년엔 메타가 엑스를 겨냥한 SNS서비스 ‘스레드’를 출시하자 둘은 설전 끝에 격투기 대결까지 예고한 바 있다.

저커버그와 트럼프 사이도 안 좋다. 2020년 대선 당시 저커버그가 자신의 낙선을 위해 음모를 꾸몄다며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던 트럼프는 2021년 ‘1.6 사태’ 직후 페이스북에서 퇴출 당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와 머스크 앞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메타의 선글라스를 시연한 저커버그는 트럼프2기 기술정책에 적극 참여할 의지를 보였다. 페이스북의 편파적 검열을 지적해 온 보수 진영 의견에도 “(코로나19 시기 콘텐츠 규제가) 다소 과했다”고 인정했으며, 이날 트럼프와 면담 후엔 “미국의 기술혁신을 위해 중요한 순간이었다. 당선인에게 감사드린다”는 별도 성명을 메타 명의로 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CEO 샘 올트먼 또한 머스크와 불편한 사이다. 한때 오픈AI공동창업자이자 임원이었던 머스크가 ‘오픈AI 설립 초기의 비영리 임무와 기술 공개 약속’ 위반을 들어 소송을 제기해 적대적 관계가 됐다. 그러나 올트먼은 4일 뉴욕타임스(NYT) 딜북 콘퍼런스 행사에서 “머스크가 올바른 일을 하리라 굳게 믿는다”고 낙관했다. 그와 갈등 중인 현실 관련해선 “대단히 슬프다. 머스크를 보며 자랐고 내게 엄청난 영웅 같았던 존재”라는 발언을 했다. 또 1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 때 중국과 기술경쟁에서 AI개발 지원인프라 주도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매우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덕담을 했다.

머스크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경합해 온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머스크의 정적이자 경쟁자의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설립해 민간항공우주 시장에서 까칠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 음모론 관련 저서의 아마존 출간이 좌절되자 머스크는 “베이조스가 제정신 아니다” 일갈했고, 베이조스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당시 이 일로 테슬라가 중국에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며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머스크가 베이조스를 겨냥해 “트럼프의 대선 패배 시 테슬라·스페이스X 주식을 파는 게 좋겠다고 베이조스가 말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예전 같았으면 무시했을 베이조스가 극구 부인했다. 앞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위해) 내 우주선 좌석 하나를 비워 놓겠다”고 놀렸으며 자기 소유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를 동원해 트럼프 검증팀 가동을 지시했으나 이젠 옛말이다.

이번 대선 직전 WP가 전통을 깨고 민주당 후보 지지 사설을 삭제하도록 한 게 베이조스였다. 4일 NYT 주관 행사 ‘딜북 서밋’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이 규제 문제에 진지해서 매우 고무적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표하는가 하면, “그가 전보다 차분해졌고 성장했다” 등 호의적인 인물평을 했다. 머스크를 향해선 권력을 이용해 자기 회사에 이익을 주거나 경쟁사에 피해를 주진 않을 것이라며 에둘러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 일론 머스크와 설전 끝에 결투까지 예고했던 마크 저커버그가 트럼프와 머스크 앞에서 메타 글라스를 시연해 보였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를 비꼬곤 하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한발 앞서 태세 전환을 했다. 대선 직전 자기 소유 워싱턴타임즈의 '지지 후보 발표'를 막았다. 연합뉴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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